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유증에 고환율, '반도체 성과급' 겹쳐…한은 "고물가 위험 내년까지 간다"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하반기 물가상승률 3% 내외, 내년도 2% 상회"

미국·이란이 중동 전쟁 종전에 합의했지만 한국의 고물가 위험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은행이 진단했다. 한은은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석유류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엔 유가 충격이 석유류 이외의 근원 물가 품목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은은 또 “물가 상승 압력은 소득 여건이 개선되고 임금 상승세도 확산하면서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이 같은 진단은 신현송 한은 총재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 합의 후 물가 위험은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국제 유가 안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고 그간 누적된 고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높은 물가 수준은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자극하고 기업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여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가 안정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종전 때문에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4일 발표된 종전 합의 후 신 총재가 물가 전망 및 대응 방안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유가 상승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고환율이 겹치면서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한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지난달엔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년 대비 3% 내외,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이 종전 후에도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한은은 2022년 3월 시작돼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의 유가와 한국 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인플레이션 위험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영주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글로벌 원유 가격 상승은 한국의 석유류 가격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린 다음 약 6개월 후 공업 제품 등 비(非)에너지 품목 가격으로 전이돼 1년 정도 지속되는 패턴을 보였다”며 “종전으로 글로벌 유가가 하락해도 ‘간접 효과’는 1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또 “종전 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기반 시설 복구, 각국 재비축 수요 등으로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내년엔 미국이 이끄는 인공지능(AI)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한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성과급 잔치’ 효과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최근 일부 IT 부문 대기업에서 나타나는 큰 금액의 성과급 지급은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물가의 상방 압력도 커진다”며 “통상적으로 특별 급여가 증가할 때는 ‘항상 소득’이라고 여겨지지 않아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커지지 않았지만, 이번과 같이 특별 급여가 일부 업종에 이례적으로 대폭 확대되는 경우엔 임금 상승세가 여타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공급 및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모두 유의미하게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신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때와 비교하면 앞으로의 임금 협상 및 임금 인상 요구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강해졌다는 점이 변화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상반기 물가에 대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으로 목표 수준을 상당폭 상회했다”며 “특히 생활물가 상승률이 3% 초중반까지 상승하면서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으로 가중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생활물가’란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중 쌀·라면·돼지고기·교통비 등 생활에 꼭 필요한 144 품목을 추려 집계한 지표다. 신현송 총재 등 한은 인사들이 최근 ‘생활물가’ 언급을 자주 하는 데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산가는 이자 소득이 늘고 빚이 많은 서민층은 대출 이자가 불어나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물가 상승은 취약층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통선 평균 2㎞ 북상…적 기갑부대 막는 장애물 23개 철거
'여의도 150배' 제한보호구역 해제 추진

국방부가 국정과제인 ‘민군상생을 위한 국방분야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평균 2㎞ 올리고, 여의도 150배 규모의 제한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필요 없다’고 판단한 군사장애물 23개도 내년부터 철거에 나선다.
국방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군사시설 규제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부터 접경지역 전반에 걸쳐 민통선 조정이 추진된다. 민통선은 군사분계선(MDL) 인접지역에서 군사작전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기준선으로, MDL 이남 10㎞ 범위 이내에서 지정되게 돼 있다.
민통선은 지역마다 거리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MDL 이남 8㎞에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를 평균 MDL 이남 6㎞ 지점으로 북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여의도 약 90배(약 270㎢) 면적의 ‘통제보호구역’이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부는 민통초소 이전, 경계펜스 및 보안카메라 설치 등 통제수단을 보완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민통선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제한보호구역 기준 재설정을 통해 여의도 150배(약 450㎢) 규모의 제한보호구역 해체가 추진된다.
제한보호구역은 MDL 이남 25㎞ 범위 이내의 지역 중 민통선 이남 지역으로, 현재 접경지역 국토의 약 2900㎢가 지정돼 있다. 제한보호구역에선 건축물 신축 때 군과 사전 협의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등 개발에 제약이 따른다.
