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세계 뒤흔드는 위고비의 살빼는 원리, 한국연구팀이 밝혔다

太兄 2024. 6. 28. 19:46

세계 뒤흔드는 위고비의 살빼는 원리, 한국연구팀이 밝혔다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

입력 2024.06.28. 00:30업데이트 2024.06.28. 10:49
 

한미(韓美) 공동 연구진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체중을 줄이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그동안 비만 치료제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작용 원리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서울대 의대 실험실에서 최형진 교수와 박준석 연구원, 김규식 연구원(오른쪽부터)이 뇌에 전극을 연결한 실험 쥐를 손에 올려 들여다보고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쥐의 뇌를 레이저로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통해 GLP-1 비만 치료제가 작용하는 뇌의 부위를 밝혀냈다. /전기병 기자

최형진(47) 서울대 의대 교수와 케빈 윌리엄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교수 공동 연구진은 “최근 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GLP-1 유사체가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DMH 신경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DMH는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위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대표적인 의사과학자인 최 교수가 교신 저자로, 서울대 의대 졸업생인 박준석(25)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의학과 과학의 시너지를 증명한 사례가 됐다. 최 교수는 “부작용은 줄이고 식욕 억제 효과만 끌어내는 GLP-1 계열 치료제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뇌 신경 회로에 작용, 포만감 유발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도록 한다. GLP-1 계열 약물이 2020년대 들어 비만 치료제로 출시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GLP-1 계열 약물이 식이를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비만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신경에 작용하는지는 논란이 있었다.

연구진은 뇌의 신경 회로가 빛 자극에 반응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실험 쥐를 활용했다. 시상하부의 특정 부분을 직접 자극해 어떤 신경이 GLP-1과 결합하는지 확인에 나섰다. 레이저 장비를 이용해 GLP-1과 결합하는 수용체가 많은 DMH 신경을 자극하자 쥐가 먹는 것을 중단했다. 포만감이 발생한 것이다. 반대로 신경 회로를 억제하자 배부름을 느끼지 못해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픽=김성규

◇배고픔 원인 찾는 의사과학자

연구를 이끈 최 교수는 10여 년간 식욕을 연구해 왔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병원 내분비내과에 재직하던 2000년대부터 배고픔에 대한 고민은 시작됐다. 최 교수는 “심근경색으로 죽다 살아난 환자도 혈당 조절하겠다고 입원해서 몰래 과자를 먹더라”며 “당뇨, 비만 환자들이 식욕 문제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욕을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년간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던 그는 한계를 느끼고 2015년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에 교수로 부임하며 연구에만 집중하는 의사과학자로 전향했다. 최 교수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느끼는 보람도 있고, 연구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환자 수가 많아 연구와 병행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박준석 연구원은 이런 최 교수의 연구에 흥미를 갖고 서울대 의대 예과생 시절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지난 2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현재 서울대병원 인턴에 합격한 상태로 최 교수 연구실에 적을 두고 있다. 박 연구원은 “처음에는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연구에 참여했는데 예과 2학년 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와 당뇨병 지표 간 상관관계에 대한 임상 논문을 주 저자로 발표하는 등 경험을 쌓으면서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며 “방학과 연구 집중 기간 등을 이용해 연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의대 학점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연구를 하는 이유를 많이 물었는데 학생으로서 정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동 제1저자인 김규식(30) 연구원은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임상 경험이 있는 교수님과 함께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진료는 적게 보면서 병원에서 돈도 적게 받고, 연구비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의사과학자 등 다양한 근무 방식이 존재한다”며 “환자 진료 과정에서도 얻는 아이디어가 많아 양쪽을 병행할 수 있는 체계가 잡힌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대 측은 “2008년 의과학과를 설립하며 적극적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확대하면서 현재 환자 진료를 최소화하고 연구에 더 집중하는 의대 교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GLP-1 비만 치료제

음식 섭취 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 유사체를 기반으로 해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체중 감량 부작용이 발생하자, 비만 치료제로 활용 가능성을 주목받았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 이 성분의 비만 치료제가 여럿 출시됐다.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당뇨를 넘어 비알코올성 지방간, 심혈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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