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김건희 특검은 꽝이었다, ‘디올 백’만 아니었다면
조국 수사한 ‘역적’ 尹 잡으려 文 검찰이 20개월 턴 주가조작
특검 재수사 허탕일 게 뻔한데 명품 백 의혹이 여론 불붙여
방치 땐 정권 치명상 줄 수도… 金여사 해명·사과로 진화해야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통령 배우자가 공모했는지가 초점이다. 2009년 말 이 회사 주가가 급락하자 권오수 회장이 주식시장 ‘선수’ 이모씨에게 시세를 조종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계좌를 맡겼던 김건희씨가 이 사실을 알고 협조했느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결혼한 것은 2년 후인 2012년 3월이다. 권력형 범죄일 수는 없다.
검찰 수사는 2020년 4월 총선 직전 열린민주당 최강욱 후보가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한 ‘괘씸죄’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미 식물 상태였다. 조국 민정수석 밑에서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낸 최 후보가 윤 총장 배우자를 표적으로 찍어 응징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총괄했고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이 수사 보고도 못 받도록 지휘권을 행사했다.
윤 총장이 2021년 3월 사퇴하자 도이치모터스 수사는 기어를 한 단 더 끌어올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에 수사팀이 다시 차려졌다. 대기업이나 권력층만 수사하는 특수부 정예부대다.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부에서 금융 범죄를 전담하던 ‘여의도 저승사자’들이 합류했다. 대검에서는 회계 분석 요원 4명을 파견받았다. 주가조작 공소시효 10년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3자의 2012년 거래와 묶어 시효를 연장하는 강수까지 동원했다. 문 정권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 내려는 전반전, 윤석열 야당 대선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후반전에 결쳐 김건희 여사를 엮어 보려고 총력전을 펼쳤다.
결과물은 초라했다. 작년 2월 내려진 1심에서 권오수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가조작 주범 이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계좌를 빌려줬던 다른 전주들은 무죄였고 김건희씨는 기소조차 못했다. 재판부는 “의도는 있었지만 시세 조종에 실패한 주가조작”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처벌 ‘깜’이 안 된다는 뜻이다. 애당초 2013년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경미하다고 판단해 접었던 사안이다.
검찰 드림팀이 2개월만 털면 웬만한 범죄는 윤곽이 드러난다. 문 정권의 20개월에 걸친 ‘김건희 사냥’은 대선을 석 달 앞둔 2021년 12월 허탕으로 마무리됐다. 특검으로 재수사해 본들 결과는 꽝으로 예정돼 있다. 추미애, 박범계 법무장관이 엄선했던 최정예 검찰팀이 함량 미달이었거나 직무 유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이치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도이치 특검을 고집한다. ‘믿거나 말거나’식 동태탕 마타도어로 총선 재미를 보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요즘 총선이 화제로 오르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가 ‘김건희 리스크’다. 그런데 특검 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다들 김 여사가 디올 백 받은 얘기만 한다. “더 좋은 명품 백도 많이 가졌을 것 같은데 300만원짜리 백 하나로 남편을 궁지에 빠뜨렸다”고 입방아를 찧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60% 이상이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반대했다. 이런 국민적 공감대는 주가조작 의구심이 아니라 디올 백 분노가 만든 것이다. 특검법 대상이 디올 백 진상 규명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특검 수사 범위를 주가조작에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100일을 갓 넘긴 2022년 8월 말, “야(野)의 김건희 특검 협박, 자청해서 백신 빨리 맞아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특검이 실제 상황이 되지 않게 하려면 특별감찰관 도입으로 권력 주변에 대한 수상한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여사가 정체가 불투명한 목사로부터 백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그것이 4월 총선을 맞는 윤 정권의 최대 악재인 특검의 빌미가 됐다.
백신을 제때 안 챙겨 병마가 침투했다면 치명상이 되지 않도록 해독제라도 맞아야 한다. 문제의 디올 백은 용산 대통령실 선물 창고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보관돼 있다고 한다. 애초에 뿌리치고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보관 시점이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지 이후인지 밝혀 달라고 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김 여사가 솔직히 밝히고 해명 또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이 얼마나 납득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지가 좌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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