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환 “미군 있어도 김정은 남침 확률 70~80% 넘는 시점 온다” [송의달 LIVE]
‘1호 탈북 외교관’ 고영환이 보는 한반도 정세와 33년 서울 생활 [송의달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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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간에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나라 전체가 황폐화돼 1945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을 무조건 악마화하기 보다는 정상(正常)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에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해서 정상국가화된 북한의 생활 수준이 높아진 뒤 통일을 해도 늦지 않다.”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3가지 기둥은 정치범 수용소, 공포 정치, 조선노동당이다. 정치범 수용소에는 지금도 20만~30만명이 갇혀 있다. 북한을 감싸는 좌파 인사들도 이제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직시하고 이를 고발해야 한다.”
◇33년 간 한국서 ‘북한 실체’ 알려
1991년 5월 아프리카 콩고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우리나라로 망명한 ‘1호 탈북 외교관’인 고영환(高英煥·70)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말이다. 33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그는 지난달 6일 통일부 장관 특보로 임명됐다. 북한 최상위 0.1%만 입학하는 평양외국어학원과 평양외국어대학 출신인 그는 김일성에게서 프랑스어 실력을 직접 칭찬·표창받아 외무성내 특별 대우를 받는 ‘접견자’ 신분이었다.
그런 그의 탈북은 북한 엘리트층에 큰 충격을 줬고, 이후 북한 엘리트 외교관들의 탈북은 봇물을 이뤘다. 기자는 이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고 전 부원장을 만나 한국 생활과 그가 보는 한반도 정세, 통일 문제 등을 들어봤다.
-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1주일 내내 일정이 빡빡할 정도로 진짜 바쁘다. 서울과 지방 대학에 강의하고 몇몇 연구원의 객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에 정기 칼럼을 기고하며 종편TV 등에 수시로 출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포브스, 아사히신문 등에도 수시로 기고하거나 취재에 응한다. 건강이 괜찮아 다행이다.”
- 그동안 한국 생활을 회고한다면?
“한국에 온 뒤 처음 2~3년은 여러 자책감으로 많이 힘들었다. ‘잘 나가다가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남1녀 자식들도 잘 자라고 저도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 정말 한국에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가까웠던 동료들은 병으로 사망했거나 정치범 수용소, 교화소 등에 가 있더라. 북한에 있었더라면 나도 정치적 또는 육체적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가족과 함께 지방을 방문하거나 식당에서 식사할 때, ‘나라를 위해 더 애써달라’고 격려하는 시민들이 자주 있다. 비싼 밥값을 몰래 미리 내고 가는 분들도 매년 5~6차례 꼭 있다. ‘배신자’라는 눈총 보다 격려가 훨씬 많아 큰 힘이 된다. 30년 넘게 북한의 실체(實體)를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한국 와서 공포 해방되고 평안 누려
-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마음 편하게, 공포로부터 해방돼 산다는 점이다. 평양에선 일상 생활이 공포(恐怖)의 연속이다. 당이나 정부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도청과 감시의 강도가 심하고 엄청난 공포속에 산다. 내가 살았던 인민무력부 아파트의 경우 보통 한달에 한 번은 보위부에 연행돼 온 가족이 탄광이나 교화소, 수용소 등으로 잡혀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평양에서 밤 11시, 12시에 누가 찾아오거나 전화가 오면 그것은 100에 99 이상 나쁜 일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점은 밤 12시 넘어도 누가 나를 갑자기 찾아오거나 해치지 않으며 평화와 평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 한국에서 살면서 두렵거나 놀랐던 일도 있었을 것 같다.
“좌파 정부가 들어섰을 때 많은 걱정을 했다. 김대중 정권이 집권할 때, 연구원에서 탈북자를 내보낸다든가, 북한 외교관들을 받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종찬 당시 국정원장이 연구원을 찾아와 이를 잠재웠다. 대한민국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로 나는 다른 탈북자들에게 ‘남한에서 정권 바뀐다고 걱정하지 마라. 여기는 대통령 한 명이 마음대로 못하는 법치 국가’라고 얘기한다.”