지금은 군사작전상 중요성이 작은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제한보호구역에 지정되게 돼 있는데, 국방부는 군사기지·시설별 필요한 보호 거리를 검토하고 실제 작전요소를 고려해 보호구역 범위를 최적화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부대별 작전성 검토와 지형측량을 통해 순차적으로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할 예정이다.
민통선 조정과 제한보호구역 기준 재설정을 통해 해체·완화되는 보호구역 전체면적은 여의도의 240배 규모다. 다만 이는 지도상에서 판단한 수치로, 실제 지형측량과 작전부대별 검토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불필요한 군사장애물 철거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후화한 장애물이 효과는 없고, 접경지역에서 차량정체를 유발한다는 논리다.
먼저 내년에 지방정부가 철거를 요구한 군사장애물 가운데 군사적 효용성이 작아진 양주, 파주 등 소재 23개를 우선 철거할 예정이다. 대전차 방벽, 도로 낙석, 용치 등 적 기갑부대를 저지하기 위한 장애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후반기에는 전수조사를 통해 연차별 개선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대책을 발표하며 “과거의 군사시설 규제는 당시의 환경에는 적합했으나, 오늘날의 현실은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고 군이 본연의 전투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선 군사시설 규제개선이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일 외교의 결정적 차이… 일본은 성명서 쓰고 한국은 MOU 남발한다
[재팬 리셋] ⑥
에비앙 G7 정상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
'中 경제적 강압' 맞서는 미국과 G6 연대
6월 15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G7 정상회의가 시작됐다. 한국 대통령 일정만 놓고 보면 16일부터 회의처럼 보이지만, 공식 정상회의 일정은 15일부터 17일까지다. 시작 전부터,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은커녕 공동선언(Joint Declaration)도 쉽지 않은 회의가 될 것이라는 ‘김 빠진’ 전망이 흘러나왔다. 공동성명은 정상들이 합의한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외교적 약속이다. 공동선언은 그보다 정치적 선언 성격이 강하지만, 이 또한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마저 어렵다는 말은, 이번 G7 내부 균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날 회의에 참석하긴 했지만, 미국의 G7에 대한 자세는 차갑다. 트럼프에게 G7은 더 이상 ‘서방 선진국 클럽’이 아니다. 그는 G7을 사실상 ‘G6+미국’으로 대하는 듯 하다. 미국이 나머지 여섯 나라와 같은 배를 탄 동맹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거래하는 별도 세력이라는 인식이다. 특히 G7의 유럽 회원국, 즉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보는 눈은 한층 더 냉정하다. 미국이 돈과 군사력과 시장을 제공하고, 유럽은 명분과 회의와 선언문을 생산한다는 불만이 트럼프식 외교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집회 참가자엔 "패가망신" 하던 경찰, 국힘 보좌관 팔목 비틀고 목덜미 잡아
물리적 충돌 영상 온라인 퍼지며 논란
국힘 "믿을 수 없는 일, 법적 책임 묻겠다"

경찰과 국민의힘 측이 물리적으로 부딪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소셜미디어(SNS)에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가 국회 대표단을 수행하던 보좌진의 촬영을 방해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고 목을 조르려는 난동을 벌였다”며 해당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에는 경찰이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뒷목을 잡으려 하자 국민의힘 측이 막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국민의힘은 서울경찰청에 항의 차 방문한 상황이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전날 정례간담회에서 개표소 봉쇄 시위 참여자에게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에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방문에는 신 위원을 비롯해 나경원·이철규·주진우 의원 등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측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2026년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며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이 우리 당 보좌진을 상대로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들면서 팔목을 비틀고, 목덜미를 잡는 등 폭력 행위를 자행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 행위로서 강력 규탄한다. 당 차원에서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을 대표해 피해 당사자와 국민의힘에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은 항의 방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장 면담 하나에 이른바 ‘의전 협의’로만 한 시간이 걸렸다”며 “그사이 국회 보좌진은 손목과 목덜미를 잡혔고 도리어 ‘불법 채증’이라는 적반하장까지 들었다”고 적었다.
