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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립시키려 푸틴과 연대? 닉슨 쇼크 맞먹는 '트럼프 안보 쇼크' 오나

太兄 2025. 3. 9. 17:58

中 고립시키려 푸틴과 연대? 닉슨 쇼크 맞먹는 '트럼프 안보 쇼크' 오나

[주간조선]

이동훈 기자
입력 2025.03.09. 05:3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은 트럼프 1기 정권 때인 2017년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때 만난 양 정상이 밀담을 나누는 모습. photo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전 세계에 ‘트럼프 쇼크’가 몰아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후 처음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양자 정상회담이 거친 설전(舌戰)으로 끝나면서다.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지분을 확보하는 ‘광물협정’ 체결도 무산됐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일시중단하는 명령까지 내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침략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편에 서서 무리하게 조기종전을 서두르는 배경이 주목된다. 현재까지 나오는 유력한 설(說)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가 대선공약인 우크라이나전 조기종전을 발판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고 여세를 몰아 중국 포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4일 자로 중국에 대한 10%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는 한 달 전인 지난 2월 4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15~30%)에 더해 10% 추가관세를 부과한 바 있는데, 한 달 만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물린 것이다. 기존 관세(15~30%)에 더해 사실상 20%(10%+10%)의 관세가 추가된 것으로, 이로써 미국의 대중관세는 트럼프의 대선공약이었던 ‘60%’ 선에 거의 육박해가는 중이다.

1972년 2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저우언라이 뒤쪽이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검은 뿔테안경)이다. photo 뉴시스

트럼프 20% 추가관세에 中 보복관세

트럼프식 몰아치기에 중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2차 추가관세를 공언한 지난 3월 3일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오는 3월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과 수산물 등에 10~15%의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산 밀·옥수수·면화·닭고기에 15%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대두(콩)·수수·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에 붙는 관세도 기존 관세에 더해 10%씩 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미국의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리고, 15곳에는 이중용도(민용과 군용) 물자의 수출도 막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 2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 추가관세를 공언하자, 미국산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농기계·트랙터 등에 대한 10~15% 보복관세 카드를 곧장 꺼내든 바 있다. 이와 함께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조사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은 중국이 관세를 올리더라도 미국에 대한 타격이 미미하고, 구글은 중국에서 사실상 서비스가 차단돼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체면치레용’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2차로 10% 추가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역시 미국의 가장 뼈아픈 분야로 꼽히는 농축산물에 대한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14억의 입을 가진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의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당장 식료품값이 올라가도, 트럼프가 소속된 집권 여당 공화당 의원들의 농촌 지역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에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는 마지막 카드로 거론됐는데, 한 달 만에 미국이 추가관세를 때리자 중국 역시 칼을 뽑아든 것이다.

미·중 양국이 관세로 서로 치고받는 형국이 계속되면서 트럼프와 시진핑 두 정상 간 전화통화는 물론 만남도 당분간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중국이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자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뒤로 미룬 바 있는데 그 후로 한 달 넘게 소식이 없다. “취임 100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트럼프의 희망도 성사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전 조기종전을 서두르는 배경이 대중봉쇄를 겨냥한 것이란 설은 몇 가지 정황을 통해서도 힘을 받는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마약인 펜타닐의 미국 우회유입을 방조한다는 이유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부과를 위협하고, 원료공급국으로 지목한 중국에 대한 20%(10%+10%)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아울러 EU(유럽연합)를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태어난 조직”으로 비난하면서 ‘다음 목표’로 점찍은 바 있다.

하지만 미국에 막대한 수출을 하는 일본(5위)·베트남(6위)·한국(7위)·대만(8위) 등을 직접 타깃으로 한 조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오는 4월 2일부터 자동차와 반도체·의약품에 25% 관세를 공언한 터라, 한국·일본·대만 등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나, 중국·멕시코·캐나다·EU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을 콕 찍은 것은 아니다.

미국을 상대로 한 막대한 수출로 무역흑자를 올리는 이들 동아시아 국가의 공통점은 중국과 인접해 있어 대중 포위망 구축에 필수적인 나라들이란 점이다. 파국으로 끝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달리, 지난 2월 7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지난 2월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별다른 충돌 없이 원만히 마무리했다.

인도 역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국가 중 하나인데, 모디 총리는 트럼프와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정권의 핵심실세인 일론 머스크와 별도 회담을 갖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대중봉쇄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중국은 몽골(4710㎞) 다음으로 긴 4209㎞의 국경선을 두고 러시아와 마주하고 있어서다.

1972년 2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왼쪽)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닉슨 쇼크’ 연상시키는 ‘트럼프 쇼크’

트럼프의 행보는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냉전시기 라이벌이었던 소련 붕괴를 겨냥해 중국과 손을 잡은 뒤, ‘파리평화협정’(1973)을 체결해 전쟁 중인 남베트남을 희생양으로 던진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평화협정으로 닉슨의 책사인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남베트남은 1975년 4월 수도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과 함게 패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전을 둘러싼 지금의 형세 역시 닉슨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가 냉전 종식 후 최대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해 러시아와 화해하고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바치려는 형국과 흡사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전략이 닉슨 정권 때 키신저가 입안한 ‘대소(對蘇)봉쇄’와 정반대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역(逆)키신저 전략’으로 부르기도 한다.

