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부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北자금 220만달러 또 회수”
아들 떠난지 6년 반, 北 자금 추적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유태인 집안
“北 김정은, 사람 잘못 골랐어”
“김정은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악랄한 당신 정권과 싸우겠다.”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 2019년 11월 방한 기자회견)
이토록 정의롭고 또 아름다운 ‘복수’가 또 있을까.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약 220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VOA(미국의 소리)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지 6년 반이 지났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정의 구현’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명문 유대인 집안인 이 가족이 북한 핵·미사일 자금원으로 지목 받은 가상 화폐까지 파헤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미국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웜비어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유권 이전이 승인된 자금은 미국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220만3258달러로 원 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이다.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대행 기관이다”라고 주장하며 해당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5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에 재정·물질·기술 지원을 제공했다며 소유한 자금을 동결했다.
웜비어 부부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돈을 받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18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왔다. 2019년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건네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 자금을 회수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부부의 노력도 놀랍도록 치밀했다. 이번 판결을 끌어낸 것도 지난 2019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이 시작이었다. 이 법은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 뿐 아니라 제3자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 재무부가 극동은행을 제재하면서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 했는데 이 제재를 근거로 동결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으니 부부가 아들 이름을 딴 법안의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김정은을 두둔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를 질타하는 등 세상에 영향력을 줄만한 메시지를 내놓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새 자금원으로 지목받는 가상 화폐 계좌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사는 웜비어 일가는 지역에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유태인 가문이다. 부부는 삼남매 중 장남인 오토가 2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자 모든 연줄을 동원해 보복 조치에 나섰는데 복수는 7년 가까이 멈출줄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안 그래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는 북한이 정말 호되게 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 2019년 11월 방한해 “김정은이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며 “내가 죽는 순간까지 김정은 정권과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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