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AI 넘어선 '신'의 한 수... 신진서, 카타고에 역전승 외5.

太兄 2026. 7. 21. 20:14

AI 넘어선 '신'의 한 수... 신진서, 카타고에 역전승

알파고 쇼크 10년, 바둑 1패 뒤 2연승
상금 2억5000만원에 제네시스 G90 받아

입력 2026.07.21. 13:39업데이트 2026.07.21. 15:56
신진서 9단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와의 최종국에서 승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26) 9단이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1패 뒤 2연승을 거두며 3번기 승리를 차지했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최종 제3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21수 만에 흑 11집반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제1국에서 245수 만에 불계패했지만, 19일 제2국을 4집반 차로 이긴 데 이어 최종국까지 잡아 최종 전적 2승1패로 승리했다.

카타고는 앞선 두 판과 달리 첫 수로 좌상귀 소목을 택했다. 신진서는 2분여 동안 장고한 뒤 우하귀 소목에 돌을 놓았다. 카타고가 좌상귀를 두 칸으로 굳히자 신진서는 좌하귀 날일(日)자로 실리를 챙겼다. 제2국에서 대형 정석을 통해 변수를 줄였던 것과 달리 이날은 소목 포석으로 새로운 승부에 나섰다. 신진서는 “반대편 화점에 두면 카타고가 늘 비슷하게 대응하는 것 같았다. 똑같은 방식으로 이기고 싶지 않아 소목에 뒀다”며 “초반 진행이 만족스러웠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바둑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두 점을 먼저 깐 신진서는 18집반 정도 앞서고 예상 승률 99%인 상태에서 대국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차례 실수로도 우세를 모두 잃을 수 있는 AI와 겨루는 승부였다. 신진서는 앞선 대국에서 “승률이 98%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진서는 복잡한 전투를 피하고 차분하게 집을 쌓았다. 우상귀에서는 귀의 실리를 일부 내주는 대신 상변과 우변에 두터운 세력을 구축했다. 이어 80수째 백돌을 공격하며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흑진을 만들었다. 이 흑진이 실제 집으로 굳어지면서 승부의 추가 신진서 쪽으로 기울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뉴스1

제1국에서는 70수 부근, 제2국에서는 160수 부근에서 예상 승률 99%가 무너졌지만 이날은 달랐다. 신진서는 끝까지 승률 99%를 지키며 카타고에 반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여러 차례 계가하며 우세를 확인한 신진서는 3시간 20여 분 만에 11집 반 차 완승을 확정했다.

이번 승부는 신진서가 흑돌 두 개를 미리 놓고 시작하는 2점 접바둑이었다. 동등한 조건으로 두는 호선(맞바둑·互先)에서는 먼저 두는 흑의 이점을 상쇄하기 위해 백에게 통상 6집반을 준다. 이를 ‘덤’이라고 한다. 접바둑에서는 약한 쪽이 돌을 먼저 깔고, 백에게 덤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무승부를 막기 위해 흑이 오히려 0.5집을 부담했다.

이번 대결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당시 인간이 AI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었다. 전 세계 2억여 명이 지켜본 대국에서 이세돌이 1승4패로 패하자 바둑계는 충격에 빠졌다. 인간 최고수도 AI에 밀리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신호였다.

이후 10년 사이 AI는 인간이 더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발전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아무런 핸디캡 없이 맞섰지만, 이번엔 신진서가 흑돌 두 점을 먼저 놓고 시작했다. 바둑계에선 현재 카타고가 10년 전 이세돌이 상대한 알파고보다 접바둑 3점 이상 강해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신진서가 두 점을 받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이유다. 대국 전에는 한 판만 이겨도 성공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신진서도 대국 전엔 이길 확률을 10% 정도로 내다봤다. 신진서는 “이세돌 사범의 1승에 비하면 개인적으로 부족한 승리”라면서도 “인간이 AI를 상대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신진서는 AI가 가르쳐준 수를 연구한 뒤, 오히려 AI와 다르게 두는 방법으로 승리했다. 그는 “연습 초기에는 AI 수법을 따라 하다 진 적이 많았다. AI를 따라 하는 것보다 내 스타일대로 판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정상 9단은 “최선이 아닌 길임을 알면서도 AI와 둘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신진서의 전략이 만든 퍼펙트한 승리”라고 했다. 이현욱 9단은 “세 판을 치르는 동안 계속 발전했다. 최종국은 AI와의 대국에 대한 적응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완벽했다”고 했다.

