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과 싸우는 '광주의 딸'… "대국민 가스라이팅에 침묵할 수 없었다"
[김윤덕이 만난 사람]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해 강등… 인사취소 1심 승소한 정유미 검사
16일 대전고등검찰청에서 정유미 검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 검사는 자신에 대한 인사 명령 처분에 대해 "자발적인 사직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인사가 활용됐다"며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이 재량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신현종 기자

대전고검 구내식당 야외 탁자에 정유미와 마주앉았다. 지나가던 검사들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숨이 좀 쉬어진다며 나보다 더 기뻐한다. 점령군에 지배 당하는 느낌으로 두들겨 맞고만 살았으니(웃음).” 땡볕을 뚫고 한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정유미는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했을 때 ‘검찰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인 일’이라고 비판해 검사장에서 평검사로 강등 인사 조치됐다. 사표를 던지는 대신 법무장관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인사명령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편법과 반칙을 뉴노멀로 만드는 대국민 가스라이팅에 침묵할 수 없었다.” 정 검사를 만난 16일, 법무부는 항소했다.
◇ 언제는 계급장 떼고 맞서라더니
-1심 선고 후 ‘당연한 판단’이라고 했다. 승소를 확신했나?
“당연한 판단이지만,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낼지는 확신하지 못 했다.”
-후배 검사들은 왜 ‘숨이 쉬어진다’고 했을까?
“법과 상식 무너뜨리며 계속해서 두들겨 패기만 하니 좌절감과 패배감, 울분이 쌓였던 것 같다.”
-재판부는 법무장관이 원고의 자발적 사직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인사를 악용했다고 봤다.
“대검급 검사(검사장)를 고검급 검사로 보낸 건 누가 봐도 징계인데, 당사자에게 이를 소명할 기회, 방어권을 보장해주지 않은 것이 인사권의 재량 범위를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지휘부 비판 글을 올린 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봤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정치권의 파상공세를 견디며, 날밤을 꼴딱 새워 일해온 검사들의 영혼을 팔아먹은 짓이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비판했는데, 그게 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킨 것인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났다고 하더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절대 격하거나 심하지 않다. 전문을 공개할 의향도 있다. 그 정도의 표현도 수용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재판부는 또 ‘강등 인사’는 아니라고 했다. 검찰청법상 검사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단순화돼 있어 검사장(대검급 검사)을 고검 검사로 발령한 것은 문제 없다는 뜻이다.
“검찰청법 제28조는 대검급 검사의 보직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 범위에 고검 검사는 없다. 명백한 법령 위반이자 보복성 인사다.”
-전직 검사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사장을 평검사로 강등시킨 전례가 있다면서, ‘정유미는 변호사 비용 많이 들 것’이라고 했더라.
“그가 검사 출신이라는 게 부끄럽다. 2007년에 있었던 권 모 검사 인사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인사였다. 감찰팀이 권 검사의 청탁 압력 수사 비위를 발견했는데, 징계 시효가 지나 강등 인사로 대신한 것이다. 검찰인사위원회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여겨 ‘이 사안에 한해서’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런데 검사 직급이 언제부터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나뉘었나?
“노무현 정부가 평검사들이 용기를 갖고 검찰 수뇌부에 맞서 싸우라는 취지로 ‘평검사-검사장-고등검사장-검찰총장’이던 직급을 ‘검찰총장-검사’로 통폐합했다. ‘계급장 떼줄게, 시원하게 개겨’라는 취지였는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지금 수뇌부에 할 말을 했다는 이유로 탄압 받고 있다. 남의 조직을 향해서는 ‘야, 개겨’ 해놓고 자기들한테 개기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이다.”

◇ 尹 사단? 정치적 공격 위한 프레임
-법무부는 당신이 창원지검장 시절 ‘명태균 공천 개입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도 인사의 근거로 삼았다.
“부실? 우리 수사팀이 검사, 수사관 다 합해도 20명이 안 되는데, 압수수색해 나온 녹음 파일 2만 개를 분석하고 유력 정치인 포함해 넉 달간 100여명을 조사했다. 매일 밤샘이라 근처 병원에 링거비 선결제 해놓고 1시간씩 눈 붙이고 오게 했을 정도다. 검사 한 명은 사고로 안구가 함몰됐는데도 수술 받고 바로 합류해 한쪽 눈으로 종일 CCTV를 분석했다. 황금폰 찾는다고.”
-‘명태균 사건은 솜사탕처럼 부풀려졌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애초 이 사건은 김영선 캠프의 회계 문제였다. 중요 사건이 아니어서 내가 창원지검장으로 부임했을 때 보고서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게 대형 사건으로 커진 건 강혜경 입에서 윤석열·김건희 이름이 나오면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극성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지만 수많은 의혹들 중 형사적으로 처벌 가능한 내용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명태균한테 이런이런 말을 들었다’는 여자의 전언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온 나라가 요동친 것이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쟁점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를 서울시장 후보로 대놓고 픽한 것은 공천 개입인가, 아닌가? 당시 공천위원회 회의록도 다 뒤져봤지만 대통령의 입김, 혹은 관련 발언은 발견할 수 없었다. 격노도 없었다.”
-정유미는 윤석열 사단인가?
“정치적 공격을 위해 갖다 붙인 프레임이다. 중앙지검 공판부장 시절 함께 근무한 적은 있지만 대면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분의 특수부 중심적 사고가 검찰이 망가지는 단초가 됐다고 평가하는 검사도 많다. 친윤으로 꼽힌 한동훈·이원석·송경호 같은 분들은 직언하다 내쳐지지 않았나.”

