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재명은 기회주의자? 유시민 'ABC론' 논란
유시민 작가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세 그룹(A·B·C)으로 나누고 소위 ‘뉴 이재명’ 세력을 기회주의자들로 묘사하면서 여권 내 논쟁이 커지고 있다. 오는 8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분화가 가속화되면서 사실상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유 작가는 지난 18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여권 지지층을 A(가치 중심), B(이익 중심), C(A와 B의 혼합) 등 세 부류로 나눴다. 유 작가는 A 그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코어 지지층’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B 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했다. 그는 B에 대해 “내가 친명이라고 내세우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최근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 등을 놓고 정청래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 내 ‘뉴이재명’ 세력을 비판하면서 정 대표 측에 선 것이다.

공교롭게도 유 작가는 ‘ABC론’을 제기한 당일, 정 대표에게 과거 일을 사과하면서 오래된 갈등을 풀었다. 유 작가는 “미안하다. 그때 내가 잘못했다”면서 “뭔지는 내가 창피해서 말을 못 한다”고 했다. 유 작가와 정 대표는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날선 말을 주고 받으며 긴장 관계에 있었다. 정 대표도 다음 날 “그동안 미안했고 죄송했다. 두 배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하면서 두 사람 간 오랜 갈등이 풀렸다. 두 사람은 최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으며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도 합당 국면에서 정 대표를 적극 옹호하면서 친명 그룹과 각을 세웠다. 김씨는 최근 ‘공소 취소 거래설’로 친명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반면 친명 성향의 이동형 작가는 지난 19일 MBC라디오에서 ABC론을 두고 “진영을 A, B, C로 갈라 좌표를 찍히게 만든 것”이라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꺼져가는 친문의 세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김어준, 조국, 유시민 손을 잡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권 내 갈등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당대표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차기 당대표 선거에는 연임에 도전하는 정 대표와 친명계 지지를 받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맞붙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 총리는 정 대표와 달리 유 작가, 김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씨와는 작년부터 여러 차례 설전을 벌였다. 지난 주에도 김씨가 김 총리의 방미 행보를 ‘이 대통령의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하자, 김 총리가 “어처구니없는 공상”이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김 총리가 유 작가를 “유명세, TV 출연 즐기는 강남 지식인”으로 비판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내는 장면도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총리는 관련 보도 직후 “정중히, 공개 사과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2022년 대선 전후 여권 분화의 촉매제가 됐던 ‘수박 논쟁’ 시즌2가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친명계 지지층이 비명 인사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일컫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2024년 총선 당시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으로 수박으로 찍혔던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 탈락했다.
BTS 완전체 복귀 무대로 빛난 광화문의 600년 파란만장 역사
1392년 조선 시대 지어졌다 일제 시대 수난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 후 본 모습 찾아
필름 1200만 컷. 기자들이 1950년대부터 촬영한 필름이 서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필름을 디지털화해 아카이브를 만드는 중입니다. 그 빛나는 사진을 조선일보 멤버십 회원들께 먼저 보여드립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복귀 공연이 지난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습니다. 4만여명 인파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지요.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거대한 전광판들이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광화문의 역사는 길고 파란만장합니다. 1392년 조선 태조 때 경복궁의 문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그 앞에는 관청들의 육조 거리가 곧게 뻗어 있었지요. 임진왜란 때 불에 타지만 1865년 대원군이 다시 짓습니다. 일제 시대에는 조선총독부 건물(이후 중앙청)을 지으면서 광화문은 헐려 경복궁의 동쪽으로 이전됩니다. 그러다가 1968년에 다시 복원되지요. 당시 조선일보 이규태 기자가 ‘광화문 비사’를 들려줍니다.


“서울 성안에서 가장 높이 보이는 산이 북 보현, 남 관악이다. 이 산의 영맥이 곧은 직선으로 맺어지는 대각 지점에 광화문의 중문이 틔어 있었다. 광화문은 이 영맥의 풍수설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사들로 하여금 광화문이라 이름을 짓게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진왜란 때 다른 궁과 함께 타버린 이 광화문을 다시 지을 뜻을 선조가 비치자 신들은 거의가 반대의 소를 올렸다…근본적인 이유는 전란 후의 재정적 궁핍 때문이었을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 규탄' 성명에 뒤늦게 참여한 한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캐나다 등 7개국이 참여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성명에 한국이 뒤늦게 참여를 결정했다. 성명에는 군함 파견 같은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호르무즈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했던 5국 중 영국, 프랑스, 일본은 처음부터 성명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당초 성명에 불참했었다. 그러다 20일 밤에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성명 참여를 밝혔다. 정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초 동참 요청이 있었지만 참여를 미루다 뒤늦게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파병 요구에 영국, 프랑스, 독일은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2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들은 호르무즈 봉쇄 규탄 7국 성명을 냈다. 다카이치는 트럼프 앞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며 미국과의 연대 역시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은 적극적 역할을 하려 한다”며 유럽 동맹국들과 달리 직접적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지형상의 불리로 미 해군조차 제한적 작전을 할 정도로 위험한 수역이다. 파병 요청을 받은 국가들은 작전의 위험성과 향후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도 같은 사정이다.
