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스가' 밑그림 나왔다... 초기엔 한국서 선박 건조
조선업 재건 계획 발표
한국과 협력 지속 명문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국가 전략인 ‘미국 해양 행동 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MAP)’을 발표했다. 한·미 관세 협상 당시 핵심 협력 사업으로 제시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밑그림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미 정부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역사적(historic) 협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명시했다. 중국 견제와 자국 조선 역량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기술·투자 협력을 전략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브리지 전략’을 핵심 방안으로 제시했다. 계약 초기 물량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되, 동시에 미국 내 조선소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협력을 맺어 궁극적으로 건조 공정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은 대형 선박을 건조할 역량이 부족하기에, 초기에는 한국이나 일본 내 설비를 활용하게 해주되 그 대가로 미국 조선소에 대한 투자와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조선소에서 초도 물량을 건조할 수 있는 예외적 경로가 마련되는 셈이다. 또 미국 조선소에 투자할 경우, 금융 보증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자격도 주어진다.

보고서에는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을 위해 최소 1500억달러 투자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확정한 1500억달러 투자 약속이 ‘해양 행동 계획’의 핵심 재원으로 공식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 해운 및 수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 건조 상업용 선박에 대해 수입 화물 중량 1㎏당 1센트에서 최대 25센트의 ‘보편적 수수료’를 부과해 최대 1조5000억달러의 재원을 조성하는 구상을 밝혔다. 또 ‘육상 항만 유지세’를 도입해 캐나다나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 경로에도 0.12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비율을 미국 국적선으로 운송하도록 의무화하는 ‘미국 해상 우선 요건(USMPR)’과 정부 화물의 국적선 적재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외국산 선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상 물동량 대부분은 중국·일본·한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한국 해운사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 비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소에서도 휴머노이드가 일한다"… HD현대삼호, 사전 검토 착수
로봇에 데이터 투입하고 훈련 진행
용접·운반 등 단순 업무부터 투입
올해 시제품 개발해 2027년 상용화
HD현대삼호가 조선소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기 위한 사전 검토에 착수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호는 조선소 내 생산 부서에서 휴머노이드의 공정별 도입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투자 대비 효과(ROI)와 전원 인프라, 적재하중(Payload) 등 주요 요소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또 선박 건조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도메인 지식(특정 전문 분야 지식)을 학습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HD현대삼호는 HD현대로보틱스, LG CNS와 협업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남 영암의 조선소에서 휴머노이드 시연도 진행했다. 휴머노이드가 용접기를 들고 작업자의 요청에 맞춰 걸어가고, 용접 작업을 하거나 픽앤플레이스(물건 집어 옮기기·Pick & Place)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시연이 이뤄졌다.
HD현대삼호는 우선 선박 건조에 활용되는 소형 기자재 등을 제작하는 업무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할 예정이다. 용접 등 단순 반복 업무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향후 휴머노이드의 학습 수준이나 움직임이 개선되고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한 데이터 송수신이 원활해지면 고도화된 업무에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내년 중 휴머노이드의 실증과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인공지능 전환(AX)에 대한 교육을 오는 11월까지 매주 3회에 걸쳐 진행 중이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지금은 휴머노이드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요건과 인력, 운용 환경 등을 사전에 검증하는 PoC(개념 검증)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단순 작업을 중심으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휴머노이드의 조선소 투입이 짧은 시일 안에 실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일반적인 제조업체와 달리 대부분이 야외에서 작업이 이뤄진다”며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날씨나 시간에 따라 조도 등의 주변 환경도 달라지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소풍 사라진 학교… 위험한 등교도 禁하라
아이들 몸과 마음 다칠까봐
부모는 학교 민원에 소송까지
무색무취 '무균실'에서 자라면
건강하고 행복한 완전체 될까

초등(당시 국민)학교 5학년 때 하교하면서 운동장을 가로지르다 한 아이가 찬 축구공에 뒤통수를 맞았다. 아프다기보다 숨이 턱 막혔다. 눈알과 뇌수가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도 움직이는 공을 보면 몸이 움츠러든다.
지난 10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의 특성상 넓은 공간을 차지해 다른 놀이를 방해할 수도 있고,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축구공에 맞는 아이(나처럼!)는 물론, 넘어지고 부딪혀서 팔다리가 부러지는 아이가 꽤 있단다. 그때마다 보호자가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이미 여러 학교가 축구 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제 축구 대신 야구가 인기겠네?”라고 농담 같은 질문을 했는데 “야구도 금지한 학교들이 꽤 있어”라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축구, 야구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할 것을 우려해 소풍을 없앤 학교도 있고, ‘패배감’을 느낄까 봐 운동회 때 승부를 금지한 학교도 있다. 온라인 육아 카페에선 소풍을 금지한 통지서를 보고 “아이의 안전을 선생님이 다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이제 마음이 놓인다”는 글도 여럿 볼 수 있다.
‘공 차다 다칠 수 있으니 축구를 금지한다’는 것은 ‘밥 먹다 체할 수 있으니 금식하라’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학교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등교부터 금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금지 조치부터 내린 학교와 교사를 이해할 수 없어 한 중학교 교사에게 물었다. 그는 “물론 그동안 학교의 안전 관리가 허술했던 사례도 있고, 이번 조치는 과격하다”면서도 “교사와 학교만 탓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20년 전 초임 교사일 때 일을 들려줬다.
“한 학생이 제 가방에서 지갑을 가져갔어요. 무작정 혼내거나 징계하고 싶지 않아서 방과 후 두 시간 동안 면담을 했더니 어머니가 학교에 쫓아왔죠. ‘왜 우리 아이를 부모 허락도 없이 학교에 잡아두느냐’는 삿대질을 받았을 때 ‘앞으론 뭐든 바로 학생부에 넘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초반엔 대안이나 타협점을 찾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문제를 틀어막는 데 급급하게 되는 거죠.”
다른 중학교 교사는 “예전엔 민원하고 항의하는 정도였다면, 이젠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며 “소풍·축구 금지도 결국 학교·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부모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정년퇴직했다가 기간제로 출근하는 60대 교사는 “소송과 민원으로 그만두는 젊은 교사가 많아서 다시 일을 하게 됐다”며 “요즘 전국 초·중·고 중 소송 한 건도 안 걸린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신과 의사 구마시로 도루의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위험을 제거할수록 삶의 밀도도 함께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2021년 일본 최고의 인문서를 꼽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받은 책이다. 표지에 적힌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 가는가’라는 문구가 그 옛날 축구공처럼 내 머리를 때렸다. 부모들은 소송도 불사하며 완전무결한 학교를 꿈꾸고 있다. 그런 학교에서 한 번도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대로 건강하고 행복할까. 무균실 같은 학교를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 항우울증제를 처방받은 초등학생(3만8303명)은 왜 2021년(1만87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을까.
“조심해라, 뭐든지.” 오늘 아침 출근할 때 어머니가 현관에서 건넨 인사말. 때론 아버지가 대신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집밖을 나설 때마다 들었다. 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잘 살고 있어요, 어떻게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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