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議)와 논(論)으로 보는 한국 정치
한문 번역서들을 보면 대부분
의(議)도 ‘의논하다’로 번역하고
논(論)도 ‘의논하다’로 번역하고 있다.
‘논의하다’로 번역하기도 한다.
잘못이다.
의(議)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논(論)은 지나간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다행히 기존 표현들을 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의(代議) 민주주의라 하지
대론(代論) 민주주의라는 말은 아예 없다. 반대로 여론(輿論) 조사는 있어도 여의(與議) 조사는 없다.
선거에서도 우리는 의원(議員)을 뽑는 것이지 논원(論員)을 뽑지 않는다.
의(議)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이고
논(論)은 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의(議)보다 논(論)이 힘을 갖는 분야가 두 곳 있다.
학계와 법조계이다.
논문(論文)이라고 하지 의문(議文)이라 하지 않고
논고(論告)라고 하지 의고(議告)라고 하지 않는다.
판사가 내리는 판결문은 논(論)이지 의(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법조인 과잉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그리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까지 모두 법률가 출신이다. 21대 국회에서 46명인 법조인 출신이 22대에서는 60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국민들 일반 생각과 동떨어지게 되는 이유는 바로 미래보다는 과거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
의(議)를 만들어내는 훈련을 받은 바 없기에 무의식중에 과거를 향한 일에만 힘을 쏟는다. 대통령이 2년이 넘도록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공정과 상식이라는 법률가의 잣대에 머무는 것도 그렇고
의견을 내야 할 야당 의원들이 지난 일에 대한 특검을 양산하는 것도 과거 지향 법률가 마인드 표출로 볼 수밖에 없다.
법률가들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정치를 시작했으면
논(論)에서 벗어나 의(議)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 이 한 우 /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
-------------------
[ 상행하효(上行下效) ]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윗사람이 하는 대로 아랫사람이 그대로 모방(模倣)한다."
조선 숙종 때 당하관 벼슬에 있던 이관명이 암행어사가 되어 영남지방을 시찰한 뒤 돌아왔습니다.
숙종이 여러 고을의 민폐(民弊)가 없는지 묻자,
곧은 성품을 지닌 이관명은 사실대로 대답했습니다.
"황공하오나 한 가지만 아뢰옵나이다.
통영에 소속된 섬 하나가 있는데, 무슨 일인지 대궐의 후궁 한 분의 소유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섬 관리의 수탈이 어찌나 심한지 백성들의 궁핍을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숙종은 화를 벌컥 내면서 책상을 내리쳤습니다
"과인이 그 조그마한 섬 하나를 후궁에게 준 것이 그렇게도 불찰(不察)이란 말인가."
갑자기 궐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그러나 이관명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다시 아뢰었습니다.
"신은 어사로서 어명을 받들고, 밖으로 나가 1년 동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지나친 행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누구 하나 전하의 거친 행동을 막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하여 이제껏 전하에게 직언하지 못한 대신들도 아울러 법으로 다스려 주십시오."
숙종은 여러 신하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곧 승지(承旨)를 불러 전교(傳敎)를 쓰라고 명하였습니다.
신하들은 이관명에게 큰 벌이 내려질 것으로 알고 숨을 죽였습니다.
"전 수의어사(繡衣御史) 이관명에게 부제학(副提學)을 제수(除授)한다."
주위에 함께 있던 신하들도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숙종이 다시 명했습니다.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弘文提學)을 제수한다."
괴이하게 여기는 것은 승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신하들은 저마다 웅성거렸습니다.
또다시 숙종은 명을 내렸습니다.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예조참판(禮曹參判)을 제수한다.
숙종은 이관명을 불러들여 말했습니다.
"경의 간언(諫言)으로 이제 과인(寡人)의 잘못을 깨달았소.
앞으로도 그와 같은 신념으로 짐의 잘못을 바로잡아 나라를 태평하게 하시오."
권력 앞에서 그릇된 것을 그릇되다 말하는 용기도 훌륭하지만,
충직한 신하를 알아보는 숙종 임금의 안목도 훌륭합니다.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사회...
현자(賢者)를 알아보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사회가 양분(兩分)되는 것을 막고 하나가 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교 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득도 (得道) (1) | 2024.06.13 |
---|---|
한평생 (1) | 2024.06.13 |
우리들이 잘 몰랐던 몇가지 사실들 (1) | 2024.06.12 |
위대한 짝사랑 (2) | 2024.06.11 |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0) | 2024.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