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7만 경기장에 950명… 환호도 박수도 없던 도쿄올림픽 개막식

太兄 2023. 7. 6. 17:46

2021-07-23 22:39:39


7만 경기장에 950명… 환호도 박수도 없던 도쿄올림픽 개막식

도쿄=양지혜 기자
도쿄=김상윤 기자
입력 2021.07.23 21:23

23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개막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1.07.23. 도쿄=이태경 기자
사람이 섞인다는 것은 냄새로 알 수 있다. 23일 일본 도쿄 기온은 34도까지 치솟았고, 덥고 습한 날씨는 땀샘을 자극시켰다. 6만8000여 명을 수용하는 도쿄 신국립경기장(올림픽 주경기장)에 고작 950명가량이 모였지만, 그래도 냄새가 생생했다. 206국에서 온 기자들과 일본의 자원봉사자들, 각국 선수단의 겨드랑이에서 분출하는 지방산과 암모니아 냄새가 도쿄 신국립경기장의 공기와 뒤섞여 마스크 안으로 파고들었다.

경고처럼 들리는 냄새였다. 사람을 모이지 못하게 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2020 도쿄올림픽이 기어이 열린다. 무수한 의료 전문가가 경고했지만 결국 우리는 모였고, 섞였으며, 보름 후 다시 흩어질 것이다. 이 보름간의 나날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GO’를 선택했고, 그래서 이 올림픽이 열린다.

감동으로 하나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슬로건을 내건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23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려 각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1.07.23 도쿄=이태경 기자
개회식이 열리는 신국립경기장의 바닥엔 거대한 흰 천이 깔렸다. 흰 바닥은 거대한 병원 침대처럼 쓸쓸한 느낌을 자아냈다. 개막식 출연자들은 병상 옆에서 어쩔수 없이 폭죽을 터뜨려야 하는 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몸짓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굳은 표정이었다. 박수도 환호도 없이 대형 전광판의 영상을 통해 오후 8시 개막식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조용하게 흘러갔고, 계속해서 전광판엔 지난 코로나 사태에 선수들이 홈트레이닝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왔다. 4분이 지나서야 겨우 폭죽이 터졌고, 5분째에야 그라운드에 처음 사람이 나타났다. 혼자 러닝머신하고 사이클 타는 연기를 펼치더니, 출연자들이 점점 늘어나 흰 도화지의 점처럼 꿈틀꿈틀 움직였다. 이들은 흰 바닥을 거대한 여백삼아 이런저런 공연을 펼쳤고, 32분쯤 다시 한번 폭죽이 터졌다. 그리고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각국 선수단이 최소한의 인원을 파견한 까닭에 여느 올림픽과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등장 순서가 지나갔다. 각자의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선수단의 표정은 밝았다. 얼굴에서 느껴졌다. 선수들은 어쨌든 올림픽이 열리길 원했다.


23일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따로 또 같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1.07.23. 도쿄=이태경 기자
개막식이 열리는 동안 신국립경기장 바로 바깥에선 올림픽 반대 시위자 수백 명이 처절하게 외쳤다. “올림픽 그만둬!” “노 올림픽!” “바흐(IOC 위원장)는 돌아가라!”는 함성이 경기장 4층 기자석 안까지 들렸다. 이 올림픽을 왜 하는지, 올림픽의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 시위대의 질문에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제32회 도쿄올림픽이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설파했던 올림픽 정신의 한 부분을 명확히 한다는 사실이다.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으며,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206국 선수단과 기자,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했다. 다음 달 8일까지 33종목에서 339개 금메달을 놓고 싸움이 벌어진다.

23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영원한 유산'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1.07.23 도쿄=이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