◇북한 엘리트 외교관 20명 탈출
그는 “그래선지 지금까지 북한을 탈출해 한국, 미국, 유럽 각국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만 20명쯤 된다. 일국의 엘리트급 외교관 20명이 조국을 버리는 일은 전 세계에서 북한 조선민주인민공화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다”고 했다.
고 전 부원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두 번째 놀랐던 것은 2016년 하반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 때였다. 현장에 나가도 봤는데 북한이 이런 상황을 악용(惡用)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대한민국이 진짜 뒤집힐 것 같았다. 지금은 한국 내부의 이념 갈등이 너무 극심해져 가슴 아프다. 문재인 정권때 두드러졌는데 노무현, 이명박 정권 때도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심하게 분열되지 않았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저력 있고 슬기롭다. 한국의 인프라는 웬만한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 보다 훨씬 낫다. 통합은 팽개치고 분열을 조장해 이득을 챙기는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했다.
- 지난 33년 동안 북한에서 달라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꼽는다면?
“평생 북한 언론매체와 출판물을 읽고 있는데, ‘혁명의 기본 원칙’ 같은 북한의 큰 틀은 요지부동이다. 강력한 주민 감시와 통제, 삼엄한 보고 체계도 마찬가지다. 최고 지도자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누구냐에 따라 리더십이 조금 달라질 뿐이다.”
- 지금 김정은 시대는 무엇이 가장 다른가?
“북한이 한국보다 잘 살았던 1960~70년대에 김일성은 카리스마 통치를 했고 김정일은 똑똑한 소수 엘리트에 의존하는 측근 정치를 폈다. 김정은 시대에선 공포 정치를 한층 노골화했다. 김일성·김정일 때는 조용하게 종파(宗派) 분자 등을 처리했지만 지금은 핵심 측근 간부들까지 무자비하게 공개 처형하고 있다.”
◇최측근 처형하는 극도의 ‘공포 정치’
- 수 년 전 북한 권력 2인자이던 장성택을 공개 처형한 게 떠오른다.
“그렇다. 장성택을 처형한 뒤 판결문을 노동신문 한 면 전체에 실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공개 총살당했다. 공개 자료만 봐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의 차관급 이상 간부 가운데 총살된 사람만 170명이 된다.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극악한 공포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정은에게 입을 가리고 말하거나 무릎 꿇고 얘기하는 장면이 최근 자주 보인다. 중국 고대 진시황(秦始皇)에 버금가는 극도의 공포 정치이다.”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한국에 와서 드라마를 보다가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말을 듣고 그게 ‘재고(再考)해 달라’는 뜻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씨(李氏) 조선이 지금의 북한보다 훨씬 민주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어느 누구도 김정은에게 ‘재고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못한다. ‘안 보이게 치워 버리라’는 말 한 마디에 진짜로 목숨을 금방 없애는 나라가 북한이다.”
고 전 부원장은 “냉전 시절 유럽에서 가장 지독한 사회주의를 한 루마니아와 알바니아에 가 봤는데 그 나라들조차 북한보다는 민주적이더라”며 “지위가 높아질수록 고강도 도청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언제 누구와 밥 먹었는지 조차 매일 조사해 상부 당 조직에 보고하는 나라는 북한 뿐”이라고 했다.
- 북한의 한반도 적화(赤化) 통일 목표는 변함없나?
“당연하다. 북한 정규군과 예비군 격인 노농적위군(勞農赤衛軍)은 올해 2월 8일 인민군 창건기념일 열병식에서 ‘수령 결사옹위’, ‘조국통일’ 구호를 외쳤다. 북한에선 ‘당이 평화통일의 구호를 높이 들면 들수록, 인민군은 전쟁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쉼없이 강조한다. 북한군의 양대 사명은 김정은 유일 체제 보위(保衛)와 조국 통일인데, 조국 통일은 곧 무력 통일이다.”