신진서는 경기 후 “AI의 수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타일대로 판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불리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다음에는 더 불리한 조건에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진서는 판당 5000만원씩 대국료 1억5000만원과 두 차례 승리 수당 1억원 등 총 2억5000만원을 받는다. 2승 이상을 거둔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도 받는다.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26)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를 물리치고 첫판 패배를 설욕했다. 신진서는 19일 서울 중...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26) 9단도 두 점의 도움을 받고서 인공지능(AI)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진서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
 
인공지능(AI)은 바둑 경기 중 가장 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적의 수’를 추천할 때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이른바 ‘블루 스팟(Blue ...

 

李대통령 "기업 영업이익 배분, 노동쟁의 대상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노동쟁의 범위 "너무 확장되는것 같다" 지적
'호남 반도체' 반발한 삼성 노조 향해서도 쓴소리
"노조 동의 안하면 못간다? 터무니없는 주장"
게 기준을 묻고 있다.

입력 2026.07.21. 13:00업데이트 2026.07.21. 15:22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최근 각 기업 노조가 ‘영업이익 N% 배분’을 잇따라 요구하는 데 대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노동 쟁의의 대상이 되느냐”며 “저는 아닌 쪽이 더 높다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동 쟁의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영역까지 노조가 쟁의 대상이라며 ‘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팹(fab·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데 대해, 삼성전자 노조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상황과 관련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광주 군 공항에 반도체 공장을 만든다고 하니까 기존 노조에서 ‘이것은 노사 협상 대상이다, 노동 쟁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극단적으로는 ‘동의 안 하면 가지 마라, 못 간다’ 이런 취지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과연 개별 노조가 회사와 노동쟁의나 파업 등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광주 공장을 지으면 ‘내가 혹시 (광주로) 전보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관련이 없는 게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기준을 정해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노동 쟁의 범위를) 확장하면 끝이 있나”라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 이런 건 일정한 기준을 정해줘야 할 것 같다”며 “그런 기준을 제공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시행령이나 대통령령 등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 행정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낙폭을 키우고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 온 ‘개별 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금융 당국에 신속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굳이 걸면 다 걸린다”며 제3자 뇌물죄 법률 운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북 송금 사건...

 

인천 선관위 직원, 숨진 채 발견… 경찰 수사

현장서 유서 발견

입력 2026.07.21. 14:03업데이트 2026.07.21. 15:04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오어진·chat GPT

인천의 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인천 제물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0분쯤 인천의 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쓰러져 있는 50대 남성 직원 A씨를 다른 직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 직원은 “사람이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이미 숨진 상태였고,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선 A4용지에 손글씨로 적힌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과 선관위 직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여야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논란이 됐던 특검 추천권은 여야가 3명씩 추천한 국민추천위원회에 주기로...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20일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과 ...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 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투표 용지가 부족했는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최태원 '반도체 역풍론', 기업에 앞서 정부가 고민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6.07.21. 00:20업데이트 2026.07.21. 07:1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제주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내 걱정은 반도체 가격이 내려갈까가 아니라 더 올라갈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총수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을 오히려 경계한 것이다.

