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짐작했던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단일화 기싸움

太兄 2025. 5. 7. 18:40

짐작했던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단일화 기싸움

조선일보
입력 2025.05.07. 00:30업데이트 2025.05.07. 09:30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단일화 문제를 놓고 6일 정면 충돌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대선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김 후보는 “지도부가 8~11일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기습 소집한 것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했다.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 당원을 상대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7일 실시해 필요한 조치를 밟아 나가겠다”며 “김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신의를 깨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가 선출된 지 나흘이 되도록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에 진전이 없자 공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일부에선 당헌·당규 개정과 전당대회를 통한 후보 교체설까지 제기됐다.

단일화 과정엔 후보 간 기싸움과 잡음이 일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 시작도 전에 이런 볼썽사나운 내부 분란이 벌어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범보수 빅텐트 단일화를 강조했다. 김 후보도 한 후보와 함께 가겠다며 ‘김덕수’ ‘을지문덕’을 내세웠다. “후보가 되는 즉시 한 전 대행을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하겠다”고도 했다. 김 후보의 경선 승리엔 단일화 약속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후보는 5일 부처님오신날 행사에서 만났지만 회동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가 7일에야 만나기로 했다. 김 후보 측 인사들은 “한 후보는 당비 1000원 내지 않은 분” “본선 투표용지에 이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 측은 11일 후보 등록일 전까지 단일화하자고 했지만, 김 후보 측은 25일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만 하면 된다고 했다. 신경전 끝에 김 후보와 지도부가 충돌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다.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강요하는 건 과도하지만, 약속과 달리 단일화를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 김 후보 태도도 문제다.

단일화를 위해선 개헌과 국정 쇄신 방향 등 공유하는 가치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김·한 후보와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외에 단일화 명분과 개헌의 구체적 방향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어떻게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고 경제·안보 위기를 벗어날지, 국가 미래 전략은 무엇인지 구체적 비전 제시도 없었다. 단일화를 둘러싼 정략과 기싸움뿐이다. 이래서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주겠나.

김·한 후보는 7일 회동을 통해 분란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두 후보는 단일화의 방향과 비전을 밝히고, 계엄·탄핵 사태로 무너진 국정 시스템을 바로 세울 방안과 경제·민생·안보 분야 정책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단일화를 놓고 정치공학적 이전투구에 매몰된다면 국민 마음은 더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