◇ 옆집 남자에 몽둥이 쥐여주고
-대장동 항소 포기를 비판한 다른 검사장들은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되자 사표를 냈다.
“그들은 좌천이어도 검사장 직급으로 발령 났지만, 나는 평검사로 강등됐다. 20년 넘게 검사로 살면서 나는 인사에 불만을 가져본 적 없다. 오히려 인사에 투덜대는 검사들을 안 좋게 봤다. 자기가 가기 싫은 데면 다른 검사도 가기 싫을 것 아닌가.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법령과 인사 원칙을 어겼다.”
-여성이라서 더 탄압받았을까?
“그 정도로 모욕을 주면 사표를 던질 거라 생각했겠지. 나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검사장으로 퇴임하면 3년간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없으니, 평검사 퇴임이 경제적으론 더 유리할텐데.
“그런 계산은 해본 적 없다.”
-검찰청도 폐지되는 마당에, 왜 힘든 싸움을 하나?
“편법과 반칙을 저지르면서 ‘원래 그랬어’라고 가스라이팅 하니까. 우리가 입 닫으면 불법이 합법이 되고 뉴노멀로 굳어지니 나라도 싸워야 했다.”
-검찰 수장들을 강하게 비판하더라.
“대검이 법무부에 박상용 검사를 정직(중징계) 청구한 것은, 내 새끼 패겠다고 오는 옆집 남자에게 몽둥이를 쥐여주고 잘 패는지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대전고검을 방문한 구자현 총장대행 면전에서도 쓴소리 했다던데.
“준사법기관의 수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자체가 그 분 머릿속에 없는 것이다. 뭣보다 조직이 해체를 앞두고 있는데 대검은 어떤 미래도 제시하지 않는다. 파산하는 배에서 물에 뛰어들든지, 페트병 잡고 살아남든지 각자도생 하란 얘기다. 도대체 선장이 왜 있나?”
-노만석 전 총장대행이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남기려고 대장동 항소를 포기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육각 결정만 남고 짠맛을 잃은 소금을 소금이라 할 수 있나? 보완수사권을 무슨 꿀단지처럼 얘기들 하는데, 검사에겐 수사지휘권이 중요하지, 건물 다 지어 놓고 문제 있으면 고쳐보라는 식의 보완수사권은 큰 의미 없다.”
-비유를 참 잘한다.
“배움이 짧아 학술적 언어로 우아하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웃음).”

