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은 폭발적 성장, 불 끄는 대책은 전무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 전지 공장 화재로 인한 참사는 배터리 화재가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발화 당시 배터리에서 나온 흰 연기가 공장 안을 뒤덮는 데 1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직원이 일반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리튬은 물과 닿으면 발열·폭발 등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어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나 모래 등으로 꺼야 하는데 그런 장비는 공장에 없었다. 그런 장비를 공장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배터리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화재 대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생긴 데는 금속 화재가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탓이 크다. 그렇다 보니 대응 매뉴얼은 물론 별도의 기준이 없어 소화기를 개발해도 시험할 기준조차 없다고 한다. 민간에서 개발한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가 있긴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그런 소화기를 비치할 의무도 없다. 리튬 전지는 초기에 열 폭주가 일어나기 전 가스가 나오는데 이때가 열을 내릴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이때 쓸 수 있는 전용 소화기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제 배터리는 스마트폰·노트북·전기차 등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용량도 커지고 있는데 이는 화재 발생 시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화재 대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전기차 화재를 쉽게 진압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과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지난해 50만대를 돌파했다. 앞으로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배터리 화재 진압 방법 연구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무엇보다 먼저 배터리 제조 회사들부터 안전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공장 안에 있던 배터리 3만5000개를 보관소 한곳에 대부분 모아 놓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배터리 화재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공장에선 배터리를 구획을 나눈 공간에 조금씩 나눠 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 원칙만 지켰어도 이 같은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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