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엘리트 탈북민들 "김정은 호칭은 그 XX… 살기 위해 충성하는 척"

太兄 2024. 8. 22. 18:41

엘리트 탈북민들 "김정은 호칭은 그 XX… 살기 위해 충성하는 척"

[통일은 된다… 탈북자 리포트] [3] 北 핵심 계층의 체제 반감

입력 2024.08.22. 00:51업데이트 2024.08.22. 06:05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새로 개발한 ‘저격수 보총(소총)’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이 비현실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시를 많이 내려 간부들 불만이 크다.”

“살기 위해 충성하는 척할 뿐 정권에 대한 마음속 지지는 예전에 무너졌다.”

본지가 만난 엘리트 탈북민 6인은 “정권 유지 기반인 핵심 계층 사이에 이미 김정은 체제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라고 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이들은 북한에 가족 일부가 남아 있어 그동안 신분이 노출되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지만 “북에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용기를 내 빨리 탈출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그래픽=양인성

2019년 유럽 지역에서 탈북한 외교관 이지원씨는 “마음이 통하는 주재원 동료 둘이 있었는데 우리 셋이 모이면 김정은 호칭이 ‘그 XX’였다”며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그 XX가 또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하는 짓이 다 이상해’라고 말하면 그게 김정은인 줄 다 알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본국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쏟아지는데도, 해외에서 김씨 일가를 위한 식료품·사치품을 들여보내기 위해 막대한 외화를 써가며 박박 기는 우리들 처지가 너무 비참했다”고 했다. 이씨는 “북한 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압력솥과 같은 상황이다. 내부나 외부에서 어떤 불꽃이 탁 튀기만 하면 순식간에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난, 통제·억압이 강화되면서 누적된 체제 불만이 상당하다. 남한 드라마 보고 바깥세상 사람들 사는 모습을 접하면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0년 탈북한 내각 고위급 출신 김철씨는 “고강도 케이블이나 케이블카를 생산할 수도 없는 북한 현실에서 체육 강국을 건설한다며 각 도에 스키장을 건설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왔을 때 모두 황당해했다”고 했다. “동·서해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겨 놓고선 인민들에게 더 많은 물고기를 먹인다며 그물우리(가두리) 양어 장려 방침을 내려보내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도 했다. 김씨는 “북한의 모든 정책은 김정은 체제 선전을 위한 대외적 광고일 뿐,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정은이 10년 내 달성하겠다며 내건 지방 발전 정책(20×10)에 대해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전기 공급·원자재 구입, 제품 생산 및 유통·소비·수익 분배 등 경제의 모든 측면이 문제인 북한 체제하에서 공장 건설은 무의미하다”며 “공장 건설을 책임지는 도·시·군당 비서들은 물론, 이 정책과 연관이 있는 간부들은 (목표 달성 실패 시 처벌 가능성에) 모두 불안감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새로 개발한 ‘저격수 보총(소총)’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무역성 지도원 출신으로 2016년 유럽에서 탈북한 안정훈씨는 “싱가포르 출장을 갔는데, 한국에서 관광 오신 어르신들을 보면서도 우리 부모님들은 왜 여행 한번 할 수 없냐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교통안전원도 매일 뇌물로 ‘여명’급 담배 한 보루(약 6달러)를 상납해야 한다. 전력 배전반이나 상하수도 근무자들도 금품을 주는 주민들에게 전력과 수돗물을 우선 공급하는 나라가 북한”이라고 했다.

2015년 탈북한 내각 간부 출신 박정현씨는 “북한에 있을 때 공개 처형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늘 두려웠다”며 “스위스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은 좀 다를 것이라 기대했으나 집권 후 그의 행태를 보면서 더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걸 절감했다”고 했다. 2014년 탈북한 국가보위성 출신 신성훈씨는 “‘한국 안기부(국정원)가 10만달러만 주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갖다 줄 수 있는데, 왜 접촉을 안 해오냐’고 하던 동료도 있었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농담으로만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2014년 탈북한 정찰총국 출신 장길현씨는 “인민을 위해 벽돌 한 장, 기와 한 장 쌓은 적 없는 게 김정은과 김여정이다. 그러고도 4대 세습까지 한다고 한다. 북한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김씨 남매에게 수모와 모욕당하며 굽신대지 말고 빨리 자유의 품으로 오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국정원 단독보호 탈북민

법률에 따라 국가 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국정원장이 직접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엘리트 탈북민들을 말한다. 주로 북한의 당·정·군 출신 인사들이다.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처럼 공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 등을 이유로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서 당·정·군 간부, 외교관, 해외 주재원 등은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엘리트 계층이다. 이들이 동요한다는 것은 북한 정권이 가장 깊숙한 곳...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9월, 황해남도 청단군 보위부 상위였던 이철은(당시 29세)씨가 바다를 헤엄쳐 20시간 가까운 사투 끝에 한국 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