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부역해 사형 선고됐는데 "군경이 학살"… 재조사 나선다
'불법 학살 피해' 판단 이후 뒤늦게 재판 기록 확인
"적법 절차에 따른 사형 집행은 조사 대상 아냐"
6·25전쟁 전후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당했다고 확인된 대상자가 이적행위를 한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진실화해위가 재조사에 나서기로 6일 결정했다. 조사 과정에서 기초적인 근거가 되는 재판 기록조차 검토하지 않은 부실 조사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제86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대상자 A씨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1951년 군법회의(現 군사법원)에서 이적행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적법 절차에 따라 사형 판결을 받은 A씨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진실화해위 활동 근거인 과거사정리기본법은 ‘6·25전쟁 전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6~7월 충남 남부지역에 거주하던 주민 22명이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우리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지난해 11월 판단했다. 이 중에는 이적행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A씨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조사 보고서에 A씨는 1950년 7월 1~17일 사이에 대전 골령골에서 희생된 것으로 기록됐다. 보고서에는 형사사건부와 제적등본, 신청인·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발표 시점까지도 A씨가 이적행위(국방경비법 위반)로 사형을 선고받은 기록은 파악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는 결론을 내린 뒤 약 9개월 지난 시점에야 A씨의 법원 선고 기록을 확인한 것이다. 해당 기록에 따르면 A씨의 사망 시점은 지난해 11월 발행된 보고서에 기재된 ‘희생 시점’보다 약 6개월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사망 시점과 경위를 두고 모순되는 사안이 여럿 존재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형 선고 이후인 1968년 경찰이 작성한 신원조사서에는 A씨가 ‘악질부역자로 처형됐다’는 기록이 있었다. 뒤늦게 발견된 A씨에 대한 재판 기록과 모순되지 않는다. 또 제적등본상 A씨는 유족 진술과 달리 1955년 7월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A씨가 좌익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1948년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실, 참고인 진술 등을 근거로 군경이 불법 처형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보고서는 “신청인·참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며 이같은 판단 근거를 밝혔다.
A씨 유족은 지난 2월 형사사건 기록인 경찰 신원조사서에 나타난 ‘악질부역자’라는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시켰다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7월 경찰은 이를 무혐의 처분했다.
일각에선 “A씨에게 적용된 국방경비법 자체가 위헌적이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당시 국가가 민간인 집단학살을 위해 국방경비법을 수단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1년 해당 법안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의 부실 조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1기 진실화해위(2005~2010)는 빨치산 등 적대 세력 소속 인물 최소 8명에 대해 ‘민간인 학살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1950년 전북 고창 일대에서 11사단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다고 판단했으나, 이후 “가해 주체엔 빨치산도 포함돼 있었다”고 오류를 인정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불법적인 국가 폭력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피해를 회복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엄밀한 사료 교차 검증을 통해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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