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선고 앞두고 사법부 숙원 해결 나선 野
김용민 등 '법관 자격 완화' 법안
발의 7명 3년 전엔 똑같은 법 반대
법원과 '관계 개선 시도' 의혹
입장 바꾼 이유 국민에 설명해야
법원의 숙원 사업이 있다. 법관 임용 자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2011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판사는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검사나 변호사 중에 뽑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사회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사람을 판사로 채용해 재판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사법연수원 졸업 후 곧바로 판사가 된 사람끼리 모여 ‘법관 순혈주의’가 생겼다고 비판해온 민변과 참여연대 등이 여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10여 년 시행해보니 문제가 생겼다. 일단 대형 로펌으로 간 우수 인력은 판사보다 돈을 3배 이상 버는 자리에 남는 경우가 많았다. 경력 요건 강화로 법관이 고령화됐다. 판사 평균 연령이 39.9세에서 44.6세로 높아졌다. 판사 공급은 부족한데 사건은 갈수록 늘어 3000명이 연간 600만건을 처리한다. 재판 지연이 심각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까지 나서 법관 자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판이 늘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법원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상한 것은 민주당이다. 평소 민변·참여연대와 보조를 맞춰온 민주당이 최근 법원 편을 들어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 21명이 지난 14일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 요건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사실 이와 똑같은 내용의 법안이 3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김 의원 등은 그때는 반대했다. 김 의원은 당시 “‘(법관이) 안 뽑히니까 (경력 제한을) 낮춰주세요’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왜 안 들어오는지 분석을 하시라”며 “법관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법관 자격을 변경)했는데, 오히려 더 똘똘 뭉쳐 그들끼리의 리그가 깨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 법안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까지 올라갔지만 김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사실상 반대였다. 결국 총 투표수 229명에 찬성 111, 반대 72, 기권 46명으로 부결됐다. 회의록을 찾아보니 최근에 김 의원과 함께 법안을 발의한 의원 21명 중 7명, 3분의 1이 3년 전에는 똑같은 내용의 법안에 기권 내지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의원과 문정복·민형배 의원은 기권, 김승원·장경태·주철현·한준호 의원은 반대했다. 그랬던 이들이 3년 만에 입장을 정반대로 바꿔 이 법이 꼭 필요하다며 앞장서 발의까지 한 것이다.
이들이 법 개정 이유로 든 ‘판사 지원자가 충분치 않아 우수 인재가 임용되지 못한다’, ‘판사 수는 부족한데 사건 난도와 업무량이 증가했다’ ‘사건 처리 지연이 심각하다’ 등은 3년 전에도 법원이 똑같은 법안에서 똑같이 주장했던 사유다. 그때는 반대했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입장을 바꿨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2021년 8월 법관 자격 완화 법안이 부결된 직후 대장동 의혹이 터졌다. 이후 이재명 대표는 7개 사건 11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오는 10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법원의 숙원 사업을 들어주는 법안을 처리해 ‘관계 개선’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은 한편으론 “이 대표의 ‘정치적 기세’가 높은데 함부로 판결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법원을 겁박하는 중이다.
법원이 민주당의 어르고 달래기에 넘어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재판을 놓고 정당과 거래하는 일도 없으리라 믿는다. 다만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7명은 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지 그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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