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美·유럽에 브라질까지… 재계 총수들의 분주한 2월 외 3.

太兄 2026. 2. 15. 19:55

美·유럽에 브라질까지… 재계 총수들의 분주한 2월

입력 2026.02.15. 12:00업데이트 2026.02.15. 12:23
 

설 연휴가 끼어 있는 2월,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10개 그룹 총수를 소집한 자리에서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논의한 데 이어 유럽, 호주 등지에서 스포츠 외교를 펼치고 미국 빅테크 CEO(최고경영자)들과 반도체·AI 협력 확대를 위한 회동 역시 이어가고 있다. 연휴 직후엔 한국을 국빈(國賓) 방문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번 연휴 재계 총수들은 국내외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하는 한편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영 환경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오락가락하는 대미 관세, 한국과 미국의 주요 선거, 고환율·고금리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이재용은 유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5일 오전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해 현재까지 유럽에 체류 중이다. 이 회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일정을 늦췄다. 현지 도착과 함께 5일(현지 시각) 저녁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올림픽 갈라 디너 일정을 소화했다. 국내 유일의 올림픽 최상위 후원사(TOP·The Olympic Partner)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 회장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커스터 코번트리 IOC 위원장,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스포츠 외교’의 최전선에 섰다.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올림픽 갈라 디너 행사에서 이재용(뒷줄 오른쪽에서 셋째) 삼성전자 회장이 세르조 마타렐라(앞줄 맨 왼쪽) 이탈리아 대통령, 커스티 코번트리(앞줄 왼쪽에서 둘째) IOC 위원장, JD 밴스(앞줄 왼쪽에서 셋째) 미국 부통령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이탈리아 대통령실

이후 이 회장은 프랑스 파리에 머무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유럽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연휴 기간 현지 사업장과 주요 판매 거점 등을 둘러보면서 휴식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명절 연휴에 주로 해외 사업장을 찾는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2024년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의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을, 2023년 추석 때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현장을 찾았다. 명절도 없이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하고, 현지 사업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재판 일정 등이 있었던 지난해에만 국내에 머물렀다.

◇최태원은 미국 체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에 머물면서 글로벌 빅테크 CEO(최고경영자)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치맥 회동’을 했고, 이튿날에는 혹 탄 브로드컴 CEO를, 10일과 11일에는 각각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만났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글로벌 강자인 만큼, 현지 파트너사들과 제품 공급 및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정들 때문에 지난 4일 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대신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한 식당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모습. /SK하이닉스

지난 7일 이 대통령이 상속세 관련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며 최 회장이 수장(首長)을 맡고 있는 대한상의를 직격하면서, 미국 현지에서 사태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12일 대한상의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경제 현상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우리에 대해 근본적인 신뢰 문제가 제기된 것은 뼈아픈 일”이라며 “대한상의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를 당분간 중단하고, 임원진 전원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연휴 직후인 20~21일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 포럼에 참석한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로, 한·미·일 주요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선·구광모는 국내 머물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초 ‘기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린 호주를 방문해 현지 정·재계 및 스포츠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기아가 단독 최상위 후원사를 맡고 있는 대회로,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남자 단식 우승과 함께 역대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2일 멜버른에서 열린 ‘기아 글로벌 딜러 컨벤션’에도 참석해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일(현지 시각)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기아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 회장은 설 연휴에는 국내에 머무르며 경영 구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인 이후 ‘로봇 기업’으로 재평가받은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 관세 25% 재인상 이슈와 함께 자율주행차, 로봇의 경쟁력을 올해 비약적으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또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노조의 거센 반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3년간 끌어왔던 상속 분쟁에서 지난 12일 승소한 가운데 설 연휴를 맞았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 측이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상당 기간 ‘재판 리스크’를 안은 채 경영을 이어 가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 회장도 연휴 기간 국내에 머무르면서 경영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LG 측은 “구 회장은 연휴 동안 AI 등 그룹 미래 사업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한 중장기 경영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정기선(왼쪽) HD현대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연휴 직후엔 브라질 대통령과 회동

