폭우에 아내 마중 갔다 급류에 휘쓸려... 결국 숨진 채 돌아왔다
전례가 없는 가을 폭우로 전남에서 1명이 숨지고 농작물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벼가 쓰러지고 배추 모종이 유실되는가 하면 과수원 피해도 발생했다.
22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2일 오전까지 내린 전남 지역 누적 강수량은 여수산단 401.5mm를 최고로 장흥 339.3mm, 강진 313.9mm, 순천 331.5mm 등이다. 평균 강수량은 192.6mm에 달했다. 많은 비로 물이 불어난 배수로에 빠져 1명이 숨졌고,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22일 오전 11시35분쯤 장흥군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김모(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전날인 지난 21일 오후 6시27분쯤 장흥군 장흥읍 자신의 주택 근처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범카메라를 확인하고 나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김씨를 찾지 못했다. 이날 헬기와 드론, 수색견 등을 투입해 평화저수지와 하천 등을 따라 수색작업을 벌였다.
김씨가 실종된 날, 장흥 지역은 시간당 7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으며 누적 강수량은 231.6mm를 기록했다. 경찰은 김씨가 자활센터에 갔던 아내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150m 떨어진 마을 입구로 마중을 갔다가 물이 불어난 배수로에 빠진 뒤 하천 급류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유례없는 가을 폭우로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수확을 앞둔 보성에서 716ha의 논에서 벼가 쓰러지는 등 해남 95ha, 영암 80ha, 나주 78.3ha, 순천 30ha 등 전남 130ha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완도는 배추 모종 2ha가 물에 쓸려갔고, 순천은 갓 0.1ha가 물에 잠겼다.
장흥은 농협창고에 보관 중이던 양곡 300t이 침수 피해를 봤다. 목포와 순천은 단독주택이 반파됐고 고흥과 화순, 해남, 완도, 진도에서는 주택 145채가 침수됐다. 장흥 연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화순은 야영장 옆 저수지 제방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흘러내려 야영객 6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완도 신지에서는 전신주 변압기가 낙뢰로 파손됐고 여수는 여객선 터미널 천장 슬레이트와 유리가 부서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주택 침수·도로 장애·상가 침수, 토사 낙석, 빌라 주차장 침수 등 모두 1095건 신고를 받고 안전 조치와 배수 활동을 했다.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폭우로 7억1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물이 빠지면 신고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피해 규모에 따라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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