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다서 일하는 美 항모는 3~4척뿐? "중국 때문에라도 더 늘려야"
11척 있지만 1/3원칙 때문
전문가 "중국 탓에 15척까지 늘려야" 주장
건조 중인 신형 항모도 계속 인도 늦춰져
미 해군은 지난 23일 홍해에 배치됐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함(CVN-69)이 7개월 간의 임무를 마치고, 홍해 해역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30일 현재 아이젠하워함은 현재 지중해의 그리스 크레타섬을 지나고 있다.
아이젠하워함은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이후 시작한 예멘 후티 반군 세력의 민간 화물선ㆍ유조선 공격을 막기 위해 작년 10월 초 홍해에 배치됐다. 이후 두 차례 임무를 연장했지만 이제 유지 보수를 위해 모항(母港)인 미국 버지니아주의 노퍽 기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홍해에서 아이젠하워함의 공백을 메울 후속 항모가 6월22~25일 한국ㆍ미국ㆍ일본의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을 위해 우리나라의 부산을 방문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다. CV는 Carrier Vessel(수송 선박)이라는 뜻이고, N은 원자력(nuclear) 추진, 숫자는 미 해군이 건조한 항모의 순서를 뜻한다.
따라서 아이젠하워함이 떠난 홍해에는 루스벨트함이 도착하기까지 한동안 미 항모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지중해와 홍해에는 미 구축함 수 척이 떠 있지만,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은 계속된다.
항공모함은 미 해군력의 상징이다. 미국은 1922년 랭리(LangleyㆍCV-1)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취역한 수퍼 항모 제럴드 R 포드함(CVN-78)까지 78척을 건조했고, 현재 모두 11척의 핵추진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세계 해역에서 동시에 임무 수행 중인 항모의 수는 3~4척에 그친다. 이는 일반적인 군사 장비와 마찬가지로, 1대3의 규칙에 따른 것이다. 즉 전체 항모의 1/3은 임무 배치, 1/3은 임무 해역으로 이동 또는 귀항(歸港), 1/3은 유지 보수ㆍ업그레이드의 순환을 거친다.
미 항모는 일반적으로 32개월에 한 번씩 유지 보수의 주기를 맞는다고 한다. 드라이도크에 올려 놓고, 광범위한 수리ㆍ업데이트를 한다. 한번 수리에 들어간 항모는 종종 수년 간 업그레이드와 복귀 훈련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항모 조지 H W 부시함은 작년 12월 이래 유지 보수 중이고, 가장 최신 항모인 제럴드 R 포드함도 1년간 유지 보수 중이다. 존 C 스테니스함은 2021년 5월부터 종합적인 업데이트에 들어가 2025년에야 재배치된다 이는 항모의 수명과 전투 태세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결국 11척의 항모가 동시에 투입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3~4척이 옅게 퍼져(spread thin) 커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6월 25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 전세계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미 항모는 부산의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페루 인근 해역의 조지 워싱턴함(CVN-73), 필리핀해의 로널드 레이건함(CVN-77) 3척이었다. 나머지는 이동 중(in transit)이거나 유지 보수(maintenance) 중이다. 동시 다발적 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미 항모는 3~4척인 것이다.
이 탓에, 특히 중국이 태평양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력을 지닌 미국의 적(敵)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미국의 항모 수도 증가돼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미 군사안보 전문가들 간에 제기된다.
◇냉전 때 미 항모는 13~15척 유지
미 해군은 법에 의해, 최소 11척의 항모를 운용해야 한다. 냉전 시절에 미 해군은 13~15척의 항모를 유지했고, 일반적으로 6개월 간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항모 수가 점점 줄면서 배치 기간이 늘어나, 2020년 1월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은 295일간 배치됐다. 현재의 11척 상황에선, 긴급 상황 시에 이동 중인 항모까지 동원하면 5~6척을 배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중국’이란 요인 때문에, 미국 항모 수는 15척까지 증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1대3 규칙을 따른다면, 항시 5척 항모는 전세계에서 임무 수행 중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항모 15척’을 주장하는 이들은 남중국해, 타이완 무력 위협, 일본을 비롯한 미 동맹국들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억지하려면 항시 3척은 태평양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3척의 항모는 달려들어야, 중국의 어떠한 도발 기도도 사전에 분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유럽의 발트해ㆍ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우방국들, 중동 지역을 위해 각각 항모 한 척을 항시 배치한다. 유럽ㆍ중동엔 미군 기지가 많아서 2척 정도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총 15척이면, 위중한 분쟁 상황에서 최대 8~9척의 항모가 배치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10척의 니미츠급 항모 10척과, 이보다 더 현대적이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제럴드 R 포드급 항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1개 항모 전단(戰團) 추가하는 데만 37조 원 이상 소요
미 해군은 앞으로 40년에 걸쳐, 모두 제럴드 R 포드급 항모 12척을 건조ㆍ운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뿐 아니라, 항모와 전함, 잠수함, 함재기 등으로 구성된 1개의 항모 전단을 운영할 병력 충원, 제조부품 공급라인의 확보가 관건이다.
제럴드 R 포드급 새 항모인 존 F 케네디함은 내년에 미 해군에 인도되지만, 다음 번 포드급 항모인 엔터프라이즈함(CVN-80)은 부품 공급라인의 문제로 인해 애초 인도 계획보다 1년 반 뒤인 2019년 9월에, CVN-82는 해군의 예산 문제로 2028년에서 2030년으로 구입이 연기됐다.
예를 들어, 제럴드 R 포드급 핵항모 한 척을 건조하는 비용이 133억 달러. 여기에 수시로 수억 달러의 유지 보수 비용이 들어간다. 전투기를 장착하는데 추가로 50억 달러, 각각 20억 달러짜리인 3척 이상의 구축함, 또 40억 달러짜리 잠수함도 필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탄약과 미사일, 무기 비용으로 10억 달러가 추가된다.
결국 새로운 항모 전단 1개를 꾸리는 데 270억 달러 이상이 들어간다(우리나라의 2024년 국방예산은 약 450억 달러ㆍ약 59조4000억 원). 따라서 4개 항모 전단 구축에 최소 1080억 달러가 들어가고, 각 전단은 7000명의 수병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나중에 연금 수혜자가 된다.
반면에, 해군 병력 충원도 쉽지 않다. 올 상반기 미 해군은 저조한 모병 실적(목표의 66.5%인 9883명 모병) 탓에, 2차 대전 이래 가장 적은 수병을 보유하고 있다. 수퍼 항모 몇 척을 더 건조한들, 운용할 병력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미국의 적에겐 “항모 격침은 극적인 효과”
한편, 미국의 적대국으로선 항모는 매우 공격하고 싶은, 탐나는 타깃이다. 항모 한 척만 격침시키거나 일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면, 미 해군력의 투사(投射)능력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미 해군은 지난 2월에도 ‘항모 킬러’로 알려진 중국 미사일 둥펑(東風)-21에 대해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 내에서도 미국 항모 전단은 충분히 작전을 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연식이 상대적으로 오래된 항모를 중국 인근 해역으로 보낸다고 한다. 갑자기 항모를 잃게 돼도, 장기적인 전투 능력에 덜 손상이 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중국은 미국인들의 분쟁 국가에 대한 지원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해선 ‘침몰하는 항모’ 장면이 매우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대 해군력을 갖추고도, 미국으로선 기존 항모 격침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감내할 수도, 신규로 최신형 항모를 신속하게 만들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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