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자회사, 공적자금 1조원 손실 내고 '인당 4억원' 성과급 챙겨
감사원 감사 결과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3조1785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대우건설을 자회사를 통해 매각하면서 1조원 넘게 손실을 봤지만, 자회사는 오히려 ‘성공 보수’로 750억원을 챙기고 자회사 임직원들은 이 가운데 45억원을 성과급으로 가져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6일 공개한 ‘정책 자금 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2018년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민간 기업을 구조조정한 뒤 매각해 공적 자금을 회수하는 업무를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를 만들어 맡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듬해 KDB인베스트먼트(KDBI, 현 산은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이어서 산은이 2011년 3조1785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대우건설 지분 50.75% 전부를 KDBI에 1조3606억원에 매각했다.
KDBI는 2021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입찰에 부쳤고, 중흥건설이 2조3625억원, DS네트웍스가 1조7929억원을 써냈다. 각사가 써낸 응찰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의 응찰가 차이가 5000억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중흥건설 측은 KDBI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KDBI가 이 요구에 응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KDBI는 비공개 협상을 통해 중흥건설과 대우건설 지분 가격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고는 입찰을 다시 진행해, 중흥건설이 약 2조1000억원을 써낼 수 있게 해줬다. 감사원 조사에서 KDBI 임직원들은 ‘중흥건설의 요구를 거부하면 중흥건설이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DS네트웍스는 이런 내막을 알지 못한 채 응찰해 2조원을 써냈으나 낙찰받지 못했다. KDBI는 추가 협상을 거쳐 2022년 2월 중흥건설에 대우건설 지분을 2조671억원에 팔았다.
국민이 낸 세금이 원천인 공적자금 3조1785억원이 투입됐던 대우건설 지분이 이 금액에 팔린 것이므로, 공적자금 손실은 1조111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KDBI는 산은에서 1조3606억원에 사들인 지분을 2조671억원에 팔았으므로 자기들이 7065억원 수익을 낸 것이라며 750억원을 성공 보수로 챙겼다. 산은 내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손바뀜이 일어났을 뿐인데 손실이 이익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후 KDBI 임직원 11명은 성공 보수 750억원 가운데 44억9500만원, 1인당 평균 4억800만원을 성과급으로 나눠 가졌다.
감사원은 KDBI 임직원들이 부당하게 재입찰을 진행해 공적자금 손실 규모를 키웠다고 보고, 검찰이 수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감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검찰에 보냈다.
감사원은 대우건설 지분의 ‘헐값 매각’이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KDBI에 넘기고는 KDBI를 제대로 감시·통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KDBI는 처음부터 산은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가 될 수 없었다. KDBI가 산은이 가진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하려면 먼저 산은이 가진 기업 지분을 수의계약을 통해 넘겨받아야 했는데, 이는 현행 국가계약법령상 금지돼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KDBI는 대우조선해양과 HMM 등 산은이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기업 지분을 넘겨받지 못했고, 산은이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수한 대우건설 지분만 넘겨받을 수 있었다. KDBI는 넘겨받은 유일한 지분의 매각 업무에서 헐값 매각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산은은 KDBI 설립 전부터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으나, 이동걸 당시 회장의 KDBI 설립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KDBI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KDBI는 대표이사와 고위 간부를 외부에서 충원하지 않고 모두 산은에서 데려왔고, 산은 출신이 대다수를 이룬 KDBI 임직원 12명은 2021년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 9개월간 23일을 무단 결근하고 379시간 57분을 지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KDBI 임직원이 평일에 골프장을 이용한 경우가 2019년 1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 10개월간 48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I 대표이사와 부사장, 실장은 업무용 차량을 주말과 휴일에도 사용하면서 유류비와 대리운전비를 포함해 2696만원을 회사에 청구했고, 회삿돈 20억원으로 골프장 VIP 회원권을 사들여 썼다. 운용지원실장은 2023년 이 회원권으로 배우자·자녀와 함께 골프를 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영관리실 이사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2년 8개월간 야근 식대로 883만원을 청구했는데, 한 끼에 8만원을 썼다는 것이었다.
KDBI는 2022년 설 선물로 쓰겠다며 2000만원을 들여 1병당 8만원짜리 와인 250병을 구입했는데, 어디에 쓰였는지에 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를 이유로 임직원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않으면서, 임직원들에게 1인당 스포츠용품 구매 대금조로 15만원, 백화점 상품권 5만원, 현금 20만원을 나눠줬다. KDBI 운용역들에게 배정되는 업무추진비는 연간 1인당 21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산은은 2019년 KDBI 설립 후 2023년까지 4년간 KDBI를 한 차례도 감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감사원은 산은에 KDBI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지는 못했다. 산은은 공공기관이지만, KDBI는 자회사로서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감사원에 KDBI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요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산은에 KDBI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KDBI를 다른 자회사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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