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지방 상가의 눈물… 경매 물건 2년새 160% 급증

太兄 2024. 8. 16. 19:40

지방 상가의 눈물… 경매 물건 2년새 160% 급증

혁신도시 상가 10곳 중 4곳은 비어

입력 2024.08.16. 00:30업데이트 2024.08.16. 07:03
“임차인 구합니다” - 15일 경북 김천시 율곡동 김천혁신도시 상가 1층 전체가 세입자 없이 텅 비어 있고, 점포 입구와 벽마다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상가는 KTX 역과 가까운 김천혁신도시 내 핵심 상권에 있지만, 광복절 휴일인 이날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김동환 기자

경북 김천시 율곡동의 한 상가 3층에 있는 점포 5실(전용면적 28㎡)은 오는 20일 네 번째 경매를 진행한다. KTX 김천구미역 바로 맞은편에 있어 김천혁신도시 내 핵심 상권에 있지만, 오랜 기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주인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내몰린 것이다. 이미 세 차례 유찰돼 입찰 최저가가 감정가(73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2500만원 정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에는 한국전력기술 김천 본사 입구에 있는 5층짜리 꼬마빌딩이 통째로 경매에 나왔고,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31억6535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저렴한 21억원에 매각됐다. 2000명이 넘는 한국전력기술 임직원 수요를 노리고 2017년 준공된 이 꼬마빌딩은 1층 카페 외에는 임차인을 찾지 못해 결국 통으로 매각됐다.

그래픽=백형선

지방 상가 시장이 고금리와 공급 과잉, 인구 감소와 이커머스 시장 확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지역 성장 거점으로 삼으려 했던 혁신도시에선 인구에 비해 상가가 과도하게 공급돼 공실률이 40% 안팎에 달한다. 노후 대비나 투자 목적 등으로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수익은커녕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견디지 못해 분양가보다 싸게 처분하거나 경매로 떠밀리고 있다.

◇지방 상가 경매 2년 새 2.6배 급증

15일 부동산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경매에 나온 지방 8개 도 상가는 4910건으로, 작년 상반기(3281건)보다 49.6% 늘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2년 상반기(1908건)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157%) 급증했다. 상가 매물은 쌓이는데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는 물건은 드물다. 올해 상반기 지방 상가 낙찰률은 평균 15.2%에 불과했다. 경매 시장에 나온 물건 10개 중 1개 정도만 팔렸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커머스 활성화로 예전보다 오프라인 상가를 찾는 수요가 급감했고, 금리가 높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투자 상품으로 인기가 없어 경매에서도 외면받는 것”이라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가는 안정적인 월수입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노후 재테크 수단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며 배달과 온라인 쇼핑 문화까지 확산하자 상가를 찾는 소비자가 줄었고,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적으로 상가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특히 수요보다 상가가 과잉 공급된 지방 혁신도시는 공실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김천혁신도시 집합상가(여러 사람이 구분 소유하는 점포가 모인 상가) 공실률은 42.5%에 달해 전국 평균(10.2%)의 4배 수준이다. 상가 점포 10곳 중 4곳은 비어 있다는 의미다. 나주혁신도시(38.7%), 대구혁신도시(37.9%), 전북혁신도시(28.6%), 충북혁신도시(22.9%) 등도 공실률이 20%를 넘는다.

이날 찾은 김천혁신도시 상가 곳곳은 세입자가 없이 텅 비어 있고 ‘마지막 파격 임대’ ‘초저가 임대’ 등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복절 휴일이지만 핵심 상권인 혁신로 일대는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주 인구가 2만3000명 정도 수준인데, 이마저도 주말에는 대부분 대구나 서울로 빠져나가 버리니 공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가 공급 폭탄에 공실 해소 어려워

2015년 준공돼 10년 차에 접어든 혁신도시 상가가 여전히 공실로 몸살을 앓는 이유로는 인구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상업 용지 비율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이 인구 1인당 도시별 상가 면적을 분석했더니, 혁신도시의 경우 최근 조성된 수도권 신도시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례신도시는 1인당 상가 면적이 3.6㎡, 미사강변도시는 4.7㎡ 수준이지만, 나주혁신도시는 28.1㎡에 달한다. 대구(9.1㎡), 원주(9.0㎡), 김천(8.2㎡) 등 혁신도시도 인구에 비해 상가가 많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LH는 신도시를 조성할 때 토지 용도별로 면적 비율을 정하는데,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상업 용지 비율이 과도하게 책정된 것이다. 특히 나주혁신도시의 경우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설사가 없자 주상복합 용지를 대거 상업 용지로 바꾸면서 상업 용지 면적이 대폭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자녀 교육과 인프라 부족 문제 등으로 인구가 계획보다 크게 늘지 않고, 주말에는 가까운 대도시나 수도권에서 소비 활동을 하면서 상가 공실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계획인구를 달성한 곳은 부산혁신도시 1곳뿐이다.

혁신도시를 비롯한 지방 상가 공실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전국 15개 시도에서 지난 2분기 소비가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내수 부진에 지난 5월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9년 6개월 만의 최대치로 치솟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매로 넘어오기까지 6~8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이자를 견디지 못해 나오는 경매 물건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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