◇ 공소 취소도 탄핵 사유
-광주 출신에 서울대 시절 운동권이었다.
“5·18 의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니 아무래도 투심(鬪心)이….”
-그런데 진보 정권과 더 싸우더라.
“애초 보수 정권엔 별 기대가 없었다(웃음). 진보 정권은 내가 생각한 진보가 아니어서 비판했다. 그들은 진보의 이름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 집단이다.”
-검찰이 비판 받는 게 억울한가?
“대체 정치 검찰이 뭔가? 정치 이슈에 목소리 내면 정치 검찰인가? 정치인을 수사하면 정치 검찰인가? 이성윤, 박은정 같은 이들이 정치 검사 아닌가? 대부분의 검사들은 자기 캐비닛에 쌓인 사건들 처리하느라 밤에도,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 검찰이 잘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때려잡는 게 능사인가? 삐거덕거리면 기름칠하고 바로잡아서 잘 굴러가게 하면 된다. 검찰 해체는 중요 국가 기관이 70~80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를 그냥 날려 먹는 것이다.”
-민주당은 왜 아직도 검찰을 악마화할까?
“싸울 대상이 필요하니까, 상대가 강하고 악하다고 여겨질수록 자신들이 정당화되니까. 박상용 검사 징계는, 자신들을 공격하면 모든 수단과 공권력을 활용해 철퇴를 내리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연어 술 파티는 징계 사유에서도 빠졌을 만큼 거짓으로 밝혀졌다. 술 파티로는 안 되니 수사 과정 확인서를 안 썼다는 치졸한 사유를 긁어모아 징계하더라. 별건 수사로 억지 죄목 만들던 옛날 정치검사들 하던 짓을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
-검찰 선배들의 원죄를 원망했겠다.
“원죄를 지은 분들이 지금 정치권에 가서 우리한테 소리지르고 있지 않나?”
-계엄이 탄핵 사유면 공소 취소도 탄핵 사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 계엄이 내란이 된 건 국회라는 국가 기관을 마비시키려 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나. 공소 취소 역시 국가 기관의 여러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정치할 건가?
“전혀. 정치인이라면 징글징글하다.”
-항소심으로 변호사 비용이 또 들겠다.
“내 변호사비는 내가 대는데, 법무부는 내 세금도 포함된 돈으로 변호사를 쓴다. 그것도 대형 로펌의 비싼 전관변호사로. 그게 제일 억울하다(웃음).”
☞정유미
1972년 광주 출생. 대광여고,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 광주지검을 시작으로 중앙지검 공판부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창원지검장을 지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가,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다시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됐다. 정성호 법무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처분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오세훈 "보유·양도세 강화는 최후 수단 아닌 쓰지 말아야 할 수단"
"실패한 길을 기어이 다시 가려 한다" 비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보유세·양도세 강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오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유세·양도세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쓰지 말아야 할 수단”이라며 “실패한 길을 기어이 다시 가려고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 “원인을 잘못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었다”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린다면 그것은 세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주거 수요 집중, 그리고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금 폭탄이 아니라, 수요를 충족할 강력한 공급과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라고 짚었다.
등록 임대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조정으로 서울에 약 6만8000가구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 시장은 “이는 신규 공급이 아니라 기존 주택의 소유자만 바뀌는 것에 불과해 주택 재고는 늘지 않는다”며 “임대 주택이 실거주로 바뀌면 전세 매물만 시장에서 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의 매물 잠금이 가속화하고, 임대료가 세입자에게 전가돼 월세 대란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라는 현실적인 길로 전환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세제 개편 논의에 앞서 대통령께서 서울시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보유·양도세 동시에 올리는 文정부 정책 실패 되풀이하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보유세와 양도세를 조정하는 부동산 과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고 언급한 데 이어 부동산 증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고 있다. 지방선거 전만 해도 여당이 나서 “당 차원의 세제 개편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진화에 급급했던 기조가 선거 직후 달라졌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조세 정책이 시장 상황에 따라 널뛰듯 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부는 증세 명분으로 반도체 대호황에 따른 성과급 유입과 이로 인한 동탄 등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 급등 조짐을 내세우고 있다.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에도 지금의 부동산 과열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천문학적 반도체 성과급 지급 결정 과정에 직접 나서서 중재했던 주체다. 게다가 대부분 주요국들이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긴축 재정 기조로 돌아서는데도 우리 정부는 역대급 팽창 예산도 모자라 추경을 통해 국민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씩 자금을 지급했다.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겠다며 ‘국민배당금제’ 도입까지 언급하며 시중의 유동성 팽창 심리를 자극했다. 돈을 이렇게 풀어놓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 정부가 반도체 호황을 구실로 증세 카드를 꺼내니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높인다면 양도세는 낮춰 다주택자의 매물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인상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실패한 대표적인 부동산 증세 정책이다. ‘매물 잠김’ 현상으로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하지 못했고, 늘어난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끊기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런 실패의 전철을 왜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이번에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까지 시사하며, 투기와 무관하게 오랜 기간 집을 소유해 온 실수요자까지 규제 사정권에 집어넣고 있다.
비정상적인 한국의 주택시장은 안정돼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은 세금을 통한 징벌이 아니라 만성적 초과 수요 완화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이다. 예측 가능한 세제 기조와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결합할 때 달성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시장 왜곡을 부추기는 규제 일변도 증세 카드가 아니라 반도체 호황의 초과 세수 일부를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공급 확대에 집중 투자하는 등의 정석적인 시장 안정 방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연어·술 파티' 위증 유죄, 이래도 민주당은 "공소취소 특검"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이른바 ‘연어·술 파티’ 주장을 허위로 보고 이 전 부지사에게 1심에서 징역 4개월형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국회 청문회에서 “검찰이 연어와 술을 주면서 진술을 회유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민주당은 이 주장 등을 근거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조작됐다며 공소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그 핵심 근거가 1심에서 무너진 것이다.
법원은 유죄의 이유로 이 전 부지사의 통일성 없는 진술을 들었다고 한다.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는 술 파티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날짜와 장소를 여러 차례 번복했기 때문이다. 음주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술을 마셔서 얼굴이 붉어졌다”고 말했다가 재판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반대 진술을 한 증인들은 말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다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진실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주장이었다. 그는 당초 검찰에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로 이 대통령이 위기에 빠지고 자신은 주변에서 배신자로 몰리자 연어·술 파티와 진술 회유 주장을 시작한 것이다. 이 주장을 법원이 배척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징역 7년 8개월 중형이 확정된 이씨의 대북 송금 및 뇌물 사건에서도 그의 주장은 끝까지 사실로 인정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허술한 주장을 신줏단지처럼 받들어온 민주당의 태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일념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수사 검사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고 국정조사를 벌였다. 아무 소득이 없는 데도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며 조작 기소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시대의 소명”이라고도 했다.
이번 판결이 나온 다음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결과는 유죄이지만 실질은 무죄”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특검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거짓을 토대로 국가 사법 체계를 흔들겠다는 것이다.
창업자들 배신한 '모두의 창업' 사태