나 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온 야당 의원들 앞에서 이 정도다. 그렇다면 시민들 앞에서는 과연 어땠겠는가”라며 “국민을 지켜야 할 기관이 이렇게까지 오만방자할 수 있나”라고 했다.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을 대표해 항의 방문한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도 이 정도인데 국민에게는 얼마나 공권력을 멋대로 휘두를지 안 봐도 뻔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급식·청소 업체와도 본사가 교섭" 무한 교섭 현실화

중앙노동위원회가 급식·청소 등 생산과 관계없는 협력 업체들도 한화오션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울산지방노동위는 현대차가 구내식당, 경비 등 하청 업체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대기업 사업장 내 거의 모든 외주·도급 업무가 원청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란봉투법이 불러올 ‘무한 교섭’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
노동부가 지난 2월 내놓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선 구내식당 등은 ‘사용자성’과 무관한 대표적 사례로 예시돼 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는 노후 설비 교체 권한을 이유로 이와 정반대로 결정했다. 같은 정부기관끼리 판단이 정반대로 나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결정대로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외주를 줄 이유가 줄어든다. 사실상 직접 고용과 차이가 없어지게 되고 결국 기업들은 외주를 축소하고 자동화 투자를 늘릴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득 될 것이 없다.
노동위는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로 구성되는데, 노란봉투법 시행이후 노동위가 ‘친노동’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2021년 중앙노동위는 CJ 대한통운 사건 때 “직접 고용 관계가 없어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결정을 처음 내렸는데 이때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현 정부에서 다시 중앙노동위원장이 됐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 심판회의는 사용자위원 1명, 근로자위원 1명, 공익위원 3명 등 총 5명의 위원이 참여해 판정을 내린다. 박 위원장은 직접 위원으로 참여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노동위는 정부측 인사 비율이 높아 주요 결정에서 정부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큰 데 친노동계 인사가 위원장까지 맡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업들에선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정책과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태도를 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하청 업체 노조와는 산업 안전 등 한정된 의제로 교섭하도록 하고 임금, 성과급 인상 등 다른 요구가 나올 수 없도록 하는 등 법에 정해진 대로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중노위가 노조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도저히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우리도 소수당 되면 주요 상임위 다 포기' 선언해야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6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겠다”며 “국민의힘이 맡았던 경제 관련 상임위 회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힘은 거여 견제와 여야 균형을 이유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재 야당이 맡고 있는 7개 상임위마저 도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 하는 국회’를 이유로 든다.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면 법안 통과에 발목을 잡아 민생과 국정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사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필요한 법안들을 일방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 법 왜곡죄, ‘4심제’,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법들을 일방 처리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사건마저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특검법을 처리하려고 한다. 이 중에 민주당 말처럼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시피 하다.
민주당이 앞으로 2년간 법사위를 내놓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특검’ 때문일 것이다. 이 법안을 소관하는 상임위가 법사위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형식·자구 심사권도 갖고 있다. 법사위에서 이 문제를 따지면 법안 통과는 어려워진다. 그러니 민주당은 야당에 법사위를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국회는 야당이 법사위를 맡는 관행을 통해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왔다. 다른 상임위원장도 의석수 비율을 따라 여야에 배분됐다. 민주당은 이 관례를 이용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핵심 법안을 법사위에서 지연시키거나 막았다. 그래 놓고 자신들이 정부와 국회를 장악하자 관례를 깨고 법사위 등 국회 상임위원장 전부를 독식했다. 야당을 아예 없는 존재 취급한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이렇게 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이 또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면 ‘우리가 다음에 선거에 져 소수당이 되면 어떤 상임위도 맡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 하는 국회’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최소한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고용과 노동 다 잃어버린 고용노동부
상용직 일자리 26년 만에 감소
밀려난 '고용'은 역대 최악 평가
한화·포스코 계속되는 사망사고
새 간판 '노동'도 초라한 성적표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 이후 15년간 써온 공식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꿨다. 정부는 “고용되지 않은 노동자까지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간판에서 ‘고용’을 떼어내고 ‘노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밀려난’ 고용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판을 바꾼’ 노동 역시 성적표는 초라하다.