최 회장의 시선은 개별 기업의 단기 실적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중장기 생존에 맞춰져 있다. 그는 “지금 메모리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마진이 좀 떨어져도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보호해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유지·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가격이 치솟는 ‘칩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PC·스마트폰 등 완제품 시장이 위축되고 일론 머스크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신규 경쟁자들이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되는 역풍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큰 위험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최 회장은 “칩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지정학적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옛날에 똑같이 일본도 맞았던 이야기”라며 “주요국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확보를 경제 안보 문제로 인식한 강대국들이 통상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1980년대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보복 관세와 판매 가격 제한 등 강도 높은 통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급격히 쇠락했다. 과도한 시장 지배력과 막대한 이익이 국제사회의 견제를 부르면서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미흡했던 셈이다.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최 회장은 각국 정부로부터 메모리를 구해달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통상 압박을 방어하고 기업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은 원래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국가가 감당해야 할 외교·안보적 부담을 기업이 혼자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31년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다. 그동안 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1류 반열에 올랐다. 반면 정치와 행정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산업을 키우고 지키는 방법보다 초과이윤을 나누는데만 골몰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에 충격을 준 것은 미국의 압박이었지만, 진짜 패인은 국가 차원의 전략 부재였다. 우리 반도체 산업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선관위보다 항의 시위 먼저 처벌하는 본말전도 수사

조선일보
입력 2026.07.21. 00:00업데이트 2026.07.21. 00:22
20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부부의 동반 해외 출장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사진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과 도덕적 해이, 이로 인한 국민 참정권 침해가 문제의 본질이다. 사태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 역시 선관위가 일으킨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했고, 그동안 참여자와 구호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본질은 변한 게 없다. 선관위의 참정권 침해가 없었다면 시위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의 대응은 시간이 갈수록 앞뒤가 바뀌고 있다.

올림픽공원 시위대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개표소인 핸드볼경기장 출입을 막은 시위대 289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혐의가 있는 일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있다. 출입문을 2시간 동안 홀로 막아 시위의 상징처럼 된 한 여성 시위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폭력은 어떤 경우든 법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경기장 출입을 막았다는 이유로 구속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

반면 사태의 본질인 선관위 수사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어제(20일) 선관위를 압수수색했다. 선관위 간부의 외유성 출장 등 비위와 횡령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미 알려진 사실인 데도 고발된 지 한 달 만에 강제 수사를 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킨 선관위의 부실 행정 수사도 지난달 11일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무엇 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이 문제는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검경에 수사 의지가 있다면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 기본권 침해가 경찰 공권력 침해보다 가벼운 사안인가.

국민 참정권 침해는 중대한 문제다. 투표권 보장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무너진 것이다. 이 때문에 20~30대 청년들이 선거 당일 개표소로 쏟아져 나와 “투표도 못 하는 나라”라며 항의했다. 선관위만이 아니라 한국 정치와 행정 시스템 전체를 성토한 것이다. 이에 놀란 여야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선관위 개혁을 주장했고, 당시 총리는 “선관위 해체”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정치적 이용 기간이 끝나자 국정조사는 시들하고 이견이 없다던 특검은 진척이 없다. 정치가 이러니 검경 수사도 앞뒤가 바뀐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와 '환경'은 소신 접었고 '기후' 하나 남았다

