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노동개혁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노는 대졸자' 406만명
대졸 학력자 중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아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이 40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꼴로 대졸자다. 취업했거나 취업 경험 있는 20~34세의 32%에 해당되는 220만명이 구직에 나선 후 취업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다는 통계도 나왔다. 2년 이상 걸린 경우도 133만명(20%)에 달했다.
‘노는 대졸자’ 406만명과 ‘장수 취업생’ 220만명은 노동·교육 개혁이 왜 시급한지 보여준다. 대학 졸업자들이 원하는 대기업 정규직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취업도 재수, 삼수를 불사하지만 계속 실패하면 구직 단념자가 된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는 심신장애, 육아, 가사 등의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다’는 사람도 237만명에 달한다. 대졸자만 양산하는 교육 시스템, 이들을 고용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노동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졸자들 역량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자 대기업들이 대졸 공개 채용은 대폭 줄이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직적 고용 제도는 대졸자 취업 문턱을 더욱 높인다. 정규직은 한번 뽑으면 해고가 불가능한 데다, 임금 체계도 매년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체계라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 채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호봉제를 탈피해 직무급, 성과급 중심의 임금 체계로 바꿔야 청년들을 더 고용할 수 있는데, 임금 체계 개혁, 노동 개혁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폭증한 것은 대학 진학생은 넘치는데, 대학 교육의 질은 낮아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력 공급이 안 되는 인력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학 개혁, 교육 개혁을 통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을 길러내야 하는데, 대학 내 기득권 장벽에 가로막혀 대학 구조 조정은 물론이고 학과별 정원 조정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3대 국정 과제로 꼽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이대로 가면 ‘노는 대졸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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