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계엄해제 가결까지, 긴박했던 150분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하고 국회가 다음날인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0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30분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 만에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이날 오후 11시 30분쯤 박 총장은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계엄이 선포되자 경찰과 소방 당국은 물론이고 각급 부처에 ‘비상 대기’와 ‘긴급 소집령’이 떨어졌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전국 지방 시도청장에게 정위치에서 근무하라고 지시했고, 서울경찰청은 4일 오전 1시부로 산하 31개 경찰서에 ‘을호비상’을 발령한다고 공지했다. 을호비상은 경찰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다. 소방청장 역시 긴급대응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 움직인 건 군이었다. 계엄령이 발효된 지 약 70분 뒤인 3일 오후 11시 40분쯤 국회 상공에 헬기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UH-60 블랙호크 3대가 국회 뒷편 공터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계엄군들은 야간 투시경과 단검, K-1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들 계엄군들은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내부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계엄군이 착용한 전투복 상의 왼쪽 어깨에서는 특전사 부대 마크가 식별됐다. 일반적인 특전사 대원의 상징인 디지털 무늬 전투복 외에 검정색 유니폼에 위장 무늬 전술 장비를 착용한 병력도 포착됐다. 검정색 유니폼은 특전사 최정예 부대인 707특수임무단 부대원의 특징이다.
비슷한 시각 서울 시내 곳곳에서 군 병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용산 대통령실 근처 이태원역 앞과 정부청사로 가는 길목인 충정로 근처에서는 군용 차량들과 함께 군인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근처에선 여러 명의 군인을 태운 대형 군 트럭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회 바깥에서 버스를 타고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도 있었다. 3일 오후 11시 56분쯤 국회 바깥에 계엄군이 탄 버스가 등장하자 시민들이 버스 주변을 에워쌌다. 일부 시민들은 버스 아래에 누워 “군사 독재 아래에 살고 싶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계엄군이 탑승한 코란도 및 스타렉스 차량, 한국군 험비인 소형전술차량 등이 차례로 도착했으나, 역시 시민 저항으로 발이 묶였다. 일부 시민들은 계엄군이 탄 차량 창문을 두드리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처럼 군·경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사이, 여의도에선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11시쯤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국회 표결을 위해서였다.
당시 국회는 경찰이 에워싼 채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국회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담을 넘었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의원들의 다리를 올려주거나, 발을 받쳐주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 본청 앞에서는 의원·보좌진과 계엄군 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국회에 추가로 도착한 계엄군들이 국회를 에워싸고 각 출입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회 관계자 등이 극렬히 저항했다. 안에 있던 국회 보좌진등은 의자와 책상 등 각종 자재로 국회 출입구를 막아 계엄군의 출입을 저지했다.
저항이 거세자 일부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4일 오전 0시 24분쯤이었다. 수십 명의 계엄군이 본청에 진입하며 국회 안에서 계엄군과 국회 직원 및 보좌진들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 직원 및 국민의힘 당직자들은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에게 소화기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저항하며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고, 이러한 대치 상황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계엄군은 3층 본회의장까지는 진입하지 못했다.
국회 당직자와 보좌진이 본청을 지키는 사이 4일 오전 1시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 300명 중 재석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약 150분 만이었다.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계엄령 해제”와 “윤석열 탄핵” 구호는 결의안 가결 이후 “윤석열을 체포하라”로 바뀌었다.
약 10분 뒤 군인들에게도 철수 명령이 내려졌고, 계엄군들은 군장을 챙기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이제 집에 가자”는 음성과 “이제 용산으로 가자”는 외침이 엇갈렸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다.
다음은 비상계엄 발표부터 국회 계엄해제 가결까지 주요 타임라인
#12월 3일 화요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발표
오후 11시 25분. 윤석열 대통령, 계엄사령관에 육군 대장 박안수 임명
오후 11시 30분.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발표
오후 11시 36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폐쇄. 공무원 출입 막혀
오후 11시 48분. 국회에 군 헬기 착륙, 계엄군 국회 본청 진입 시도
오후 11시 56분. 국회 바깥에 계엄군 탄 버스 등장. 시민들이 에워싸 발 묶여
오후 11시 59분. 용산 대통령실 앞 바리케이드 설치
#12월 4일 수요일
오전 0시 24분. 계엄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 깨고 국회 본청 진입 시작
오전 0시 34분. 소방청, 긴급대응태세 강화 지시
오전 0시 39분. 서울경찰청, 오전 1시 ‘을호비상’ 발령 공지. 비상체제 돌입
오전 0시 48분. 국회, 본회의 개최
오전 1시.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본회의 안건 재석 190인, 찬성 190인 가결 선포
오전 1시 10분. 계엄군, 국회에서 철수 시작
오전 2시 3분. 계엄군, 국회에서 전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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