'호남 반도체' 계기
원전 추가 건설로 선회
댐 건설 중단도 번복
"이념 파묻혀선 안된다" 반성까지
'탄소 53% 감축' 기후 목표도
결국 노선 수정하지 않겠는지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입력 2026.07.20. 23:55
남부 지방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4일 전남 화순 동복댐 주변으로 바닥이 드러나 있다. /김영근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65만㎥의 용수를 공급하겠다면서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기존 동복댐의 제방을 올려 짓겠다는 것이다. 동복댐은 섬진강 지류인 동복천의 상류에 있는 댐이다. 여기서 광주로 하루 25만㎥씩 상수원수를 공급해왔다. 댐 증고(增高)와 여유분 활용으로 동복댐 용수 공급을 55만㎥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선 동복천 하류 쪽에 동복천댐을 신규로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른바 ‘기후대응댐’ 14곳을 짓는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2022년 극한 가뭄을 겪고 나서 마련한 대책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에 와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맡은 김성환 장관은 작년 9월 ‘14개 신규댐 중 7개는 중단, 7개는 공론화 거쳐 재검토’를 발표했다. 장관 취임하자마자 두 달간 10개 댐 후보지를 돌아본 후 결정을 내렸다. 김 장관이 좌파 정부의 정체성을 걸고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랬던 김 장관이 지난달 30일 호남 반도체 용수 공급 방안으로 동복댐 증고를 제시했다. 김성환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하류 쪽 동복천댐 신설보다) 사업 기간이 단축되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보다는 댐을 안 짓겠다고 해놓고서 불과 아홉 달 뒤 그걸 뒤집기는 정책 체면상 어려워 ‘기존 댐 증고’로 방향을 비튼 것이 아닐까. 김 장관은 작년 9월 하류 동복천댐 신설 중단을 발표하면서 ‘주민 반대’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보도를 보면 동복천댐 신설은 수몰 가구가 80가구 생기는데, 동복댐 증고는 130가구라고 한다. 동복댐 증고로 수몰될 주민들 입장에선 느닷없는 정책 변경으로 대신 희생되는 것이니 더 억울할 것이다.

기후부는 호남 반도체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 전개 아니냐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홍수나 가뭄도 미리 예고하고 닥치는 일이 아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포항제철소도 물에 잠겨 수천억원, 어쩌면 1조원 이상 피해를 봤다. 냉천 상류에 항사댐을 지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환경단체가 댐 건설을 막는 바람에 참사가 빚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계획에 잡혀 있던 12곳 신규댐 건설을 아예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그 결정을 뒤집고 댐 건설에 나섰던 것인데 이재명 정부는 재차 ‘댐 건설 중단’으로 선회했다. 그랬다가 9개월 만에 ‘댐 증고’라는 변칙 대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기저 전원을 안정화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과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여부를 결정,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늘리면서 원전과 조화하는 ‘에너지 대전환’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김성환 장관은 “(호남 반도체 전력 공급에 필요하다면) 전남 영광과 울산 울주에 원전 4기 추가 건설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 장관의 원래 소신이 탈원전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작년 9월 기자회견에서 “원전은 지금 시작해야 10년이 지나도 될 둥 말 둥인데 그게 대책인가…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랬던 정부가 소신을 뒤집고 노선 수정에 나섰다. 김 장관은 “부지는 있으니 통상 13~15년 걸리는 원전 건설도 7년 정도로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탈(脫)탈원전 수준이 아니라 친(親)원전에 가까운 경로 이탈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 에너지, 환경의 세 정책 부문을 통합해 새로 출범했다. 김성환 장관은 그 부처 초대 장관이다. 그런데 출범 1년도 못 돼 에너지와 환경 부문의 대표 쟁점(원전, 댐)에서 정책 기조가 돌변했다. 정부가 정책 노선을 수정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실 파악이 달라지거나 상황이 바뀌면 실용 측면에서 정책을 유연하게 바꿔갈 수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이념에 파묻혀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원전 신규 건설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에너지 정책의 재검토도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지난달 29일 SNS 글에서 “(AI 혁명의 시대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념 논쟁, 가치 논쟁에 집착해온) 과거를 버리는 것이다… 가치 논쟁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남은 것은 기후 부문 정책 노선이다. 김성환 장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기후 정책은 작년 11월 유엔에 제출한 이른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라는 것이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3~61%(2018년 대비)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후협약 사무국이 집계한 세계 평균치(12%)보다 4배 이상 엄격한 약속이었다. 그때 김 장관에 대해 ‘기후 탈레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목표였다. 결국 기후 노선도 현실을 반영해 수정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