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 김광윤 Essay -
《페루 최초 한국인 시장 정흥원》
정흥원(페루이름 마리오정)은 한국에서 봉제공장을 하였고, 가족은 아내와 딸둘, 아들 하나가 있었다.
어느날 딸이 혈관에 구리가 쌓이는 윌쓴씨 병이라는 불치병으로 사망한다. 고통을 잊기위해 지구 정반대의 남미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난다.
그곳에서 터를 잡는가 했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딸과 동일한 병으로 사망한다.
아들과의 추억이 서린 그곳에서 역시 살 수 없어 다음으로 선택한 나라가 페루이다.
그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안데스 산맥 해발 4818미터를 넘어 차로 10시간 가면 나타나는 작고 소박한 도시 찬차마요시에 정착하였다.
아마존 밀립 초입에 위치하고, 커피, 오렌지, 파인에플 등 열대 작물 경작이 주요 산업이며, 인구가 20만명인 작은 도시였다. 풍경에 반해 이곳으로 이주했지만, 막상 살면서 보니 눈에 걸리는 것이 빈민들의 비참한 생활이었다.
병이 들었는데 돈이 없어 치료 한 번 못 받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그는 이들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일찍 죽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한 명에게 도움을(수술비) 주니, 소식을 들은 다른 사람도 나도 좀 도와달라고 찾아왔다. 하지만 당장 돈이 없어 빈 손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가 많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부지런히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다보니 찬차마요에서는 그를 '빈민의 대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페루에는 100개 이상의 정당이 있다. 그중 하나인 K정당이 그를시장후보로 추천한다는 연락을 하였다.
자신은 에스파뇰도 모르고 정치경험도 없고 대기업을 경영한 경험도 없어 거절하였다. 그러나 라디오뉴스에 그 정당에서 자신을 추천했으나 거절했다고 방송하여 그의 시장출마가 대중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길을 나서면 주민들은 그를 시장님, 시장님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여 결국 시장후보로 출마하였다.
그 때 부터 수많은 지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그를 지지하였고, 결국 34.8%로, 3선의 기존 시장 후보를 2배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는 온힘을 다해 시발전을 위해 헌신하였다. 정수처리장을 한국 서울시의 후원으로 건설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한국 코이카의 도움으로 병원을 건설하게 하였다.
그리고 250만불을 페루 정부로부터 확보하여 수십년간의 숙원사업이던 도시 첫 번째 실내체육관을 건축해주었다.
학교에는 운동장과 놀이터 그리고 최신 칠판등을 사비를 털어 지원하였다. 주변에 아마존살림지대라 마약이 많은데 아이들이 할 일이 없으면 마약에 물들 것을 염려하여 건전한 놀이 시설을 확충해 준 것이다.
시장인 그에게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병원비가 없어서 온 사람, 농사를 하려고 기계를 돌려야 하는데 기름값이 없어서 온 사람, 배가 고파 온 사람등등이다. 그는 최대한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지도자가 제대로 서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학교로 들어서면 아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몰려와 안기며 반가워한다. 도시마다 벽에는 그의 페루 이름 마리오정을 적고 그를 응원한다.
고지대의 농민들이 늦은 도로공사와 질병문제로 커피농사를 망치고 시청으로 몰려와 시위를 하면 수많은 농민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그는 그들에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반드시 지킨다.
그는 문제를 해결할 약속을 하고 다음날 바로 커피재배지로 가서 모든 문제를 파악한다. 피해액수를 보충한 정부 예산을 가져오고, 농민들의 수익을 증대하려고 한국의 기업과 직거래로 커피수출을 이룩하여 농가에 커다란 이익을 남겨주기도 하였다.
시민들은 어디를 가거나 한국인 시장 마리오정을 칭송한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다. 정직하고 겸손한 우리들의 듬직한 친구이다.”
“그는 함께 여행할 때, 먹을 것을 우리에게 먼저 주었다. 부족하면 자신은 안먹고 남들을 먼저 챙겨주었다.”
“시장님은 늘 가난한 자, 아동, 교육복지에 깊은 관심을 갖습니다.”
“시장님은 단점이 없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임기를 마치고 시민으로 돌아가면 생(生)을 다할 때까지 여기서 우리와 사실 것입니다.”
부산MBC가 찬찬마요시를 방문하여 인터뷰할 때 정흥원 시장은 신장암에 걸려있었다. 주변에선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좋은 의료시설에서 치료받으면 좋으련만 모든 급여를 빈민들에게 기부하고 있는 그에게 치료비는 커다란 부담이다.
또한 매일같이 밀려드는 찬차마요시의 민원을 위해 헌신하느라 그에게는 치료받을 짬도 없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의 끝에서 만난 찬찬마요
이곳에서 그는 수많은 가족을 얻었다.
새로운 가족인 그들은 암에 걸린 자신의 아픔조차 잊게 만든다.
독립기념일 다음날 드디어 최초의 실내체육관 개관식이 있었다.
페루국기와 더불어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여기저기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인사가 들렸다.
한국의 전통 부채춤이 식전 공연에 체육관 한가운데서 펼쳐진다.
어쩌면 머지않아 다가올 자신의 삶의 작별행사처럼도 보였다.
그의 이름은 페루 최초의 한국인 정흥원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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