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前 사무총장 아들 면접위원 바꾸고... 아들 월세까지 내준 선관위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의 아들이 강화군선관위에 채용될 당시, 한 면접위원이 “김씨에 강화 출신에 중앙선관위 직원이면 누구겠어”라고 면접 과정에서 말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검찰은 김 전 사무총장의 지시로 면접위원이 된 A(전 인천선관위 선거과장)씨가 이 같은 말을 해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을 최종 합격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아들 김씨는 신규 관사의 사용 승인이 나기도 전에 개인 명의로 오피스텔 임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료는 선관위가 부담할 것”이라는 특약을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데도 김씨 계약을 인수해 지원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金, 면접 위원 갈아 끼우고 아들 채용 공문 직접 결재
법무부가 이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14쪽 분량의 김 전 사무총장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던 2019년 11월 인천시선관위가 경력경쟁채용(경채)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아들을 취업시키기로 결심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당시 인천선관위 총무과장이던 B씨에게 전화해 ‘인천선관위 경채 계획이 어떻게 되냐’ ‘공고문, 계획서가 있으면 보내달라’ ‘이번에 우리 아들이 응시하려고 하니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아들을 합격시켜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는 경채 계획이 공고되기 전이었다. B씨는 “공고문이 곧 인터넷에도 공고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김 전 사무총장은 필요한 서류를 보내달라고 재차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선관위는 그달 18일 아들 김모씨가 낸 원서를 보고 그가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인 점을 알았다. 외부에서 면접위원을 선임해야 할지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가 있었으나, 중앙선관위 의견에 따라 내부 위원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이즈음 인천선관위 총무과장 C씨와 모임 자리에서 만나 “A를 면접시험 위원으로 넣고,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를 따랐고, A씨가 면접위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자신이 면접위원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시작된 면접에서 ‘김씨의 아버지가 누구냐’는 질문이 나오자, A씨는 “김씨에 강화 출신에 중앙선관위 직원이면 누구겠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김씨의 아버지가 김 전 사무총장인 걸 알게 됐고, 김씨는 최종 합격하게 됐다. 이후 김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아들이 포함된 ‘공무원 전입 결정‧통지 공문’을 직접 결재해 아들이 2020년 1월 강화군선관위에 임용될 수 있게 했다. 검찰은 선관위 직원들이 지시를 거스를 수 없었던 점을 김 전 사무총장이 이용해 ‘특혜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혜 채용’ 1년 뒤엔 인천선관위 전입도 도와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 뒷바라지’가 강화군선관위 채용에서 그치지 않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그해 11월 초 B씨의 후임인 D씨에게 “아들이 외부 교육을 마치면 바로 인천선관위로 전입할 수 있게 챙겨봐달라”고 지시했고, D씨도 이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인천선관위 인사 담당관은 최소 3년 동안 강화군선관위에서 일해야 전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요건에 따른 전보 계획을 보고했지만, D씨는 이를 종전 기준인 ‘1년 이상’으로 낮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월 입사한 김씨가 전입 요건을 맞출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비대면 면접 절차 등을 거친 김씨는 지원자 4명 중 2순위 합격자로 선발됐다.

◇오피스텔 계약서엔 ‘월세, 인천선관위가 지급’
검찰은 인천선관위가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의 오피스텔 월세도 대신 내준 정황을 공소장에 담았다. 김 전 사무총장은 아들의 인천선관위 전입이 확정되기 전부터 D씨에게 “아들이 강화에서 출퇴근하기 어렵다. 인천시에 관사를 하나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당시 관사엔 빈자리가 없었는데, 이 사정을 알게 된 김 전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 시설과장에게 전화해 “인천선관위에 관사를 배정할 방법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아들 김씨는 신규 관사 사용 승인이 나기도 전인 2020년 12월 25일 자신의 명의로 오피스텔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300만원, 월세 35만원 조건이었다. 계약서엔 ‘월세는 인천선관위에서 지급한다’는 특약 조항도 넣었다. 사흘 뒤 김씨는 인천선관위 관사 담당 주무관을 직접 찾아가 관사 배정을 요구했다. 김 전 사무총장의 지시를 거스르기 어려웠던 인천선관위 총무과 측은 이튿날 오피스텔 명의를 인천선관위로 바꿔 다시 계약서를 썼다. 이 오피스텔은 선순위 근저당 8400만원이 설정돼 있어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악성 매물’이었지만, 인천선관위는 관사 사용을 승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찬규)는 지난해 12월 3일 김 전 사무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감사원의 김 전 사무총장 등에 대한 수사 요청서를 접수했고, 6월부터 9월까지 김 전 총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8월부터 11월까지는 참고인과 피의자 조사를 한 뒤, 지난해 11월 20일 김 전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안이 중하지만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주진우 의원은 “선관위가 사무총장 아들 특혜 채용도 모자라 상급 선관위 전입요건 완화, 월세 대납까지 한 것은 부정부패의 끝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선관위 비리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의 첫 재판은 오는 4월 7일 인천지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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