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판사가 돌연 사표, 美선 용납못할 일”
美 뉴욕주 법원 한국계 판사 대니 전 인터뷰
“판사가 특별한 사유도 없이 맡은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표 내고 나가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16개월간 맡다가 선고도 하지 않고 최근 사표를 낸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의 처신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인 대니 전(전경배·62) 판사는 9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사례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전 판사는 한국계 최초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1987년), 뉴욕시 판사(1999년), 뉴욕주 판사(2003년)가 됐다.
전 판사는 “미국에서도 판사가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비리를 저질러 수사를 받는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법원을 떠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맡은 재판 선고도 안 하고 나가는 경우는 판사 생활을 하며 겪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판사라는 직분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이 맡은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전 판사는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판 도중 판사가 바뀌면 새로 맡은 판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재판이 오로지 판사 한 명 때문에 하염없이 늦어지게 되는데 판사로서 양심이 있다면 그럴 수 없다”고도 했다. 전 판사는 미국도 한국처럼 재판 지연 문제가 상당하다면서도 “법원이 되도록 재판 지연을 줄이려는 각고의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전 판사는 법관의 정기 인사 제도로 인한 선고 지연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인사를 앞두고 맡았던 사건을 최대한 마무리하기보다 후임에게 넘기고 가는 법관이 적지 않은데, 미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판사가 부임한 법원에 계속 근무해 그런 변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 판사는 그간 수차례 “재판이 늦어져 국민이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재판 결론 지연으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해왔다. 그는 앞서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 뉴욕주 법원은 ‘재판 지연’ 통계를 일주일, 한 달 단위로 모든 판사에게 공개한다”며 “주 대법원장이 법원장 회의에서 ‘이 법원은 재판 지연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다그치기도 한다”고도 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형사, 민사 재판이 동시에 지연된 문제와 관련해 미국 법원에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시행한 해법을 소개한 것이다.
한편 강규태 부장판사와 서강대 법대 동기인 최진녕 변호사는 지난 9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강 부장판사가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는 이 대화방에 “상경한 지 30년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 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조선 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일반적 판사들 퇴직 시점 조금 넘겼지만 변호사 사무실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라고 했다.
장난처럼 되는 재판, 판사들 무책임 정치편향 도 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16개월 끌다 선고를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낸 강규태 부장판사가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해명 글을 올렸다. “내가 조선 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라고 했다.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게 아니라 증인이 많아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증인이 많으면 재판 횟수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그는 ‘2주에 1회’씩 재판 기일을 잡았다. 애초부터 자신이 선고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부장판사라는 중요 직책을 맡았다.
강 부장판사만이 아니다. 지금 형사재판 중엔 재판이라고 할 수 없는 사건이 적지 않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재판도 1심만 15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화영씨가 낸 법관 기피 신청을 기각하는 데 몇 달이 걸렸는데 재개된 재판은 50분 만에 끝났다. 이씨 측이 증인 반대 신문을 할지 말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재판이 아니라 장난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끌려다니기만 한다. 이 사건 재판장도 다음 달 법관 인사 때 교체 대상이다. 이씨는 이를 노리고 재판 지연 전략을 펴는데 재판장은 서두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현 정권 들어 구속 기소된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도 국민참여재판 신청, 법관 기피 신청 등을 통해 재판을 지연한 뒤 전원 석방됐다. 이 재판들도 1심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판사들의 정치적 편향도 심각하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작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법조계 상식을 넘어서는 극단적 판결이었다. 알고 보니 박 판사는 정치적 편견을 여러 차례 인터넷에 올렸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엄중 주의’ 처분만 내리고 박 판사에게 판결을 계속하게 했다. 판결을 정치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이 지금도 재판을 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속·공정한 재판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판사들 사이에 만연한 무책임, 정치 편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과제는 이룰 수 없다. 유능하고 성실한 판사들은 발탁하고 그렇지 않은 판사에겐 불이익을 줘야 한다. 법원조직법에 그렇게 하라고 돼 있는데 지난 김명수 사법부 때 판사들 눈치 보느라 이를 지키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법관 재임용 심사도 강화해 문제 법관은 탈락시켜야 한다. 무능 불성실 무책임 정치 편향 판사들의 문제가 도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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