연휴 직후인 22~24일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예정돼 있다. 국내 주요 총수들은 23일 이 대통령이 주최하는 룰라 대통령 국빈 만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열리는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과 브라질 기업 간 협력 확대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략 광물, AI, 농업, 화장품, 스타트업 협력 등이 주요 주제다. 브라질 정부 측은 “룰라 대통령 방한 기간 서울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포럼에는 230여 브라질 기업이 참여해 경제·무역 관련 협력 확대를 위한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빌린 돈 못 갚는 중소기업 급증…기보가 대신 갚아준 돈 사상 최대

입력 2026.02.15. 14:31업데이트 2026.02.15. 16:07
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모습./뉴스1

고환율, 내수 부진 등으로 은행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중소·벤처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술보증기금이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액’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일반보증 대위변제액은 1조567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위변제는 대출자가 원금을 갚지 못할 때 정책기관이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코로나19 이후 최저치였던 2022년(6678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대위변제액에서 기업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을 뺀 대위변제 순증액도 지난해 1조4258억원에 달했다. 이 수치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보증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기보가 보증을 서준 금액 중 실제로 떼일 위험에 처한 규모가 이만큼 늘어났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기보의 대위변제 순증액은 지난 2021년 4904억원에서 2023년 9567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어 2024년 1조1568억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1조31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대위변제율도 지난해 4.76%로 2021년(1.87%) 대비 2배 이상 치솟았다. 대위변제율은 기보가 보증을 서준 금액 중 얼마가 부실화되어 대신 갚아줘야 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증잔액 100억원당 4억7600만원을 대신 갚아줘야 할 정도로 중소기업 부실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오는 14일부터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5%에 달하는 영세·중소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하반기 문을 연 신규 가맹점 가운데...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이 설 연휴를 맞아 중소·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총 95조원에 달하는 자금 공급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8일 “설 연휴 기간...
 
한국GM 노조가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 폐쇄를 막기 위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15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이 대출영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이어진 ...
 

朴·아베, 李·다카이치…한일 남녀 리더십 두 장면

[이하원 기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98회>]

아베, 박근혜 당선되자 일방적 특사파견 발표
'다케시마의 날'에 처음으로 차관급 파견도
朴, '친일파' 비판 피하려 냉랭한 관계 지속
22일 다카이치 선택이 양국 정상 관계 시험대

입력 2026.02.15. 05:30업데이트 2026.02.15. 15:04
2015년 11월 18일 필리핀 마닐라 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앉아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전 부터 아베 총리의 다케시마의 날에 첫 차관급 파견 등으로 냉랭햔 관계를 유지했다./뉴시스

한·일 관계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남녀 정상 조합은 2010년대 박근혜 대통령-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 다카이치가 최소한 2028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이재명-다카이치 리더십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사적으로 정치적 격변기에 형성되는 두 정상 관계는 양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대 박근혜-아베 관계는 왜 처음부터 어긋났는지, 왜 불신이 누적됐는지 되짚어보는 것이 이재명-다카이치 관계를 위해 필요할 듯합니다.

2012년 12월 아베의 결례

2012년 12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오늘 중 특사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겁니다.

2012년 12월 21일 오전 9시 30분. 아베가 기자회견에서 “일·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생각을 담아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을 한국에 특사로 보낸다. 내 친서도 가져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당선인 측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 발표였습니다. 박 당선인 측은 아베의 일방적 발표가 동해를 건너오자마자 즉각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아베 총재가 일방적으로 특사를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일 뿐 아무런 합의도 없었다.”

