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도 꼭 이렇게 경망하고 저질스러워야 하나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 이후 여야 의원들은 국회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 열린 ‘지각 개원식’이었지만, 의원들은 서로 웃으며 손을 잡고 협치를 외쳤다. 그러나 직후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경쟁하듯 막말로 충돌했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혁명·토지혁명·빵혁명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혁명·경제혁명·복지혁명·평화혁명과 유사한 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일부 의원이 강 의원 앞에서 “또라이구먼, 저거”라고 하면서 인사청문회는 파행했다. 다음 날에도 민주당은 레닌 발언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강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동료 의원들에게 욕설을 남발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윤리위 제소를 요구했다.
국회의원들의 저질 막말이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지만 22대 국회 들어선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먼저 막말과 인신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야당 일부 상임위원장들은 공직 후보자에게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고 하거나, 군 장성들에게 “일어나 반성하고 들어오라”며 퇴장시킨 일도 있다. 대통령 부인에게 “살인자”라는 막말을 하고도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극단적 대립 정치의 풍토가 국회의원들의 막말을 조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야당을 향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는 도 넘은 발언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정쟁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러나 유튜브를 비롯한 극단적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마저 무너지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모욕 발언을 제외한 막말에 대해선 구체적 징계 조항이 없다. 정치권의 자율 정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극단적 막말을 한 의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갈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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