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코와 원전‧배터리 포함 56건 MOU 체결… 유럽 새 교두보 확보
20일(현지 시각) 오전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떨어진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 2009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인수, 한국과 체코 양국 원전 동맹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곳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양국의 원전 전(全) 주기 협력 협약식이 열렸다. 가로 7m, 세로 4.7m 크기 양국 국기와 길이 10m, 지름 5m 규모 두코바니 1호기의 대형 스팀 터빈이 설치된 무대에서는 원전 분야에서만 13건의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유럽의 숨은 제조업 강국 체코
우리나라가 유럽의 숨은 제조업 강국인 체코와 지난 7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동맹’을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협력에 나선다. 원전을 비롯해 배터리·미래차·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 등에서 이날 맺은 MOU만 모두 56건에 이른다.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양국이 손잡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이날 힐튼 프라하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은 정부 대표단과 양국 기업인 등 약 4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EU(유럽연합) 국가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등 국내 재계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동유럽 제조업의 핵심 기지로 불리는 체코와 우리와의 한단계 높은 관계 설정을 통해 향후 유럽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전 협력 협약식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들어갈 터빈을 체코 기업인 두산스코다파워로부터 납품받는 ‘터빈 공급 확정 협약’을 맺었으며, 한수원은 체코 설비·부품 업체인 아마튜리그룹으로부터 신규 원전용 기자재를 공급받는 MOU도 체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당초 프랑스와 치열하게 진행했던 수주전에서 우리 측이 내세웠던 ’한국과 체코가 함께 짓는 원전’이라는 슬로건처럼 양국이 성공적인 원전 건설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는 체코 브르노공대와 체코 현지에 원자력협력센터를 설립하고, 특별학위과정 개설, 교환학생 확대 등을 통해 원전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이 밖에 한전기술·한전원자력연료·대우건설 등도 각 분야 체코 현지 기업·기관과 설계, 연료, 건설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배터리·미래차·로봇 등 첨단산업도 협력
앞서 양국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서도 배터리·미래차·로봇 등 3대 핵심 산업의 공동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양국 산학연간 협약이 체결됐다.
배터리 업종에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체코배터리클러스터 및 브르노 공대와 ‘배터리 협력센터’를 세우고, 삼성SDI와 SK온의 헝가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인근 국가에 있는 생산 기지와 인력 양성 및 기술 교류를 추진한다.
미래차 분야에서는 현지 자동차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차가 스코다일렉트릭과 수소 모빌리티 및 에너지 분야 개발 MOU를 맺었으며, 이어 국내 관계 기관과 함께 오스트라바 공대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업’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도 철강제조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브르노 공대와 협력하기로 했으며, 현대로템은 기관차 제조업체인 스코다트랜스포테이션과 체코 고속철 도입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양국 간 교역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날 양국 정부는 교역 확대를 위한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TIPF)’도 체결했다. 한-체코 양국 간 지난해 무역액은 44억700만달러(약 6조원)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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