오후 2시. 일본 교도통신은 한일의원연맹 관계자를 인용, “한국(박근혜 당선인 측)과의 일정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특사 파견이 내주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후 5시. 아베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선 “특사가 자민당 차원이 아니라 한일의원연맹 차원”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양국에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려는 시점에 특사 파견을 발표했다가 취소한 것은 외교 관례상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한·일 관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3년 1월 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 건물에 마련된 당선인 접견실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로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접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누카가 특사에게 '무신불립'을 강조했다./조선일보

순탄치 않은 한일 관계 예고

아베가 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합의되지 않은 특사를 파견하려 한 것은 심각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아베가 섣불리 특사 파견을 발표했다가 취소하면서 한·일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아베는 2012년 12월 20일 박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새누리당 당사를 방문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통해 ‘특사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또 한일의원연맹, 민단(民團) 관계자를 통해서도 특사 파견을 타진했습니다.

그런데 아베가 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산케이신문이 21일 자 조간에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이 21일 저녁에 서울에 도착해서 22일 박 당선인을 만나 친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아베의 친서에 ‘양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외)할아버지(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아버지(아베 신타로 전 외상)처럼 한국의 지도자와 개인적 신뢰 관계를 깊게 해서 발전적 외교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정을 아베 총재 측이 멋대로 발표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20일 아베 총재 측에서 특사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해와 이를 ‘검토해보자’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며 “자민당에서 우리 측을 떠보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아베 총재 측에서 특사를 보내고 싶다고 해서 ‘시기를 조정하자’고 했는데 자민당 쪽에서 ‘특사 파견’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라고 밝혔다.

대선서 ‘친일파의 딸’ 비난받은 朴의 경계

박 당선인 측은 “시기적으로 지금은 일본에서 파견된 특사를 만날 때가 아니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 당선인 측은 아베 정부 등장 이후 한·일 관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사 면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아베가 일본 언론을 통해 자신의 외할아버지, 아버지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친밀했다고 주장한 것은 정치적으로도 박 당선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박근혜는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친일파의 딸’이라는 공세를 받으며 곤혹을 치렀습니다. 당시 민주통합당과 일부 시민 단체는 박정희의 만주군 복무 경력을 문제 삼으며 역사 인식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부친의 공과는 역사의 평가에 맡길 문제”라며 색깔론적 네거티브 공세라고 반박하는 데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박정희 대통령과 친하게 지냈다”는 아베와 가깝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박근혜에게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2013년 2월 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주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차관급 인사를 처음으로 파견하자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억지 독도의날 폐기 , 내각관방 독도전담부서 철회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반일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당시에도 ‘다케시마의 날’이 문제

이 같은 배경 외에도 당시에도 지금처럼 ‘2월 22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베는 26일 ‘한국에 특사 파견’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행사로 개최하는 공약과 관련, “정권의 공약과는 별개다. 종합적인 외교 상황을 고려해서 생각하고 싶다”며 정부 주최로 이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아베가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모르겠으나, 겨우 이를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성의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독(毒)이 든 사과를 잘못 베어 물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아베가 중의원 선거 과정에서 보인 극우 공약을 고려할 때 그가 보낸 특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아베는 특사 파견이 일단 거부되자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말을 바꿨습니다. “다케시마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은 바뀔 수 없는 일본의 판단이며 국제적으로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일본 특사에게 ‘무신불립’ 강조

박 후보가 한 차례 아베의 특사를 거부한 끝에 2013년 1월 4일 특사 접견이 이뤄졌습니다. 박 당선인은 1월 4일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접견실에서 아베가 보낸 특사단을 접견했습니다. 박 당선인은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 자민당 의원 3명으로 구성된 일본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양국의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민 정서에 맞는 신뢰를 구축하고 우호 관계가 긴밀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또 “새 정부가 초기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역사를 직시(直視)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해 나가야 하며 한·일 양국 간에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박 당선인의 이날 언급은 아베 정권이 ‘다케시마의 날’ 정부 주최, 일본군위안부(성노예)에 대한 일본 정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 폐기 등을 주장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날 일본 측 특사가 “박 당선인은 일본에서도 선거의 여신(女神)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때마다 이기는 비결이 있느냐”고 묻자 “(그 비결은) 무신불립(無信不立·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라는 뜻)이라고 얘기한다. 국민과 맺은 관계에서도 신뢰 있게 일관성 있게 쭉 간다”고 답했습니다. 박 당선인은 이를 한·일 관계로 확장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일 양국 간 신뢰도 중요하다”며 “신뢰가 없으면 작은 일에도 흔들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치가 잘못하면 양국 관계가 흔들리면서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베를 향해 먼저 상호 신뢰를 쌓아가자고 한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 일본 나라현 호류지를 방문해 악수하고 있다./뉴스1

