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경례·현충탑 헌화 못하겠다는 구치소장

[어떻게 생각?] 국기 경례·현충탑 헌화 못하겠다는 구치소장

서보범 기자

입력 2024.08.07. 01:27업데이트 2024.08.07. 11:43

지난 6월 6일 오전 대구 남구 충혼탑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참배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시스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일선 구치소장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국기에 대한 경례, 현충탑 헌화 등을 거부해 법무부가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지난 6월 한 구치소에 부임한 A 소장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등이 식순에 포함된 취임식을 하지 않았다. 같은 달 4일 제69회 현충일 추념식 때도 현충탑 헌화를 하지 않았다. 구치소 내에서 “소장이 어떻게 국가 기본 예절을 지키지 않느냐”는 논란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자 A 소장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 것이 민망해 취임식을 회피한 것이 아니다”라며 “근무 인사로 취임식을 대신했다”고 했다. 또 “현충탑 헌화는 하지 않았지만 간부들과 함께 현충탑을 방문해 최선을 다해 순국 선열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표했다”고 했다.

A 소장이 믿는 여호와의증인은 국기에 대한 경례, 집총(執銃) 등을 교리로써 금지한다. 19세기 미국에서 발흥한 신흥 종교인 여호와의증인은 국기 등 상징물에 대한 경례를 ‘우상 숭배’라고 여긴다. 미국에선 1940년대부터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호와의증인은 이 밖에도 수혈을 거부하기도 한다.

법무부는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A 소장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 중이다.

A 소장은 본지 취재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특정 종교인이라고 일반 국민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종교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니 불가침의 영역”이라며 “다만 국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의례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