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이재용·최태원, '삼단 논법' 사용한 이유는...
두 회장 발언에 '언제'가 없는 등 조심스러운 기색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이른바 ‘호남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현장 발언을 두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이 지역 투자를 ‘언제’ 하겠다는 얘기를 두 총수들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선 이재용 회장의 경우 이날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며 “여러 지역 중 전력·용수·인력 확보 그리고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인센티브 지원’이 대폭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려있고, 광주로 장소를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후보지’라고 거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회장이 “HBM 팹(공장)은 기존의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 “삼성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라고 하는 등 기존 생산 설비를 두고 있는 다른 지역 투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약 1000조원,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약 1100조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반도체 생산량 확대와 관련해서는 이 회장처럼 전제를 깔았다.
그는 “참고로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저희가 9년이 걸렸다. 또한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부지와 전력과 용수와 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뒤, “그래서 SK하이닉스는 제반 요건을 충족하는 곳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3단 논법을 쓰면서, 역시 부지, 전력, 용수, 인력이란 ‘선결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그리고 그는 광주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결국 두 회장 모두 언제 투자를 시작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이,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셈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 의지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 균형 개발도 필요하지만 10~15년 뒤 일어날 일을 예상해 미리 투자 발표를 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날 두 회장이 준비한 발표는 수뇌부와 실무진이 긴 시간 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고른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법적인 것을 포함한 총수가 져야할 책임을 의식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호남 반도체 투자가 최소 10~15년은 걸리는 일인 만큼, 반도체 시황이나 국제 정세 등을 감안해 진도가 제때 나가지 않는 경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부실 결정’ 등으로 총수들에 화살이 돌아올 것을 사전에 방어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자진 사퇴' 홍명보 저격한 붉은악마..."축구계 영원히 떠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을 들어 자진 사퇴했지만, 축구 팬들의 비판 목소리는 여전하다. 축구 대표팀 공식 응원단 붉은악마도 “축구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며 홍 감독을 향해 날을 세웠다.
29일(한국 시각) 홍 감독은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했다.
그러자 붉은악마는 입장문을 내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죄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끝까지 대한민국 축구 팬을 유린했다”며 홍 감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축구인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뼈저리게 반성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고 했다.
붉은악마는 “과거 실패를 세탁하기 위해 우리의 진심을 도구로 삼았다면, 그것은 자신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축구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도 했다. 홍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지휘봉을 잡고 2무1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이번 월드컵에 또다시 사령탑에 올라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것을 비판했다는 설명이다.
붉은악마는 끝으로 “오늘 이후부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축구를 좀먹는 적폐들이 사라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호남 가라, 삼전닉스"… 여의도 정치가 흔든 반도체 지형도
'호남행' 연관키워드는 기대·폭락·정전
국민들도 '정치논리' 짐작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상징인 반도체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에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전(前)공정 생산 라인(팹·Fab)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과 경제계는 물론 온 나라가 거대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
썸트렌드(SomeTrend)가 지난 6월 24~25일 실시한 빅데이터 분석<그림 1, 그림 2>에 따르면, ‘반도체’와 ‘호남 공장’이라는 두 축을 연결하는 핵심 교량으로 ‘삼성’, ‘SK’, ‘투자’, ‘시장’, ‘기업’이 도출되었다. 이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지역 유치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미래 명운과 국가 거시 경제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임을 방증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을 벗어나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기지를 구축한다는 점에 있다. 관가와 재계에서 흘러나오는 투자 규모는 향후 10년 안팎에 걸쳐 총 400조~500조원을 상회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최첨단 반도체 팹 1기를 건설하는 데 평균 60조원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양대 기업이 호남 지역에 각각 복수의 핵심 라인을 신설하겠다는 대전환의 신호탄이다.