지난 19일 새벽 2시가 지난 시각에 기자의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가상현실(VR) 인테리어 스타트업을 하다 실패의 아픔을 겪은 한 재기 창업자가 보낸 것이었다. 그는 창업 실패로 아내 명의 집까지 가압류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대국민 창업 오디션 ‘모두의 창업’에 도전했다고 했다. 6만3000명이 몰렸고, 심사를 거쳐 1차로 합격자 5000명이 추려졌다. 다행히 그도 합격해 재기의 기회를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합격자 5000명 전원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는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 15일 합격자 프로필이 공개된 직후 합격자들의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어 요약, 심사평 등 비공개 정보가 외부자에 의해 무단으로 열람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실명·전화번호·상세 사업계획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아이디어 요약’은 단순한 몇 줄 자료가 아니다. 아직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 초기 창업자의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그들의 전 재산이자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정부가 아이디어 임치(任置) 제도까지 운영하는 이유다.
사고 이튿날인 16일에는 한 합격자가 특정 업체로부터 홍보 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이메일을 보내온 업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번 사업을 위해 제휴를 맺은 인공지능(AI) 솔루션 공급사였다. 창업자들이 심사받기 위해 제공한 정보가, 정부가 추천한 협력사의 타깃 영업 리스트로 유용된 셈이다.
한 벤처 업계 인사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모두의 창업은 모두의 창업 아이디어를 정말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창업 생태계를 진흥시키겠다는 거창한 명분의 공공 사업이, 창업 도전자들의 아이디어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조차 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번 유출 사태를 두고 청년 창업자들은 SNS에서 탄식을 쏟아냈지만, 정작 제도권의 누구도 선뜻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부 예산이 생사를 가르는 판에서 누구도 정부와 각을 세우지 못하는 탓이다. 공공 주도 사업의 규모가 생태계를 압도하면, 시장의 건강한 자정 작용도 멈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모두의 창업’은 출범과 동시에 대규모 인원이 몰리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어떤 정부 사업도 흥행은 신뢰가 뒷받침될 때만 지속된다. 이번 유출의 피해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정부 설명과는 별개로, 창업자들이 정보 관리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이미 신뢰에 흠집이 난 셈이다. 창업으로 재기하려는 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지 않도록,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마침 이 사업을 주도한 한성숙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5~26일 열린다. 혹시라도 이를 의식해 정부가 이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부정선거 재선거" 외치며 노숙하는 청년들
잠실 참정권 집회, 참여 청년 눈에 띄게 줄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비가 오는 주말인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연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참정권 집회’를 18일째 이어가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온 김현겸(26)씨를 포함한 몇몇 청년들은 2주가 넘도록 올림픽공원에서 노숙을 했다. 이들은 “국민의 주권인 참정권 박탈로 자유가 사라진 기분”이라며 “출퇴근을 이곳에서 하며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인천 영종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유민(29)씨는 참정권 시위 첫날부터 현재까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이씨는 “대한민국 참정권이 무너진 게 화가 난다”며 매일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분당에서 온 이모씨는 초등학생 3학년, 5학년 자녀를 데리고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700여 명이 모였다.





잠실 참정권 집회는 수일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변화가 있었다. 기자가 지난 7일과 8일 취재했을 당시에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태극기만을 흔들며 “재선거”를 외쳤었다. 현재는 시위 인원이 많이 줄었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휘날리고 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귀가 다수 보이기 시작했고, 특히 시민들의 구호가 “부정선거 재선거”와 “당일 투표 수개표”로 달라졌다.


한편 지난 21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올림픽공원 바로 옆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토론회에서 개표소 봉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일상을 막아서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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