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선고 겁내는 이재명'에게 포획된 민주당
결백 자신한다면서 재판 질질 끄는 건 앞뒤 안 맞는 모순…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로 변질돼 버렸다
민주당의 사당화(私黨化)를 완성한 이재명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다 아는 대로 사법 리스크다. 사건 7개, 혐의 11개로 재판 4개를 받는 이 대표로선 대선 때까지 이어질 법정 이슈를 무사히 버텨낼 수 있느냐에 정치생명이 달려있다. 이 대표는 무혐의를 주장하며 문제없다고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85% 몰표를 던져주며 다시 대표로 뽑아준 것도 그 말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모든 혐의가 “검찰의 창작”이자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권이 정적을 죽이려 없는 사실을 만들어냈다며 “미친 칼질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입장엔 치명적 모순이 있다. 죄가 없다면서도 정작 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결백을 자신한다면 재판 전략은 정해져 있다. 최대한 신속하게 무죄 판결을 받아내 검찰의 기소가 억지였음을 증명하고 사법적 족쇄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그는 재판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법정에 갇히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선고를 내려 법정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호소해야 옳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반대다. 재판을 재촉하는 대신 질질 끌며 최대한 늦추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토론회 녹화나 국정 감사, 상임위 등을 이유로 수시로 재판을 결석하고 있다. 총선 때는 선대위 출범과 유세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단식으로 몇 주간 재판이 순연되기도 했다. 피고가 재판에 빠지면 재판부에 밉보일 수 있다.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킨다니 보통의 피고인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증인도 신청한다. 증인 신문(訊問) 일정을 늘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위증 교사 사건에서 이 대표 측은 KBS 인사 5명을 증인으로 불렀다. 그러나 증언대에 선 KBS 인사들은 정작 이 대표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지도 않아 왜 불렀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수원지법에 기소된 대북 송금 재판의 관할을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 달라는 신청도 냈다. 대법원이 관할지 이첩을 검토하는 동안 또 2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검찰의 창작”이라는 이 대표 주장과 달리, 그의 알리바이를 흔드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위증 교사 사건은 전직 성남시장 수행 비서의 증언으로 외통수에 몰렸고, 선거법 사건에선 전직 성남시 과장이 “용도 변경은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는 이 대표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들을 직접 신문하겠다며 마이크를 잡고 추궁했다. 급기야 위증 교사 사건 증인이 두려움을 호소하며 조속히 재판을 끝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대표 주변에서 잇따르는 비극이 우연만은 아닐지 모른다.
이 대표의 사법 지연·방해 작전엔 공당(公黨)까지 동원됐다. 작년 11월 민주당은 대북 송금, 법인 카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 소추해 관련 수사를 줄줄이 밀리게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괴롭힌 정치 검사들 죄상을 밝히겠다”며 대장동 사건 등 재판의 유죄 입증을 맡은 수사 검사들 탄핵안도 발의했다. 결백을 자신한다면 이렇게 법정 밖 싸움을 벌일 리 없다.
심지어 재판부 압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판사를 비난하며 ‘법관 선출제’를 거론했고, ‘개딸’들은 판사 탄핵 서명운동에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재판부가 유죄 선고를 내리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었다. 거대 야당의 공격에 판사들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거법 사건 판사는 1년 반이나 재판을 끌다가 돌연 사표를 낸 뒤 “이제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재판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멈추게 할 순 없다. 재판 4개 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은 지리했던 심리 절차가 드디어 마무리되고 곧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피하고 싶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만약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 대표가 입을 타격이 결코 작을 순 없다. 이 대표 지지자들도 현실로 닥친 사법 리스크를 피부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시작이다. 법원이 정상적이라면 1심에 이어 2심, 3심 선고를 계속 내릴 것이고,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과 대북 송금 재판에서도 객관적 사실과 증언·증거들이 꼬리 물고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재명 리스크’가 고조되더라도 민주당은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 지도부를 완벽하게 친명 충성파로 채웠고 당헌·당규까지 ‘이재명 맞춤형’으로 고쳐 1인 사당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피선거권 박탈’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이 대표에게 어떤 일이 벌어져도 민주당에 ‘플랜B’는 없다. 다른 대안도 없고 민주당 내 경쟁자도 없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로 변질돼 버렸다. 전통의 명문 정당이 사법 폭탄을 등에 진 이 대표에게 포획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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