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新산업 무덤' 한국, 떠나는 미래 기업들

太兄 2023. 5. 11. 20:10

'新산업 무덤' 한국, 떠나는 미래 기업들

2018-12-05 23:13:18


[사설] '新산업 무덤' 한국, 떠나는 미래 기업들

조선일보
입력 2018.12.05 03:20

자율주행차의 한국 최고 전문가와 제자들이 설립한 자율차 스타트업(신생 기업)이 사업 거점을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이 업체가 만든 국산 자율차가 지난주부터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시험 주행에 나서면서 택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자인 서울대 공대 교수는 "짐 싸들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은 사업할 만한 조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얘기인데 한국에선 이제 '그러려니' 한다.

이 업체는 원래 한국 도로 사정에 최적화된 자율차로 국내 사업 모델을 추진했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6만㎞ 이상 무사고 주행하면서 기술력도 입증했다. 그런데 상용화 과정에서 장벽에 부닥쳤다. 출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없었고 인공지능 등의 인재 확보에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낡은 규제와 법 제도가 발목을 잡았다. 느슨한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자율차를 한번 운행하려면 도로교통법·자동차관리법 등에 규정된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자율차가 활약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사실상 금지돼 있다. 결국 미국으로 거점을 옮긴 뒤 250만달러(약 28억원) 펀딩을 받고 미국 대기업과 제휴에 성공해 서비스 상용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열악한 기업 환경과 규제가 유망한 신기술 기업을 밖으로 내몰았다.

정부가 말로는 혁신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선 규제를 피해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카풀(차량 동승) 서비스 업체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국토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지분을 다 팔고 철수했다. 이후 현대차는 차량 공유 분야의 국내 투자를 중단하고 동남아·호주·인도 업체에만 투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선 금지된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중국에서 펼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당뇨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도 허가를 못 받아 해외를 맴도는 업체, 심전도 측정 스마트 워치를 만들고도 국내 승인을 기다리다 외국 업체에 선수를 빼앗긴 경우도 있다. 바이오·핀테크·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가 돼야 할 신기술 분야마다 비슷한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한국 IT 산업의 양대 라이벌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핀테크(IT 금융) 분야에서 거둔 대조적 성과가 우리 현실을 극명하게 말해준다. 카카오가 한국에 설립한 인터넷 은행은 은·산 분리 규제에 걸려 1년 이상 증자를 못 했다. 카카오의 증권거래 앱은 비(非)대면 투자 일임 계약을 금지한 규제 때문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 반면 일본에 핀테크 거점을 마련한 네이버는 온라인 대출, 증권·보험에서 가상화폐거래소까지 속속 영역을 확장하며 미국 포천지(誌)의 세계 유망 핀테크 업체 랭킹에서 일약 6위에 올랐다. 지금 한국은 시대착오적 법 제도와 규제가 만든 '신산업의 무덤'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4/20181204030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