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소리 듣고 싶다

太兄 2024. 6. 18. 15:45

[김대중 칼럼]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소리 듣고 싶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지말고 정책발표, 장관이 직접 하게
낮은 자세로 나아가되 비굴한 모습 보이지 말라
언론에 대통령실 등장 않게 하고
부디 '보수의 가치'에 집중해 달라

입력 2024.06.18. 00:10업데이트 2024.06.18. 00:36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아니 그 예상을 뛰어넘어 4·10 총선 이후 정치시국은 헌정사상에서 유례가 없는 야당 독재, 여당 노예로 굴러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국회 독차지로 기고만장이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굴욕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는 언론 앞에서 준비해온 메모를 읽으며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준엄하게(?) 꾸짖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마도 그가 거론한 언론은 보수 성향의 언론뿐이 아닐진대 그는 이제 언론 전체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근 60년의 언론생활에서 온갖 욕과 학대를 감내해 왔는데 이제는 개(犬) 신세로, 그것도 누구의 애완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할 줄이야. 굳이 개(犬) 얘기를 하자면 이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개판정치의 장본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론이 누구의 애완견이 되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라꼴이 이렇게 어느 정치인 한 사람과 그를 추종하는 또다른 애완견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은 나라의 존립에 있어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그것은 정권의 문제, 어느 정치인의 야욕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삐져나가게 마련이다.

다음 대선까지 이렇게 3년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26년 전국 지자체 선거가 있는데 그런 때까지 2년을 이렇게 이끌려 갈 수는 없다. 아니 2년 뒤인 지방선거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한국 보수의 명맥은 끊어지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좌파의 천하로 갈 것이다. 윤 정권이 존립하고 안 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지금 이재명씨의 ‘대권놀이’ 차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도 아니고 자기 대통령 놀이의 들러리일 뿐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 국힘당이 서로 반목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는 게임을 부추길 것이고 무슨 법을 만들어서라도 자신이 법정에서 유죄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봉쇄작전에 올인 할 것이다. 그는 정말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물불도 가리지 않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를 얕잡아 봐서는 백전백패한다. 그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싸잡아 매도하고 북한과의 ‘평화’를 언급하며 보수 정권을 ‘전쟁놀이꾼’으로 비하하는 유튜브를 보면 전율을 느낄 정도다.

대한민국이 보전되려면 윤 정부가 이 대표의 이런 막가파식(式) 질주를 막아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간신히 이겨가지고 자만했던 윤 대통령과 국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의 냉혈적 복수전을 맛봤다. 윤 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서 지난 2년 해왔던 대로 해서는 이 대표를 멈출 수 없다.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그가 달라져야 국힘도 달라진다.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게임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정치란 국민의 동정심을 사는 게임이다. 국민이 편들어주고 불쌍하다고 이해해주고 어깨 두들겨주고 옷에 묻은 먼지 털어주는 것-그것이 정치의 요체다. 대통령이 저렇게 애쓰는데,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까지 국민의 마음이 움직여주면 그와 그의 정부의 인기는 오를 수 있다. 거기다가 “아니, 선거에서 이겼다고 이재명과 민주당이 저렇게 막 나가도 되는거야?”라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 된다. 엊그제 윤 대통령 신임도가 5% 오른 갤럽 조사가 시발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좀 잘나간다고 우쭐대고 자기를 내세우며 상대방을 깔보고 무시하는 정치다. 그것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에도 해당하고 이재명 대표의 앞으로 3년에도 적용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마이크를 쥐는 것을 즐겼다. 국민은 정부의 장관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대통령이 거의 모든 설명과 발표와 행사를 주도하고 독점해왔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대통령이 주연(主演)이고 대통령이 감독, 기획, 연출까지 다 맡는 방식은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이제 당에서 누가 대표가 되고 누가 위원장이 되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윤 대통령이 총선 과정과 그 이후 한동훈씨에 대해 마치 자기 수족처럼 여기는 모습에 놀라고 실망했다. 그 누구도 간섭 없이 당을 이끌 능력과 자격이 있다는 것을 대통령 자신이 북돋아 줘야 한다. 각종 정책 발표도 소관 장관들이 나서서 하도록 해야 한다. 언론에 ‘대통령실’이 등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대통령이 치중해야 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다. 민주·법치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에는 양보가 없어야 하고 대야(對野) 정치에서는 비굴한 모습은 보여서는 안 된다. 보수의 이미지를 지키며 낮은 자세(low profile)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