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14년 방치된 2조 황금 땅…삼성역 6000평의 비극
[땅집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핵심 입지에 위치한 옛 서울의료원 부지가 14년째 개발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는 수차례 개발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견 조율 실패와 경기 불황, 소극적인 추진 등으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사이에 위치한 동부간선도로 접경지로, 부지 면적은 3만1543㎡(약 9540평)에 달한다. 과거 서울의료원이 자리했던 곳으로, 의료원이 중랑구로 이전한 뒤 서울시는 이 부지를 상업지구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경매초보도 돈버는 AI 퀀트 나왔다…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서울시는 2014년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발표하며 코엑스부터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 및 관광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재원 부족, 강남구와의 행정적 갈등, 민간사업자와의 의견 차이 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20년에는 공공주택 3000호 건설안을 발표했으나, 강남구의 강력한 반대와 시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추진되지 못했다.
2021년에는 서울시가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1만947㎡ (약 3,311평)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하면서 소유권이 분산되기도 했다.

최근 현장을 방문한 결과, 펜스가 둘러쳐진 넓은 부지 안에서 덤프트럭이 흙을 옮기는 모습만 관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부지에 대해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사업을 위한 레미콘 생산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며 “부지 자체에서 공사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2027년까지 같은 용도로 쓰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은 삼성역~봉은사역 구간의 지하에 통합환승센터와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해당 사업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서울의료원 부지는 현재 공사 보조용 부지로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연구용역을 완료한 뒤 개발 방향을 수립할 방침이지만, 건설경기 위축과 민간 사업성 부족으로 실제 추진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5년 해당 부지를 약 1조원에 민간 매각하려 했으나,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조건을 일부 조정해 2차 매각에 나섰지만, 가격과 사업성 문제로 또다시 실패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최대 400%로 제한되며,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50% 이상을 관광·문화시설로 채워야 하는 개발 조건이 수익성에 한계를 줬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부지의 공시가격은 2024년 기준 약 6057억원이다. 일반적으로 시세는 공시가격 대비 3배 정도 높게 값을 매긴다. 개발할 땅이 제한적인 서울, 특히 강남에서 3000평 이상인 희소가치가 높은 부지로 그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아파트 MBTI, 땅집고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개발 시 강남 MICE산업 및 상업 활성화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는 위치다. 그러나 서울시의 반복되는 방향 전환과 적극성 부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수년째 공전하는 해당 부지에 대해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강남의 대규모 금싸라기 땅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방치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시가 방향성을 분명히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에 적정 가격에 매각하고 확보한 재원을 다른 지역 청년주택에 활용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0629aa@chosun.com
'사회,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직이 범죄자 도피처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우려 (0) | 2025.05.08 |
---|---|
인도, K9 자주포·佛 전투기 배치… 파키스탄은 中 무기로 맞서 (1) | 2025.05.08 |
보수 정치 망치는 국힘 정치인들 (0) | 2025.05.08 |
'서울 불바다' 北 방사포, 우크라전서 사격 모습 포착 (0) | 2025.05.08 |
민주당 추진 특검에 검사만 100명, 초대형 사정정국 열리나 (0) | 202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