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67만원… 넥타이 맨 꽃제비였다" 탈북한 北 외교관의 고백
“걸맞은 보수를 받지 못하고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은 넥타이를 맨 꽃제비다.”
작년 11월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 담당 참사가 해외 파견 생활을 할 당시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리 전 참사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밀수를 했을 만큼 처우가 열악했다고 털어놨다.
9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리 전 참사는 쿠바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할 당시 월급으로 500달러(약 67만원)를 받았다. 아무리 절약해도 매달 나가는 최소 생활비만 1000달러(약 135만원). 리 전 참사는 쿠바산 시가를 밀수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했다. 리 전 참사는 “다른 나라의 외교관과 만나기 때문에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조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리 전 참사가 북한 외교관을 ‘넥타이 맨 꽃제비’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리 전 참사는 우리 외교관과 북한 외교관을 대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시선과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북한 외교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한국 외교관들은 환영을 받는다”며 “’노스’(North)라고 대답하면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도 경계하기 시작하지만, ‘사우스’(South) 사람들에게는 상대가 친근감을 느끼고 접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한번도 그래본 적 없긴 하지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탈북 경위에 대해 리 전 참사는 “외교관으로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어 부당함을 느꼈고, 더 이상 이렇게 ‘봉사’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며 “해외 공관에 있으면 북한에서와 달리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탈북 루트를 조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는 ‘북한으로 돌아가면 미래는 없다’고 열심히 설득했다”고 했다.
그렇게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 과정이 리 전 참사에게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리 전 참사는 “쿠바 공항에서 오전 5시 이륙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탑승 수속을 마친 건 오전 3시. 오전 4시부터 완전히 탑승하기까지 1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다”며 “태어나 처음으로 하나님께 나와 가족을 구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김정은을 직접 마주한 적 있냐’는 질문에 리 전 참사는 “2018년 쿠바 고위관이 평양에 왔을 때, 외교행사를 총괄했기 때문에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질문받고 대답할 기회가 있었다”며 “김정은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행동을 싫어한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나. (이번 여름) 수해로 주민들은 재산을 잃었다. 아침 식사 후 점심 걱정을 하는 주민이 대다수”라며 “하지만 김정은은 부를 독점하고 모든 사치를 누리고 있다.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데, 딸을 (시찰에) 데리고 다닌다. 주민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자신의 가계만을 지키려고 한다. 그 행동이 추악하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기근에 빠뜨린 채 사치스럽게 살고 있다”며 “그의 딸 주애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간부들의 경례를 받는 모습에서 북한 주민은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2006년 첫 핵실험 당시에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북한 주민들도 현재는 핵무기가 ‘김씨 일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핵무기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량”이라고 했다. “민심은 김정은에게 등을 돌렸다”고도 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의 독재 체제가 무너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전 참사는 “독재 체제가 붕괴하면 2500만명의 북한 주민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감시와 통제, 공포정치가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실수다. 언젠가 끝이 올 것이며, 그날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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