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눈앞에 저성장 터널, 들어가면 큰일
지난 10월에 생산과 소비, 투자가 전월 대비 일제히 줄어드는 삼중고(三重苦)를 보였다. 특히 생산과 소비가 두 달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코로나 초기(2020년 2~3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0.8% 감소했는데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 3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소매판매 부진이 이 정도로 장기화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2008년 9월~2009년 4월) 이후 15년 6개월 만이다.
내수 부진에 건설업 침체까지 겹쳐 경기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 건설 공사 실적이 지난 5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건 199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이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래 처음이다. 그나마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세를 유지하던 건설 수주도 지난달 11.9% 급감했다. 공공 발주가 77% 늘었지만 민간 발주가 30% 감소해 재정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한계를 보인 것이다. 경기가 더 가라앉는 것을 겨우 떠받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다. 다행히 지난 10월에 반도체 생산 지수는 역대 최고였다.
전날 한국은행이 15년 9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도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내렸다. 2026년 경제성장률도 1.8%에 그칠 것으로 봤다.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내년뿐 아니라 내후년 경기도 어둡게 본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경제에 불확실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중국이 맞대응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이 외바퀴로 끌어온 것이나 다름없는데 국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 전선에 파고가 예상되니 1%대 저성장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금리를 조금 낮추고 정부가 재정을 더 푼다고 당장 내수가 살아나기도 힘들고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기도 힘들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자영업 부진, 부동산 침체, 고용시장 이중화 등 사회 각 분야가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성을 높여줄 혁신과 신산업은 정치가 만든 규제에 묶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 더 꺾이기 전에 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팀은 저성장 터널 탈출을 위해 총력전을 펴야 한다. 머뭇대다가는 앞서 일본이 겪었던 30년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사회,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불붙는 미·중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최선책은? (5) | 2024.11.30 |
---|---|
천궁Ⅱ보다 높은 고도서 요격... 한국형 사드 L-SAM 독자 개발 (4) | 2024.11.30 |
與 "'탄핵 남발' '예산 삭감'...민주당 입법 쿠데타, 폭주 멈추라" (3) | 2024.11.30 |
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 중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 주인 (3) | 2024.11.30 |
한동훈 "민주당 예산 행패…국정 마비 위해 호남도 버리겠단 거냐" (3) | 202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