◇‘북한 환상’ 품은 역대 보수 대통령들
- 우리나라 역대 보수우파 정부의 북한 정책을 평가한다면.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보수 정권들은 북한과 정상회담 같은 것을 시도하다가 잘 안 되면 대북 억제 정책으로 돌아가는 패턴을 반복했다. 북한은, 한국이 아무리 낮추고 대화를 원한다고 해도 자기네가 필요하지 않으면 절대 나오지 않고 꼭 필요하다면 나오는 집단이다. 우파 정권들은 북한의 특성을 무시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정권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환상과 업적 만들기에 빠졌다.”
- 진보좌파 정부의 대북 정책은?
“가장 전형적인 문재인 정부는 사실 대한민국이 굽힐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로 북한에 허리를 구부렸다. 진보 정권이 할 수 있는 끝을 보였다. 북한이 뭐라 해도 아무 소리 안 하고 김정은에게 무조건 환영일색이었다. 2018년 초 ‘평창의 봄’은 북한이 2017년 12월 ‘강성대국 핵보유국’이란 목표를 달성해놓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내건 술책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걸 덥석 받아물고 만지면 깨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북한에 매달렸다.”
- 당시 외신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불렀다.
“문재인은 김정은의 대변인을 넘어 그의 외무장관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 대북(對北)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북한을 비난하지 말고 정전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읍소했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때도 북한의 사과문 같지도 않은 사과문을 청와대 안보실장이 나와서 감동해 읽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 민주당 등의 일부 좌파 정치인들은 지난 정부 보다 더 북한을 떠받드는 것 같다.
“참 이해가 안 되는 게 한국은 정보가 공개된 사회이고 3만 4000명이라는 탈북민이 와 있고 북한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데, 북한을 옹호하고 떠받드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2500만 북한 주민들은 지금 철창 없는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다. 기본권인 거주 이동의 자유가 없을 뿐 더러 한국 드라마나 영화 한 번 봤다고 하여 총살당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는 “이런데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나 민주화에 대해 한마디 않고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간판을 떼야 한다. 북한 주민의 힘든 삶과 억압된 인권, 민주화를 외면하는 민주당은 그런 당명을 붙일 자격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은 김정은의 외무장관이었다”
- 좌파 정치인들은 한국이 북한을 도와줘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현실을 모르는 몽상(夢想)이다. 개성공단 업무를 맡았던 엘리트 탈북민의 증언에 의하면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 돈 1억달러가 들어갈 경우 그중 70%는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들어간다. 이 중 상당부분은 핵 개발 같은 군사력 강화 용도로 쓰인다. 나머지 30%를 갖고 생필품을 구입해 콩기름·설탕·미원 같은 현물을 나눠준다. 그나마 당 간부, 보위성, 통일전선 사업부, 인민군대 등을 거쳐 근로자들에겐 맨 마지막으로 극히 일부만 배급된다.”
고 전 부원장은 이어서 말했다.
“한국이 북한에 자금과 물자를 많이 지원해도 주민들에게 가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대남 적개심도 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의 통치 기구 권력과 군사력 강화 수단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좌파 정치인들도 똑똑히 알아야 한다.”
-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거의 단절된 상태이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김정은은 한국,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있다. 북한은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전처럼 러브레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윤석열 정부든 바이든 정부든 누가 뭐라 해도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尹 정부 대북 정책에 90점 줄 수 있어”
-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그렇다고 본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때 비정상적이었던 남북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회복시키는 게 마음에 든다. 남북 관계는 주종(主從)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호보완적이고 호혜(互惠)적이어야지 어느 일방에만 선의(善意)를 베풀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북한이 달라진 모습으로 나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 북한이 대화에 나올 때까지, 안보를 튼튼히 하고 민생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한국에서 여러 대통령을 겪었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제대로 드라이브를 거는 이는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정부에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정규직원으로 채용된 탈북민들이 20명이 넘고, 자문위원까지 포함하면 200명쯤 된다. 많은 탈북민들이 정부에서 일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탈북민을 100% 받아들인다는 소식이 북한 사회에 퍼져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 한국 좌파 586들은 ‘내재적(內在的) 접근’으로 북한에 무조건 호감을 보이고 있다.
