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빵집만도 못한 상장사가 90%"...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민낯

太兄 2024. 9. 18. 17:15

"빵집만도 못한 상장사가 90%"...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민낯

'국민빵집' 작년 영업익 315억원
성심당보다 장사 잘한 상장사는?
코스피 46%, 코스닥은 단 10%뿐
[왕개미연구소]

입력 2024.09.18. 06:00업데이트 2024.09.18. 06:28
 

명절이면 더 생각나는 국민빵집 ‘성심당’. 연간 방문객 수가 1000만명을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더니, 작년 매출이 1243억원을 기록했다. 단일 빵집 브랜드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한국에선 성심당이 최초다.

작년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원)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원)의 영업이익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오는 11월 코스피 상장 예정인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영업이익(255억원)보다도 많다.

빵 구매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리면서, 성심당은 대전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 A씨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점이 인상적인데, 50%가 넘는 매출 성장이 추가 마케팅이나 단가 인하 없이 이루어진 듯 하다”면서 “모든 기업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성장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A씨는 이어 “앞으로도 성심당이 품목 다변화와 실적 확장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대전=성심광역시’로 불리는 까닭

20년 경력의 증권사 임원 B씨는 “성심당 모회사인 로쏘는 상장하게 되면 시가총액 3000억원(코스피 평균 PER 10배 적용)의 가치를 지닐 우량 기업”이라며 “한국에는 충분히 상장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데도 현금이 풍부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보석 같은 비상장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상장사들이 모여 있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어떨까. 국민빵집 성심당은 지난해 3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회사가 순수하게 영업 활동을 해서 남긴 이익을 말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에 성심당보다 장사를 잘한 기업은 얼마나 될까.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 영업이익 315억원을 넘긴 곳은 모두 373곳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KB금융, 신한지주의 순으로 장사를 잘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체 1631곳 중 161곳(10%)만이 성심당 영업이익을 웃돌아 체면을 구겼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적자회사가 전체의 40% 이상으로 더 많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좀비기업 퇴출 못하는 韓 증시

지난해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 315억원이 높은 기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 증시에 돈을 못 버는 허약한 상장사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임원 B씨는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부실 기업을 마구잡이로 상장시켰고, 상장한 이후에도 제대로 된 퇴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나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상장하고 나면 주가 관리나 기업설명회(IR) 개최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의무가 많이 생기죠. 재무제표가 나쁘면서도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상장을 통해 최대 주주와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거나, 혹은 상속·증여세 절감 차원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증권사 임원 B씨)

상속·증여의 경우 비상장 기업일 때는 순자산 가치로 평가해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상장하면 시가로 가치를 따지게 되므로 주가 수준에 따라 오너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대전역에서 한 남성이 성심당 쇼핑백을 들고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뉴스1

✅증시 건강성 해치는 악질 IPO

기업공개(IPO)는 새싹 기업들이 성장과 도약의 기회를 잡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그러나 상장을 기업의 최종 종착지로 여길 뿐, 일단 상장하고 나면 책임을 소홀히 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문제다.

운용업계 임원 H씨는 “일부 증권사들이 실적 욕심에 C급 기업 상장에 집중하면서 부실 기업들이 대거 증시에 진출하게 됐고 ‘빵집만도 못한 상장사들’이 넘쳐 나게 됐다”면서 “최근 증시의 최대 화두가 밸류업(기업가치 개선) 프로그램인 만큼, 거래소와 관련 기관들이 게이트키핑(선택과 거부) 기능을 더욱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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