규탄 성명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7국 중 호르무즈에 직접적 이해가 걸린 나라는 일본이다. 유럽 국가들은 일본처럼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지는 않다. 일본과 거의 같은 정도로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원유 수입의 60% 이상이 호르무즈를 거친다. LNG도 상당량이다. 트럼프는 “호르무즈의 안보는 호르무즈 에너지 교역에 의지하는 국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명백히 한국과 일본을 지목한 것이다.
7국 성명에 한국만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는 뒤늦게 참여를 결정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미국을 포함한 자유 국가들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성명의 지각 참여에 드러나는 것처럼 정부가 중동의 향후 정세를 염려하는 것만큼 트럼프와 미국의 동향을 감안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란 전쟁은 트럼프와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동맹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그래 놓고 일이 안 풀리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세계 여론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이 좋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 안보와 외교, 경제에 영원한 상수(常數)다. 당장 관세 문제와 막대한 대미 투자 문제가 걸려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주한미군 유연성 문제, 대중국 전략 문제도 한미간에 긴밀히 협의해야 할 과제다. 청와대는 “호르무즈 기여 방안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늦은 호르무즈 규탄 성명 참여에 어떤 사정과 판단이 있었는지, 현재 미국과 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선후와 경중을 잘 가리는 외교 지혜를 발휘할 때다.
노란봉투법보다 더 중요한 것
노동 정책 새로 나올 때마다 혼란
노란봉투법도 시행 후 현장 혼선
제도보다 노사 신뢰 구축이 중요
신뢰 기반 없이 제도 만들면 실패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준조세”(1995년 고용보험 도입 당시 반응), “제2의 IMF를 부를 수 있다”(2003년 주 5일제), “자영업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진다”(2018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 새로운 노동 제도가 나오면 불안(또는 불만)이 폭주한다. 사회가 들썩이고 반목이 넘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시장은 적응하고 기업은 버틴다. 다만 그 갈등이 남긴 ‘불신’이 차곡차곡 쌓이는 게 문제다.
이번엔 ‘노란봉투법’이 도마에 올랐다. 하청 노동자의 실질 사용자로 원청을 인정해 교섭 책임을 넓히고,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겠다는 취지. 산업 질서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역시나 쏟아졌다.
지난 10일 시행에 들어간 뒤 9일 만에 683개 하청 노조가 287개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상 인원만 12만7000명. 하지만 실제 협상에 들어간 건 13곳에 그친다. 나머지는 사용자성 판단과 절차 논쟁을 따지겠다며 멈춰 섰다. 법은 세워졌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노동 정책 성패를 가르는 건 제도의 설계가 아니다. (노사간) 신뢰의 밀도다. 전문가들이 “(한국 노사관계)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신뢰의 결핍”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믿음이 빠진 합의는 종착점이 아니라 경유지에 불과하다. 억지로 봉합한 갈등은 시간을 두고 더 크게 벌어지기 마련이다.
경북 구미 유리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 사태가 그랬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던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돌아온 건 협상이 아니라 문자 해고였다. 176명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10년 전 일이다. 긴 법정 싸움 끝에 노동자들이 승소했지만 90% 가까이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 판단은 내려졌지만 관계는 파탄난 뒤라 상처 뿐인 승리다. 노란봉투법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협상 테이블은 더 빨리 마련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뢰가 깨진 상태에선 협상이 성공해봤자 더 큰 파국을 잠시 미뤄두는 위태로운 균형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노동의 지형은 달라지고 있다. 하청은 줄지 않는다. 더 넓고, 더 깊게 퍼진다. 자동차·조선업에서는 생산 상당 부분이 이미 공장 밖으로 이동했다. 플랫폼 노동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자 경계가 흐릿해진다. ‘공장 내부 하청’이 ‘사회 전반 하청’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 변화 앞에서 단순한 규제 강화는 반쪽짜리 처방에 머문다. 손해배상 부담을 키우면 파업은 줄어들 수 있다. 비용이 커지면 행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업 감소와 갈등 해소는 다른 차원 문제다.
노사 분규는 2015년 105건에서 2023년 223건(2024년 131건)으로 두 배 늘었다. 노동 손실 일수는 지난 10년간 연 40만 일 수준에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답보 상태다. 파업 → 협상 → 타결 → 재발. 이 익숙한 악순환은 제도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노사 간 신뢰가 깔리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은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해 노조를 약화시켰지만 협력적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갈등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달라졌다. 독일과 스웨덴은 충돌을 억누르지 않았다.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 의사 결정에 참여시키고 협상 구조를 안정시키며 갈등을 ‘관리 가능한 상태’로 바꿨다. 갈등을 없애는 게 아니라 다루는 방식을 다듬은 셈이다.
이제 노란봉투법보다 더 큰 충격이 다가온다. AI다. AI는 노동의 형태와 본질을 재정의한다. 알고리즘이 일을 배분하고 평가하는 시대에는 ‘누가 사용자냐’가 모호해진다. 노동 문제 중심축은 고용에서 이동, 관계에서 전환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업은 전환을 설계해야 하고, 노동은 변화에 적응해야 하며, 국가는 그 과정을 떠받쳐야 한다. 그 모든 단계에 신뢰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다. “이 법이 노사 간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그 물음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혼란은 계속되고 갈등은 고장 난 축음기처럼 끝없이 재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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