“내재적 접근은 북한 도서와 출판물들을 북한 입장에서 읽고 북한을 이해하고 파악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북한 매체와 자료들을 보면 모든 게 잘 되고 있다. 공장기업소는 120% 계획을 달성하고 황금 벌판에는 황금 이삭이 출렁이고, 군에서는 현대적 무기를 꽝꽝 만들어내고 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북한의 잘못된 점은 안 보인다. 북한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를 보고 연구하는 게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데 좌파 586들만 눈감고 있다.”
- 핵 무기를 고도화하는 북한이 앞으로 남침(南侵)할 가능성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미군이 한국에 있고 한미(韓美) 동맹이 있는 한, 김정은은 한국을 침공 않는다는 확신을 가져왔다. 그런데 김정은은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을 천명하며 핵 개발을 서둘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훈련을 중단시키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생겼다. 문제는 남한의 첨단 무기와 북한 핵무기를 비교하면 권총 한 자루와 155mm 대포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中 대만 침공시, 北이 남침할 확률은 70~80% 이상”
고 전 부원장의 계속되는 말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2024년에 최악 상황이 벌어질 경우이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로 레임덕에 빠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이 세계에서 ‘2개 전쟁’을 동시 수행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 입장에서 전쟁이 3개 생기는데, 이때 북한이 남침할 확률은 70~80% 이상이라고 나는 본다.”
그는 “이 경우 미국의 전력(戰力)이 크게 분산되는데다 나토(NATO)와 일본의 군사력이 중국, 러시아 보다 우위가 아니어서 주한미군이 있더라도, 김정은이 남침을 결심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중국의 대만 공격 사태는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우리가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정말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 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 번째는 나토(NATO) 수준으로 미국의 전술핵 공유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북한이 핵 공격을 했거나 하려 할 때 어떻게 대응·반격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한미(韓美)가 법제화해야 한다. 양국 국회가 합의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유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수준 만큼 핵 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아주 좋은 관계이므로 의지(意志)를 갖고 이 세 가지를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 핵 실험을 하지 않고 핵무기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험은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北 핵 공격시, 韓美 대응 매뉴얼 법제화해야”
-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복안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무찌르자 공산당’ 같은 논리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하는 노력을 꾸준히 벌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인터넷·전단, 중국 등을 통해 한국의 자유·민주·선진 문명과 문물, 물품들을 북한에 자꾸 들여보내 남북한간의 문화 차이와 정서적 차이를 줄이면서 북한이 옛 동구권 국가 만큼이라도 정상국가가 되도록 추동해야 한다. 북한에 돈 많이 번 사람들이 생기게 친(親)시장화 정책도 지속적으로 펴야한다. 북한이 세습을 끊고 정상국가가 된 뒤 통일해도 늦지 않다. 사람과 자본, 기술이 오가면 굳이 통일이 필요없다. 이런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언제든 기회의 창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 그러나 백낙청 같은 진보좌파 지식인들은 연방제를 해서라도 통일을 하자고 주장한다.
“전 세계에서 연방제 통일을 한 유일한 나라가 예멘이다. 예멘은 자본주의를 하는 북예멘과 사회주의를 한 남예멘이 한쪽은 대통령과 국방장관, 다른 쪽은 총리와 외무장관을 맡았다가 6개월만에 통일이 무산돼 지금까지 30년 동안 무정부 상태로 내전(內戰)을 치르고 있다. 군대와 정보, 권력 기관을 쥔 쪽이 실권을 장악해 다른 쪽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그는 “지금 한국에는 좌·우파 대립이 극심한데 남북한이 연방제로 통일한 뒤 어느 한 쪽이 총 한 방만 쏴도 금방 전쟁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했다.
