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황만 있을 뿐이다.
만일 우리가 깨어있다면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읽다가...
1982년도에 입적(入寂) 하신 경봉(鏡峰) 대선사 (1892-1982)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씀이시다.
때는 조선시대 말쯤이다.
어느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주막에 들르게 되었다.
거기서 대들보에 소의 불알을 삶아서 달아 놓은 것을 보고 주모에게 썰어 달라고 하여 술안주 삼아 배불리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값을 치를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험상궂은 주인 남자까지 뛰쳐나와 삶은 소 불알과 술값 내 놓으라고 난리가 났다.
이 나그네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지경이 벌어졌던 것이다.
근데 참 이 나그네 태연히 하는 말씀 좀 들어보소.
《 “주모, 암소 잡은 요량하소. 암소 잡은 요량...”》
애당초 암소를 잡았으니 소 불알이 어디 있겠으며, 그래서 어디 내가 암소 불알 삶은 것을 먹었다는 사실이 있겠느냐 라고 완전 똥배짱을 부렸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뒤집어진 남편이 행동을 착수하려고 하는 찰나에 나그네가 자기 신분을 밝혔다.
“나 정만서요.”
참 그 시대에는 이 정만서라는 사람이 조선 천지에 꽤나 유명했던 모양이다.
바로 “천하의 잡놈 정만서”였던 것이다.
이 말에 그 험악한 주막 주인 남편도 돈 받을 생각을 아예 포기하고 말았다.
아예 상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 값 대신에 소리나 한 번 해보시오.”라고 하니까 이 천하의 정만서가 춤추고 노래를 했다.
이것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들어서 술과 안주들을 모두 먹어서 그 주막을 연 이래로 최대의 매상을 올렸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일을 암소 잡은 요량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원래 암소를 잡았는데 삶은 불알이 어디 있겠는가?
암소에게는 불알이 원래 없지 않은가?
왜 없는 불알을 가지고 시시비비(是是非非) 하는가 라는 말씀이시다.
주막 주인이 이렇게 암소 잡은 요량을 하면 시비(是非) 붙을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원래 없는 것인데...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사람이든 물질이든 모두 다 본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면 아무런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없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가 아닌가?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우주 삼라만상이 원래 없다고 하는 것이 불법(佛法)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공(空)이라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이 다 꿈이고 환영(幻影)일 뿐이다. 원래 암소 불알이라는 것이 없지 않은가?
없는 것을 자꾸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통을 받고 사는 것이 우리 중생살이가 아니겠는가?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본래 존재하지 않는 무(無)요, 공(空)인데
왜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여 고통스러운 중생살이를 하는가?
하옇튼 이 천하의 잡놈 정만서의 말과 같이
“암소 잡은 요량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되지 않겠는가?
“암소 잡은 요량 하소.”
참 좋은 말씀이시다.
도인(道人)들이 마음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도 사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허상(虛相)이고 환영(幻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도(道)를 깨달아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 텅 텅 빈 공(空)이라는 것을 증득(證得)하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애착과 집착을 다 내려놓고 마음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을 포함한 일체의 세상만사가 원래 다 없는 것인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생기겠는가?”
우리가 보고 듣고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사실은 다 꿈이고 허상이고 환영인 것이다. 없는 것을 가지고 왜 시시비비(是是非非)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 가는가?
천하의 잡놈 정만서의 말과 같이 “암소 잡은 요량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방하착(放下着)하는 마음 비우는 진리인 것이다.
자!
우리 모두 천하의 잡놈 정만서와 같이 마음을 비우고 살아 가자.
몸편한것보다 맘편한것이 더 좋답니다.
“이보시개, 암소 잡은 요량하며 사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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