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이젠 敵의 땅에서 전쟁"... 러 때린 로켓드론 공개
지난 6일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기습한 후 20일째 러시아 점령 작전을 이어가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신형 무인기(드론)로 러시아를 공격했다고 24일 밝혔다. 본토 기습 작전 성공에 이어 러시아군에 맞설 새 핵심 무기 투입을 알리는 등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승전보를 잇달아 전달한 것이다. 이날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날을 기리는 독립기념일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3주년 독립기념일인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의 새로운 무기 ‘팔랴니치아’를 오늘 처음, 그리고 성공적으로 전투에 사용했다. 이 무기는 침략자(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보복 방법으로 기존에 사용해온 드론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이 드론에 대해 “적(敵)들은 조만간 우크라이나의 대응이 러시아 연방의 어디든 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팔랴니치아’는 우크라이나 전통 빵 이름으로, 러시아인들이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로 유명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는 모두 드론을 전쟁의 주요 무기로 활용하고 있지만 개발·생산 전략은 차이가 있다. 러시아는 정부가 통제하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을 통해 대량생산에 주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스타트업 등 민간 기업을 정부가 지원해 혁신적인 신종 드론을 계속 개발하면서 러시아의 허를 찌르는 작전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무기 생산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새 드론을 ‘고속 정밀 표적 발사체’의 일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박격포탄을 장착한 드론, 대포를 쏠 수 있는 드론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무기인 ‘로켓 드론’을 소개한다”고 했다. 제트 엔진은 고온·고압 가스를 고속으로 분출시켜 생기는 반작용으로 추진하는 엔진으로 항공기나 순항미사일(로켓) 등에 쓰인다. 제트엔진을 쓰면 속도가 빠르고 정밀도가 올라가지만 가격이 비싸고 효율이 낮아 드론엔 배터리로 가동되는 프로펠러를 더 많이 쓴다.
우크라이나는 이 ‘로켓 드론’이 정확히 러시아 어디를 공격했는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23일 밤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서남부 보로네시 지역의 탄약고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탄약고를 공격했으며 일반적인 드론의 왱왱거리는 프로펠러 소리가 아닌, 항공기와 비슷한 제트엔진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는 팔랴니치아의 세부적인 사양을 발표하진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드론이 제트엔진과 강력한 탄두를 장착했으며 기동성이 좋고 속도가 빠르다고 묘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제트엔진을 장착한 드론을 시험하고 있다는 소문은 올해 초부터 돌았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군사 매체 ‘밀리타르니 저널’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제작한 ‘총알 제트 드론’이 비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의 드론, 헬기 및 기타 공중 목표물과 싸우기 위해 특별 제작됐다”고 밝혔다. 최대 3㎏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 제트 드론은 최고 비행 고도 6㎞, 최고 시속 450㎞, 최장 비행 거리 200㎞의 성능을 지녔다. 드론 다섯 대와 지상 시스템으로 이뤄진 복합 시스템 비용은 13만유로(약 1억9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다만 이때 공개된 드론이 팔랴니치아의 개발 단계 모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자체 제트엔진을 장착한 드론은 프로펠러용 모터 등을 쓰는 기존 드론보다 먼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훨씬 빠른 속도로 타격할 수 있다. 더구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요격이 더욱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트엔진을 단 대표적인 드론 기종으로는 이란제 ‘샤헤드-238 자폭 드론’이 있는데, 러시아군이 올 초부터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신형 드론인 팔랴니치아가 예상대로 제트엔진을 단 기종으로 밝혀지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자국 기술로 러시아와 대칭적인 드론 전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젤렌스키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수미 지역을 방문해 찍은 녹화 영상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달 초부터 진격해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와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곳에서 수 ㎞ 떨어진 곳”이라며 “오늘 우리는 33번째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적이 우리 땅에 가져온 전쟁을 그들의 땅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또 러시아 본토 기습을 기획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계급을 기존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시켰다. 젤렌스키는 모바일 메신저에 올린 별도의 영상 메시지에서 푸틴을 겨냥해 “빨간 단추(핵무기 발사 버튼)로 모두를 반복해 위협하는 붉은 광장의 역겨운 노인은 자신의 그 어떤 요구 사항도 우리에게 강요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점령 기간이 길어지면서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남의 일’로 여기던 러시아 일반 국민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3일 “점령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푸틴이 러시아 직업군인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주력군을 쿠르스크로 배치하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징집병 위주로 장비와 훈련이 부족한 쿠르스크의 러시아 수비군은 막대한 손실을 봤고, 병사들이 포로가 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그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반전(反戰) 여론이 꿈틀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을 선언한 날을 기념하며 제정된 공휴일. 이날 발표된 독립선언문은 그 해 12월 1일 국민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을 받으며 통과됐다. 다른 공휴일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인식됐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된 이후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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