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양

한 바가지의 물, 마중물

太兄 2024. 6. 30. 18:04

한 바가지의 물, 마중물

드넓은 사막 한 가운데, 이제는 폐허나 다름없는 주유소가 있고
거기에 그 사막에서 유일하게도 물펌프가 하나 남아 있다.
여한 사람의 지친 나그네가 목마름으로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주유소의 물펌프를 발견하고 한 달음에 달려간다.

그리고는 한 바가지의 물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팻말을 발견하게 된다.
“이 물펌프 밑에는 엄청난 양의 시원한 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른 사람은 이 펌프 물로 목을 축이고 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펌프 앞에 놓은 바가지의 물만은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물을 펌프 안에 넣어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만 지하의 물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펌프 안의 물을 퍼올려 목을 축이셨으면 떠나기 전에 잊지 말고 
그 바가지에 다시 한가득 물을 퍼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올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나그네를 위해서입니다.”
그 나그네가 펌프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그보다 앞서서 펌프를 다녀갔던 수 많은 사람들이
팻말의 충고대로 바가지의 물만은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펌프를 거쳐간 사람 가운데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팻말의 충고를 무시하고
바가지의 물을 마셔버렸다면, 사막의 유일한 펌프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영원히 물을 뿜어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모두들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서, 타는 듯한 목마름을 참아내고
바가지의 물을 소중하게 지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한 바가지의 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메마른 사막 한 가운데에서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뽑아 올릴 수 있는
한 바가지의 물,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그 물.....
우리에게 오늘이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한 바가지의 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지친 나그네는팻말 앞에서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도 역시 바로 눈 앞에 놓여 있는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 안으로 부어 넣고는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펌프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그 물로 마음껏 목을 축인 나그네는
행복에 넘치는 표정으로 펌프 앞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는다.

“이 한 바가지의 물은 뒤에 오는  나그네를 위한 것입니다.
당신이 잠깐 동안 목마름을 참고 한 바가지의 물을 지킬 수 있다면 이 펌프 물은 앞으로도
목마름에 지친 수많은 나그네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을 지경에 이르는 목마름을 참고 뒷날의 나그네를 위하여 한 바가지의 물을 남겨 놓은
그것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