◇“연방제 통일되면 한반도 전체 난장판될 것”
- 좌파의 연방제 통일 주장이 비현실적이란 말인가?
“그렇다. 6개월만에 통일이 혼란으로 급변한 예멘 사태가 한반도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 좌파는 우리가 북한에 선(善)하게 대하면, 북한도 그렇게 나올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맹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박헌영 같은 남한노동당 세력을 어떻게 잔인하게 숙청했는지만 봐도 거짓임을 금방 알게 된다.”
고 전 부원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잘 사는 형(兄)이니까 도와주려 하면, ‘너희가 무슨 형이야 이제 내가 너희를 잡아먹을 거야’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 어떻게 융합이 되겠나. 북한은 공권력이 극대화된 강고한 봉건 독재국가이고, 한국은 공권력이 바닥에 떨어진 나라이다. 1국(國) 2체제로 통합했다가는 한반도 전체가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는 “북부 베트남은 통일후 남베트남의 반(反)체제 지식인·종교인·언론인·공무원을 제일 먼저 숙청했다. 관념론적 몽상에 빠져있는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한국의 자유시민들을 악(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사악한 사람들이다”고 했다.
- 최근 한국 사회가 많이 좌경화(左傾化)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도 그렇게 본다. 참 이해가 안 되는 게 잘 사는 나라들은 대개 우경화로 가고, 못 사는 남미 국가들이 포퓰리즘·좌경화로 가는데 왜 잘 살게 된 한국에 ‘헬조선’ 같은 비관론이 퍼지고 왼쪽으로 가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한국 특유의 평등 DNA에 북한이 대남(對南) 심리 공작을 편 영향이 크다. 김정은은 2013년 초에 ‘남조선의 인터넷 공간은 우리의 해방 공간이다. 마음껏 들어가 휘저으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인터넷 댓글 공작 등을 많이 할 것이다.”
그는 “20~30대 한국 젊은이들 대부분이 ‘북한과 공산주의는 싫다’고 생각해 다행이다. 이들 덕분에 그래도 한국의 앞날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 전체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은 어떠한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해외여행도 하는 중국인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한 차이다. 2500만명 북한 주민 중 비행기 타고 해외 나가 본 사람은 1%도 안 된다. 대다수는 비행기 안에서 어떻게 용변을 보는지도 모른다. 통행증이 없으면 다른 도시로 이동이나 여행도 못한다. 지금쯤이면 북한 주민들 모두 월동(越冬) 준비에 바쁘다. ‘오늘 저녁에 먹을게 있나? 무엇으로 집에 불을 때지?’하며 매일 고민한다. 서울에서 60km 떨어진 개성만 가도 그렇다.”
◇“대한민국이란 희망 등대서 빛 비추고 싶다”
- 이 자리를 빌려 한국 국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현실은 다 진실이다. 탈북 행렬이 줄잇고 외교관이 20명이 탈출·망명하는 것은 북한이 어떤 체제인지를 보여준다. 평양에 가서 일주일만 살아보면 북한의 실상을 금방 알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단지 운(運) 나쁘게 북한에서 태어난 죄(罪)로 자유는커녕 ‘이밥(쌀밥)에 돼지고기국 한번 실컷 먹어보고 죽으면 원이 없겠다’고 탄식하며 지낸다. 그런 사람들이 북녘에 2000만명 넘게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데 대해 감사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민주화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앞으로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몇년 전 한 탈북 외교관이 나를 ‘북한 외무성의 레전드(legend·전설)’라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 내가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 또는 절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바르고 착하게 깨끗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의 등대에서 한 알의 전구(電球)가 돼서 북한 주민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 인터뷰를 읽은 북한 주민들에게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이라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나라가 있고 언제든지 환영받을 수 있는 데가 있어서다. 위기에 처하고 힘든 일이 생길 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고영환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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