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한미 원전 동맹' 모델, 트럼프 시대 돌파구 될 수 있다

太兄 2025. 3. 6. 18:39

'한미 원전 동맹' 모델, 트럼프 시대 돌파구 될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25.03.06. 0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한국을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불공정 무역국으로 공격했다./AP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4배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도와주는데도 이렇다”면서 한국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수천억 달러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 지원법은 없애야 한다” “알래스카주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등이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등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말을 쏟아냈다.

물론 트럼프의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관세율은 대부분 0%다. 전 세계 대상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13.4%인데 이를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간 협상 과정에서 이를 납득시켜야 한다.

반면 미 반도체 지원법에 의한 보조금 지급 폐지는 심각하다.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지급 약속을 믿고 삼성전자가 370억달러, SK하이닉스가 38억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각각 47억달러,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는데, 이게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거의 국제 사기와 같은 행태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피해 최소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에 민감한 만큼 중국에 있는 한국 반도체 라인 폐쇄, 고성능 AI(인공지능) 메모리 한미 공동 개발 등을 협상 카드로 검토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는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성공하면 질 좋고 값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할 수도 있다. 환경 규제와 높은 법인세 문제 등을 미 정부가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일본과 공동 추진으로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가 의회에서 “특별 세금 감면을 도입해 미국 조선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국 조선산업에 희망을 주는 발언이다. 트럼프는 미국 해군 재건과 미 조선 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한미 간 조선 상생 모델을 만들면 대미 통상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 원전 기업들이 해외 원전 수출에 힘을 합치기로 한 ‘한미 원전 동맹’은 트럼프 시대 한미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고 미국은 최고의 원천 기술과 시장, 막강한 군사 외교력을 갖고 있다. 조선·반도체·에너지 분야에서도 원전 동맹과 같은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트럼프 파고를 헤쳐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