野 "호남 반도체, 최악의 정치개입… 나중에 감옥갈 일"
개혁신당 "축구협회의 홍명보 선임 같은 일"
야당은 29일 정부의 호남 지역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대해 “최악의 정치 개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광주·전남에 반도체 공장이 가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서로 경쟁하는 두 대기업이 동시에 같은 입지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관치 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임을 가리킨다”고 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반도체에 물이 가장 중요한데, 광주·전남에 물이 부족한 건 여러 보고서에 나와 있다”며 “영산강 보는 또 해체한다고 한다. 기업 관계자들 통화해보니 ‘하고 싶어서 하겠냐’라는 뉘앙스가 역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나중에 다 감옥 갈 일”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반도체 투자는 선물이 아니라 전략, 정치적 배려가 아니라 산업적 필연이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반도체 시간표는 전력망, 용수, 인재 부족 앞에서 지체되고 있다. 이번 발표가 또 하나의 데자뷔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반도체는 공장 하나만 덩그러니 세워선 안 되고 소재, 부품, 장비, 인력, 물류 등을 모두 구비해야 하는데 광주·전남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도 “구미 산단 부지는 다 조성돼있고 전력과 용수도 풍부하다”며 “반면, 호남은 신재생 전력 중심의 간헐적 전력이 중심이고, 용수도 가뭄이 잦은데 이번 결정이 정치적 외압 없이 결정됐다고 누가 믿겠나”라고 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 용수, 인력, 공급망, 산업 생태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호남은 전력과 설비 여건이 부족하고 영산강과 섬진강 수량이 부족해 ‘물 돌려막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과 SK의 투자 결정 과정에 정권 차원의 압박이 있었다면, 국가 전략산업을 정치권력 입맛대로 움직이려 한 중대한 직권남용 의혹”이라며 “이재명 정권 최대의 산업 게이트가 열리고 있다. 강행한다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도 이날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답정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처방전을 먼저 써 놓고 병명을 나중에 갖다 붙이면 진찰 없는 처방으로 의료법 위반”이라며 “이 정권이 반도체를 가지고 그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처방은 처음부터 호남이었다”며 “처음엔 ‘전력’이었다가, ‘균형발전’으로, 급기야 ‘내란 종식을 위해 호남으로 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더니 이제는 ‘기업의 선택’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년 사이 네 번 바뀌었다”며 “병명이 이렇게 바뀐다는 건 진단보다 처방이 먼저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수백조 원짜리 국가산업을 답정너식 처방 위에 올려도 되나”라고 했다.
김성열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대규모 호남 반도체 이전 정책은 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과 닮아 있다”며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경쟁 무대에서 실력보다 인맥과 정치가 앞서면 결과를 망치듯,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도 정치 논리가 앞서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스타들 데리고 2년 뭐했나… 감독·축구협 '무능한 투톱'이 빚은 참사
오히려 퇴보한 한국축구의 현실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 축구계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졌다. 외국인 후보들을 제치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1무 2패)을 낸 홍 감독을 다시 선택한 절차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리그 울산을 지휘하던 홍 감독은 “나는 나를 버렸다”며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함께 국회에 불려나가선 “마지막 봉사로 감독직을 맡았다”며 “남은 기간 팀을 강하게 만들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임무”라고 했다.
지난 2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홍명보호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빅리그에서 검증된 ‘황금 세대’가 포진했고, 조 추첨 결과 역시 “역대 가장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조 3위를 해도 8팀이나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축구협회나 대표팀 내부에선 ‘16강 진출 또는 그 이상’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결과는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 이전 월드컵이라면 본선에도 못 나가는 최악의 성적(34위)을 냈다. 이보다 더 국민을 화나게 한 건 지난 25일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참혹한 경기력이었다. 축구계에선 “홍명보 체제 2년 동안 한국 축구가 대체 얼마나 망가진 거냐”는 탄식이 나왔다.


북중미 월드컵 실패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홍 감독의 고집이 빚어낸 전술 착오가 꼽힌다. 홍 감독은 아시아 최종 예선을 통과해 본선 티켓을 확보한 직후인 작년 7월 동아시아컵 때부터 돌연 ‘스리백’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월드컵 본선을 1년도 안 남긴 상황에서 전술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선 한 가지 전술로만 임할 수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스리백을 장착한 대표팀은 작년 10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에 0대5로 져 망신을 샀다. 홈경기인데 홍 감독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올해 3월 코트디부아르에 0대4로 패배하면서 스리백 전술의 약점과 한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선제 실점 후 끌려가는 경기 상황에서 홍 감독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같았다.