아베, 다케시마의 날에 첫 차관급 보내

그러나 아베의 특사가 다녀간 지 두 달이 채 안 돼 박근혜가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2005년부터 일본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아베가 자신의 공약대로 일본의 차관급 공직자(외무성 정무관)를 보내 의미를 부여한 겁니다. 아베의 ‘독도 도발’에 대한 파장은 컸습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본은 ‘독도의 날’ 조례를 즉각 철폐하고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구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 후 이 같은 입장을 일본 측에 전하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독도를 관할하는 경상북도의 김관용 도지사는 경북도청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 차관급 관리를 파견한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다케시마의 날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박근혜는 자신의 취임 3일 전에 일어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특사 파견 소동에서 보여준 가벼움, 다케시마의 날에서 보여준 오만한 행동으로 모욕당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가 아베에게 느낀 이 감정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한·미·일 3국 협력을 바라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개입으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맺어질 때까지 아베와의 냉랭한 관계가 계속됐습니다.

1주일 후 다카이치는 어떤 선택?

14년이 흐른 지금, 이재명-다카이치 관계는 외견상 순조로워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에 대해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 말하는 등 반일적인 인식을 드러내왔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외교적 연속성과 국익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기조하에 이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카이치와 첫 회담을 가졌고, 이후 G20 정상회의와 일본 나라현에서 세 차례 만났습니다. 셔틀 외교 복원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앞장서며 ‘야스쿠니 마니아’로 활동해 온 우익 강경파 다카이치와 이 대통령 간 신뢰 관계가 완전히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시험대입니다. 다카이치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각료가 당당히 (다케시마의 날에) 참석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행히 교도통신은 최근 일본 정부가 각료 참석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영토 문제 담당상이 불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불필요한 충돌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우리 입장에선 ‘다케시마의 날’ 자체도, 일본 정부 고위 인사의 참석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다케시마의 날에 참석하는 일본 정부 인사를 각료급으로 격상하는 것은 또 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다카이치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그래서 이재명-다카이치 관계가 박근혜-아베와는 다른 경로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올해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 ...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부음(訃音) 기사를 쓴 후 2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 찾았을 때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명환·...
 
얼마 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일본 외교관의 페이스북에 짧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보고가 늦었습니다. 작년 11월 42년 반의 외무성 근무를 마...
 
 

국힘 공관위원장 "6·3 지방선거 후보, 청렴성과 공공성이 중요한 기준"

"청년 정책 의지도 확인할 것"

입력 2026.02.15. 11:33업데이트 2026.02.15. 12:00
이정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 /뉴스1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15일 6·3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 대해 “예산과 행정을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청렴성과 공공성”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미래형 지역 리더를 발굴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은 미래 산업을 이해하고 지역의 성장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며 “공천 면접에서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경제 감각과 실행력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산업 환경을 이해하는 미래산업 정책 역량과 비전도 확인할 것”이라며 “청년이 돌아오는 지역을 만들 수 있는 청년 중심 정책 의지를 갖췄는지 질문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통합형 리더십” “중앙정부와 협력하면서도 지역을 당당히 대표할 수 있는 정치적 설득력” 등을 중요한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선거에 강한 사람보다 지역을 성장시킬 사람, 기득권 정치인보다 새로운 지역 리더를 가급적 많이 찾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 공천의 기준을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두겠다”고 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공천을 총괄할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과 김대중...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를 임명할 예정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호남 출신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