만약 트럼프가 ‘역키신저 전략’을 통해 우크라이나전을 조기 종전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 본격적인 대중압박에 돌입할 경우, 동아시아에는 1972년 ‘닉슨 쇼크’에 버금가는 ‘트럼프 쇼크’가 닥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베트남전쟁 와중인 1971년 7월 ‘폴로’라는 작전명으로 진행된 키신저의 파키스탄을 경유한 극비 방중에 이어,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찾아 마오쩌둥과 만난 뒤 ‘죽(竹)의 장막’을 열자 동아시아는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폴로’는 서양인으로 중국(당시 원나라)의 문을 연 마르코 폴로를 뜻한다.

당시 닉슨의 방중으로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오랜 적(敵)과도 손을 잡고, 약소국은 비록 우방이라도 장기판의 졸(卒)과 같이 언제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자명해졌다. 심지어 마오에게 손을 내민 닉슨은 오랜 반공(反共)주의자기도 했다.

트럼프 1기 정권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photo 뉴시스

닉슨 방중, 동아시아에 연쇄 충격

이에 일본은 닉슨 방중 직후인 1972년 9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가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저우언라이·마오쩌둥과 연이어 만난 뒤 미국보다 앞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체결했다. 한국의 박정희 정부 역시 1971년 주한미군 7사단 철수에 이어 ‘닉슨 쇼크’가 몰아닥치자, 1972년 7월 북한과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같은해 10월부터 ‘유신(維新)체제’로 돌입하기에 이른다. 대만의 장제스(蔣介石) 총통 역시 닉슨과 저우언라이가 함께 발표한 ‘미·중 공동성명(상하이 코뮈니케)’으로 대만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명문화하자 미국의 배신에 치를 떨며 자체 핵개발에 속도를 낸다. 앞서 대만은 키신저의 극비 방중 직후인 1971년 10월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마저 중국에 빼앗기며 유엔에서 쫓겨난 상태였다.

다만 트럼프의 ‘역키신저 전략’이 50여년 전 닉슨 때처럼 성공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의 ‘역키신저 전략’에 선뜻 협력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키신저가 ‘대소봉쇄’에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마오쩌둥의 소련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키신저의 저서 ‘온차이나(On China)’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닉슨과 만난 자리에서 직전 해인 1971년 9월 쿠데타 시도가 발각돼 소련으로 도주 중 몽골 사막에서 추락사한 린뱌오(林彪)의 시신을 소련이 돌려보내지 않는 데 대한 불쾌감을 닉슨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6년 마오쩌둥 사후 회복된 양국 관계를 봤을 때,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더욱 긴밀해진 중·러 관계가 하루이틀 사이에 균열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강국 전 시안총영사는 “트럼프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중·러 관계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상황에서 중·러 관계가 깨지면 중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주위에 키신저와 같은 정교한 외교전략을 구사하는 브레인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서두르는 J 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문 외교관이 아닌 각각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이순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의 4년 임기 중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미국 내 여론도 이미 상당한 반기를 들고 있다”며 “키신저 같은 대전략가가 트럼프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존 볼턴 같은 브레인들은 트럼프 정책에 더욱 비판적으로 변하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와 김정은 간 미·북 정상회담 때 배석했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를 향해 “외교철학과 국가안보전략도 없이 허세만 부린다”고 꼬집은 바 있다.

트럼프 대중봉쇄 걸림돌 머스크

트럼프 2기 정권의 핵심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와 중국의 각별한 관계도 ‘역키신저 전략’의 최대 걸림돌이다. 트럼프 1기 정권 때인 2018년 외국 자동차 업체 최초로 100% 독자지분을 갖고 중국에 진출한 테슬라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79만대의 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중국 시장에서 팔린 것이 66만대에 달한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서 연산 75만대의 생산라인(기가팩토리)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 판매실적이 전 세계에서는 전년 대비 1.1% 줄어든 데 반해, 중국 시장에서만 유독 8.8%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1일부터는 기가팩토리 인근에 새롭게 준공한 메가팩토리에서 배터리팩(메가팩) 양산에도 돌입했다. 상하이 메가팩토리는 테슬라의 미국 외 첫 메가팩 생산공장인데, 양산에 돌입한 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한 다음날이었다. 당초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이 메가팩토리 준공 승인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처럼 중국 당국은 트럼프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정작 테슬라에는 아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과거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한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각각 일본과 한국의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관제시위를 비롯한 각종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 압박을 가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당시 사태 때 각각 일본 도요타차나 한국 현대차에는 관제시위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오성홍기나 마오쩌둥의 사진을 부적처럼 부착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에 오성홍기나 시진핑 사진을 걸고 다닌다는 소식은 없다.

이에 중국 측이 본격적인 미·중 무역전쟁에 앞서 머스크와 그의 사업체인 테슬라를 전략적 인질로 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4월 베이징모터쇼 참석차 머스크가 베이징을 찾았을 때,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 이하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해 머스크를 극진하게 예우한 바 있다. 앞서 2023년 머스크의 중국 방문 때도 극진한 칙사대접은 마찬가지였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2기 정권의 대중봉쇄 조치가 강화되면 머스크를 통해 대중압박을 상당 부분 완화하거나, 머스크를 미국과 협상하는 일종의 지렛대로 삼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은 2023년 11월 작고한 키신저 생전에도 키신저를 ‘오랜 친구(老朋友)’라 부르며, 그를 통해 미국 조야(朝野)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가 ‘역키신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중봉쇄’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한 머스크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란 지적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푸틴 입장에서 자신은 영구 집권자지만 트럼프는 일시 집권자에 불과하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과 척을 지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중 관계가 지금보다는 소원해질 수 있겠지만,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러시아가 협조한다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