고용시장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 취업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2030 청년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70만명을 넘어섰다. 단군 이래 가장 화려한 스펙을 갖췄다는 고학력자들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은 재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000명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온 제조업 붕괴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줄어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 역시 8만9000명 감소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고용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상용직 일자리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장 안정적인 고용 형태인 상용 근로자가 지난달 2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규직 일자리 공급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이동하는 동안 노동부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중재안을 내놓지 못했다. AI 확산으로 급변하는 일자리 지형에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그런데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정년 연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청년 고용의 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간판으로 내세운 노동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하고도 받지 못한 임금 체불액이 2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1조원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노동부의 관리·감독 기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인데도 정부의 선제적 예방책 마련은 제자리걸음이다.
노동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던 산업재해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지난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11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7.5%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화자찬이다. 이달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2019년에 이어 같은 사업장에서 세 번째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노동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대적인 단속과 엄벌을 강조하지만, 정작 사업장 안전 관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는지 점검·예방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명 사고가 반복됐다.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룹 회장을 불러 질책했다. ‘엄벌’ ‘일벌백계’ ‘특단의 조치’ 등 노동부 엄포 수위가 높아졌다. 이런 모습이 정치적·감정적 여론 달래기는 될지 몰라도 현장을 바꿀 순 없다. 그보다는 위험한 공정을 기술로 대체하도록 지원하고, 안전에 투자한 기업이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며, 설계 단계부터 위험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약칭에서 ‘고용’을 지웠다고 고용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을 강조한다고 노동자의 삶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노동부는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을 끌어안을 정교한 고용 인프라 구축과 임금체불·산업재해를 줄이는 실질적 노동 정책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포스코, 국내 최대 전기로 광양에 준공...脫탄소 전환 본격화

포스코가 국내 최대 규모 전기를 가동하며 저탄소 강재 생산 본격화에 나섰다.
포스코는 1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광양 전기로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광양 전기로는 국내외 탄소 저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포스코가 2024년 2월 착공해 지금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입한 사업이다. 연산 규모는 250만t으로, 국내에 준공된 단일 전기로 기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권향엽·조계원 국회의원, 김태균 전남도의장, 정인화 광양시장, 박성현 광양시장 당선인을 비롯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희근 포스코 사장,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장인화 회장은 준공식을 통해 “광양 전기로는 단순히 하나의 설비를 추가한 것이 아닌 탈탄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포스코는 글로벌 고객사의 저탄소 강재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포스코가 포항 제철소 등에서 활용하는 전통적인 고로의 경우 철강석과 석탄을 고로에 투입해 쇳물을 생산한다. 고품질 철강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철강석과 석탄을 활용하는 만큼 탄소 배출량도 많다. 반면, 전기로의 경우 철강석·석탄 대신 고철(스크랩)을 녹여 재활용하는 방식이어서, 탄소 배출량을 기존 고로 대비 75%까지 감축할 수 있다.
다만 전기로의 경우 고철을 녹여쓰는 공정 탓에, 쇳물 속 성분 편차를 정밀하게 관리하기 어려워 고급 판재를 양산하기는 더 까다롭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합탕(合湯) 기술’ 연구 개발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기로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혼합해 정련하는 고급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고급강을 생산할 수 있다. 주원료인 스크랩의 선별, 분류와 정련 과정에서의 성분 정밀 제어 등의 핵심 기술도 추가로 확보해, 2030년까지 자동차·전기 강판 등의 고급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올초 이미 전기로 고급강을 ‘8대 전략 제품’으로 선정하고, 연구·생산·판매를 아우르는 통합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특화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고로 함수소가스 취입, 상저취전로, 탄소감축 원료 기술 등 기존 생산 체제에서 탄소감축에 기여하는 브릿지 기술 개발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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