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되겠지" 돌부처 양지인, 슛오프 끝 사격 金 쐈다
여자권총 25m 서 사격 3번째 금메달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3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양지인(21·한국체대)이 3일(현지 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총점 37점을 쏜 후 슛오프 접전 끝에 1위를 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m 공기권총 오예진, 10m 공기소총 반효진에 이은 쾌거. 전 종목 통틀어 한국의 8번째 금메달이다.
양지인은 전날 완사 30발·급사 60발 점수를 합산하는 본선에서 586점을 기록, 6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선 표적을 3초 안에 쏘기를 5번 반복하는 세 시리즈를 한 후, 이후엔 한 시리즈를 할 때마다 합산 점수가 가장 낮은 1명씩 탈락한다. 그는 첫 시리즈에서 3점을 쏘며 4위로 시작했으나, 2·3시리즈에서 연달아 만발을 쏘며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나, 9시리즈에 프랑스 카밀 예드제예스키에게 동점(33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둘만 남은 마지막 10시리즈에서 나란히 4점을 쐈다. 딱 5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서 양지인은 4점을 쏜 반면, 예드제예스키는 1점에 그쳤다. 양지인은 수줍게 두 팔을 흔들며 금메달을 자축했다.
양지인은 이 종목 세계 랭킹 2위 강자로, 지난 1월 자카르타 아시아선수권에서 결선 세계신기록(41점)을 세웠고, 5월 바쿠 월드컵 대회 1차 경기에서 자기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같은 대회 2차 경기에서 대표팀 동료 김예지(32·임실군청)가 그 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따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사격계 내부에선 김예지보다도 양지인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대표팀이 올림픽 전에 ‘금1·은2·동3′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양지인 금메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장점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다. 특별한 루틴도 없고, 뚜렷한 꿈과 목표도 없다고 한다. 인생 좌우명이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다.
양지인의 이런 성격이 실제 사격술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사격 동작이 단순하고 간결하며, 총을 들었을 때 흔들림이 매우 작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점수 기복이 적고 꾸준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펼친다는 평가다.
전북 남원 출신인 양지인은 중학교를 졸업하며 서울로 사격 유학을 왔다. 남원하늘중 2학년 때 회장기 전국 중·고등학생 사격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재능이 있었는데, 당시 한국체대에서 교생 실습을 나온 사격 선배가 “더 큰 선수가 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고 권유해 2019년 서울체고에 진학했다. 그때부터 25m 권총을 주종목으로 삼아 반년 만에 출전 대회에서 네 차례 결선 진출을 하고 전국체전에서 개인 은메달(공기권총)을 따는 등 재능을 발휘했다.
고 2때부턴 코로나 사태로 많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 와중에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입상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사격은 개인 종목이라 온라인 개최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체대 입학 후 기량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2023년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원래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에 뽑히지 못했지만 대회가 코로나로 1년 미뤄지며 다시 선발전 출전 기회를 받아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렇게 나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단체전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대회 순연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그 이후 약 10개월 만에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 그는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그의 아버지 양재성(53)씨는 “내가 권투 선수 출신이라 운동이 힘든 걸 알아서 안 시켜려고 했는데 지인이가 ‘믿어달라’고 하더라”며 “파리 가기 전에 모르는 사람 전화오면 받으라고 하더라. 메달 따서 기자들이 전화올 거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는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눈물이 난다. 축하 플래카드를 거창하게 달아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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