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동 거는 연금 개혁, 대통령의 정치력과 의지에 달렸다
정부가 세대 간 형평성, 재정 안정화에 방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출산하는 여성과 군 복무자에 대한 연금 혜택을 늘리고, 세대별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을 차등화하고,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보험료율 인상 등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 고갈 시점을 6~7년 늦출 따름인데 구조개혁이 포함된 정부 안대로 하면 3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전언이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 지난 21대 국회 막판에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받는 돈) 44%’로 조정하는 안에 사실상 합의했으나 정부와 여당이 구조개혁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처리가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고갈 시점을 더 늦추는 안을 준비 중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 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극심한 저출생 시대에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연금 제도가 지속할 수 있도록 출산율과 기대수명 등 사회적 변수에 따라 연금 지급액과 보험률을 조정하는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도 이미 상당수 선진국에서 도입한 제도로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수치와 방식에 따라 연금 수령액에 적지 않은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해 제도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제도다. 이 방안은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경우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씩, 청년층은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목표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기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방식이고 능력만큼 부담하는 사회보험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연금 고갈 시점이 30년 정도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한 고갈 시기 연장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치와 방식 등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국민이 내는 돈이 늘어나거나 받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세대 형평,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해 처리하는 것은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의 정치력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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