‘실전 무대’인 월드컵 본선에서도 대표팀은 매 경기 같은 문제점을 반복했고, 약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홍 감독의 스리백 전술은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려 끙끙대는 것처럼 보였다. 멕시코(0대1 패)와 남아공(0대1 패)전에서 한국은 실점 이후 전혀 공격이 되지 않아 자멸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골을 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은 없고, 자리를 지키며 후방에서 공만 돌리는 모습에 축구 팬들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홍 감독이 월드컵 캠프를 꾸리면서 ‘헛발’을 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발 1571m 고지대에서 1·2차전을 치르는 것에 지나치게 매몰돼 정작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는 내용이다. 대표팀은 5월 중순부터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고지대에서 보름 가까이 사전 적응 훈련을 했다. 덕분에 체코전에선 지친 상대 선수들을 공략해 역전승을 거뒀고, 멕시코전 때도 체력적으로 크게 뒤지는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선했던 고지대를 벗어나 최고 기온 35도 안팎의 고온다습한 몬테레이로 넘어가자 선수들의 몸놀림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경기를 본 취재진이 “선수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아시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손흥민을 멕시코전에서 조기 교체하고, 남아공전은 아예 선발에서 뺀 용병술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옌스 카스트로프 등 특정 선수 출전을 기피하고, 선수단 내부에서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홍 감독이 “왜 이런 경기력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나도 당황스럽다”며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하자 국민의 분노가 치솟았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X(옛 트위터)에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 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담한 결과의 원인을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했다.


물가에 기름 끼얹을 추경 돈 풀기 또 꺼낸 李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방위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인공지능용 GPU(그래픽처리장치) 구입을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언급했다. “(GPU가) 점점 대규모로 필요할 것 아니냐”며 “추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재원도 추가로 발생하는 것 같다.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도 “서민에 대한 소득 지원 정책을 지금 추가하려면 (올해 예산상으로는) 재원이 없지 않나”라며 추경 필요성을 꺼냈다.
미래 산업 인프라 투자나 서민 지원은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고물가·고환율로 민생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1%로 2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2%)를 석 달 연속 웃돌았다. 유가는 물론 식료품·생필품 같은 기초 생활 물가가 급등해 서민 가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추경을 편성해 재정 자금을 풀면 고물가·고환율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속속 올리며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트럼프 대통령 기대와 달리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했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올려서라도 물가를 낮춰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다. 추경은 물가 방어를 위한 이런 긴축 기조에 역행한다.
추경은 긴급 상황에서 불가피할 경우에 편성하는 비상 예산이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GPU 구매나 서민 소득 지원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꼭 필요하다면 오는 8월 발표할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면 될 일이다.
현 정부 들어 1년 사이에 추경은 이미 두 차례 편성됐다. 지난해 6월 약 32조원 규모 소비 쿠폰 추경과 올 3월 26조원 전쟁 추경이었다.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추경을 습관처럼 동원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임기 중 무려 10차례 추경을 편성해 ‘재정 중독’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
정권 편 범죄 연이은 항소 포기, 이런 게 '정치 검찰'

검찰이 1심에서 징역 4개월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연어 술 파티 의혹’ 관련 위증 혐의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1심 무죄가 선고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항소를 포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쌍방울 측에 ‘쪼개기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다. 공소기각 판단이 내려진 경기도 대북 지원 사업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이 대통령 관련 핵심 혐의는 항소를 포기하고 지엽적인 부분만 항소한 것이다.
연어 술 파티 의혹은 이 전 부지사가 2년 전 국회에서 “검찰이 연어와 술을 주면서 진술을 회유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기소된 사건이다. 위증으로 2년간 나라를 뒤흔든 점에 비춰 보면 징역 4개월은 가볍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가 뒤집어 위증으로 기소된 건설업자도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 입장에선 당연히 항소했어야 할 사안인데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2심에선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위증 부분에 대해선 형량을 높일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쪼개기 후원금’도 이 전 부지사가 범행에 관여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검찰이 2심에서 증거를 보강해 얼마든지 다퉈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항소를 포기해 이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 측근이 아니라면 이렇게 했겠나.
검찰은 친정권 인사들에 대해 연이어 상소를 포기하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기소됐다 2심 무죄가 선고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서해 공무원 사건 피고인 3명에 대해서도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 대통령이 별도로 기소돼 있는 대장동·위례 사건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도 포기했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김건희 여사가 금품수수 사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자 “정치 검찰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겨냥한 것이다. 친여 인사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상소 포기 특혜를 주는 현 정권 검찰이야말로 ‘정치 검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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