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김태효 "美 핵자산, 항상 한반도 근처에… 단 한순간도 공백 없어"

太兄 2024. 8. 19. 18:00

김태효 "美 핵자산, 항상 한반도 근처에… 단 한순간도 공백 없어"

안보실 1차장 인터뷰

입력 2024.08.19. 00:55업데이트 2024.08.19. 10:43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지난 12일 있었던 외교 안보 라인 인사와 관련해 “팀워크를 통해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안보실 내부 불화설’과 관련해 그는 “그동안 세 분의 (전임) 안보실장과 언성을 높이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김지호 기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주년을 맞은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캠프 데이비드 협력 체제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전략적 이득이 되고, 또 우리 국민한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지를 자꾸 증명해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친일’ ‘매국’ 비판을 하는 분들은 한일, 한·미·일 협력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안보·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누렸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년간 무엇이 달라졌나.

“3국 간 장기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미래 비전을 그리는 데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우선 고위급이 자주 만나게 됐다. 주요 연구 대학끼리 미래 양자 기술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청년 교류 플랫폼도 마련했다. 안보, 경제 그리고 미래 세대에 걸쳐서 3국이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협력을 짜고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

미·일 정상이 바뀌어도 지속되나.

“TF(태스크포스)나 사무국 같은 물리적 기구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창의적 아이디어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미·일에 제안해 협의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호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사도 광산 세계 유산 등재 문제 등에서 우리가 크게 양보했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2015년 군함도 합의 때는 일본이 ‘강제성’ 표현을 했는데, 전시·추모 약속을 저버렸다.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전시물을 전시하도록 만들었고, 올가을 1차 추모식을 한다는 확답을 다 받은 상태에서 2015년에 했던 말을 계승한다는 합의를 이끌었다. 과거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두 가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야권 등에선 ‘친일 정부’라고 한다.

“우리가 말할 것은 말하고 일본 측이 해야 될 행동을 촉구하되, 한일 간 협력으로 우리가 얻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확보를 하고 우리가 리더십을 행사하겠다. 과거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 담론으로 변환시키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더 큰 그림에서 일본을 이기는 길이라고 본다.”

한·미·일 협력이 북·러 밀착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상관없이 북·중·러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미·일과 협력한다는 것은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한다는 의미다. 미국 본토 증원 전력이 도달하기 전에 급박하게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다. 일본의 적극적 협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작년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1

북한의 도발 동향은 어떤가.

“많은 탄약과 대포를 러시아에 줬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도발하거나 위협할 물리적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본다. 블러핑(허세)은 할 수 있다. 무력 사용 ‘능력’은 있지만 ‘의지’가 현재는 없다고 본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는 하고 있다.”

핵 공격 받으면 美 핵으로 대응하나.

“북이 핵을 쓰면 한미는 핵 대응을 한다. 핵 공격을 실제 하기 전, 임박했을 때부터 해당한다. 상시적으로 바다를 이동하는 미국의 핵무기 탑재 잠수함, 괌 기지나 한반도 인근에 출동 대기하고 있는 핵 전략 폭격기 등 몇 분 내에 즉시 결행할 수 있는 자산과 시나리오가 다양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한반도 주변에 미 핵 자산이 있나.

“단 한순간도 공백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핵우산 불신이 꽤 있다.

“그걸 증명해 내기 위해 1년 동안 미국과 협의·대화한 것이다. 미국의 핵 능력이 늘 (한반도에) 배정돼 있다고 문건으로 약속했다. 어떤 미국 대통령이 돼도 이를 바꾸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된다면?

“트럼프 측과도 옛날부터 구축한 라인이 있다.”

오물 풍선에는 다른 대응책이 없나.

“공중에서 폭파할 경우에 파편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관리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오물 풍선의 성분을 분석하면서 북한 주민과 북한 동물의 영양 실태를 정확히 알게 됐다. 우리한테 생물학적 유전자 정보를 주는 꼴이 됐다. 북한도 우리를 뭔가 타격하고 싶은데 다른 옵션이 없다고 볼 수 있다.”

8·15 통일 독트린이 ‘흡수 통일 방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흡수 통일이냐 아니냐를 논하려면 ‘강압에 의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진하느냐 아니냐’로 물어야 된다. 그것은 절대 아니다. 헌법대로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실천해 보니까 더 잘살고 자유를 향유하게 됐는데, 이런 통일을 하자고 주장하는 게 흡수 통일론자인가.”

남북 실무 협의체 구성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까. 채널이 있나.

“우리와 얘기할 때 많은 부분 오해가 풀릴 수도 있다. 북한이 생각하는 아쉬운 문제를 우리가 거들면서 협력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는 문제다. (김정은이) 인식을 바꾸면 당장 무엇이 가동될 수가 있다.”

딸 김주애는 ‘후계자’인가.

“현재로서는 ‘정해진 후계자’까지는 아니고 ‘유력한 후계자’ 정도라고 생각한다. 김주애 말고 다른 자녀가 둘 정도 더 있다. 어쨌든 아버지(김정은) 입장에서 다른 둘이 후계자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주애가 공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김정은의 건강은 어떤가.

“체중에서 나오는 조기 성인병 징후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정을 돌보기에 문제가 없는 체력으로 보고 있다.”

북·러 조약은 얼마나 위협적인가.

“북한이 위험에 처하면 러시아가 ‘국제적 절차’를 거쳐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도울 수 있다는 것인데, 부대조건이 두 가지나 있다. 어차피 평양과 맺은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러시아의 정치 지도자 의중에 달린 것이다.”

한중 관계는 어떤가.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 것이 기폭제가 돼 한중 고위급 대화가 활발해졌다. 중국이 우리하고 좀 잘해 보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

내년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있는데 시진핑 주석이 방한하나.

“안 오면 섭섭하겠죠.”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이 유출됐다.

“피해 내용을 파악해 보니, 이번 정부 들어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정부 시기에 좀 요원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보실장이 세 번 바뀌었지만 김 차장은 그대로다. ‘실세’인가.

“그냥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입김을 발휘해서 권력을 행사하거나 인사권을 좌지우지하거나 이러기에는 내가 할 일이 너무 많고 늘 바쁘다.”

☞김태효

1967년생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임명됐다.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 출신으로 40대 초반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거쳐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했던 김경회 전 부산고검장이 부친이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 코넬대에서 석사,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미·일 3국 정상은 18일 “우리는 한·미·일 협력이 오늘날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며, 번영하는 미래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