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양

연정

太兄 2024. 7. 17. 16:54

💘내리는 비도 피하고,구두도 손볼 겸 한평 남짓한 구두 수선방에 들어 갔다

문을 열자 나이 7ㅡ80 넘은분이 양다리가 없는 불구의 몸으로 다가와 나의 흙 묻은 구두를 손 보기 시작하였다.
불구의 노인 앞에 다리를 꼬고앉은 내 행동이 무례한 것 같아 자세를 바로하면서
" 힘들게 번돈 어디에 쓰시나요?"
공손히 여쭙자 가슴에 응어리진지난 날의 긴 이야길 나에게 들려 주셨다.
힘들게 번 그 돈을 한달에 한번 보내주는 곳은 부모님도 자식도, 형제도 아닌, 신분을 밝히지 못한 채 수십년 동안 보내 주는 곳에 대한 사연 이었다.

"대대로 물려 온 지긋 지긋한 가난. 한마지기 땅으로 9식구가 사는 집의 장남인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들의 손을 뿌리치고자유 평화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월남전에 지원해 갔어.
하지만 더 가슴 아픈건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가는 것이였어..."
"울며 매달리는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약속 했었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서 돌아 오겠노라고...>

그녀가 말하더군
<살아만 오라고, 언제 까지라도 기다리고 기다리겠다고>
같이 마을 뒷동산에 올랐는 데,작은 몸을 떨며 나를 붙잡고 얼마나 울어 대던지.
그리곤 이삼일 후 해병대에 지원해서 월남 파병이 되었지"
"그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하루 하루가 지옥 같았어.
살기 위하여 싸웠고,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죽지 말아야 했지~
수없는 전투를 힘들게 하면서 편지가 왕래하던 다음해 귀국을 앞둔 겨울 마지막 전투에서 벙커로 적의 수류탄 이 떨어진거야"

"생각할 여지가 없었어.
떨어진 수류 탄을 몸으로 막아 동료들의 목숨은 구했지,
눈을 떠보니 하체가 없는 불구자가 된거야.
통합병원에서 겨우 살아는 났건만, 울면서 밤을 지새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그 몸으론 사랑하는 여자 앞에
나설수가 없음을 알았던 거야"

"고민 끝에 세상에서 제일 슬픈 말을 전해야 했어,
<그 여자에게 차라리 내가 전사 했다고...>
난 가슴이 찢어져 내리는 것 같아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했지.
그후 불구자로 제대 한뒤 3년쯤 후에 상처가 아물게 되자,
난 그 여자가 보고 싶어졌어.
그때 쯤 그 여자가 결혼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

"잘 살아주길 기원 하며 숨어서라도 딱 한번 만이라도 보려고 그달 기적처럼 어느 간이역에서 그녀를 만났어.
둘이는 벙어리가 되어 서로 멍청히 보고만 있었지.
그리고 나서 그 여자 남편을 보는 순간 난 더 기가 막혔지,
그 남편은 나보다도 더한 양손 양다리가 모두 없는 불구자 였어.
그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인 나를 월남 전에서 잃었다 생각 하고 나와의 약속 때문에 나와 처지가 비슷한 그 남자와 결혼한 것이였어.

그 얘길 듣고 난후 내 자신에게 화가나서 참을수가 없었지,
그 남자를 버리라 할수도 없었고, 내게  돌아와달라 할수도 없었어.
"그 여자는 하체가 없는 내 앞에 엎드려 한참을 울더군.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해가 질때 떠나가면서 나에게 말하더군.
<우리 둘이 약속한 그 뒷동산의 꽃을 자기 눈물로 키웠다>고
<하지만 살아줘서 고맙다.> 고 그리곤 손 흔들며 떠나버렸어."
"그 후로 난 지금까지 웃으며 살아 본 적이 없어.

그져 그녀와 함께했 던 그 동산에 올라 내 자신을 책망하며살아 왔었지.
나의 용서를 빌며 인연의 끈을 놓기 싫어 얼마 안되지만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주려고 이렇게 번 돈을 그 여자한테 매월마다 익명으로 보내고 있지..."
노인은 그렇게 말을 이어 가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하늘을 보며 눈물을 닦아내고 계셨다.
구두 수선방을 나서며 '노인의 기막힌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멍멍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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