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응급실마저 마비시킨 의·정 갈등 7개월

太兄 2024. 8. 16. 19:49

응급실마저 마비시킨 의·정 갈등 7개월

조선일보
입력 2024.08.16. 00:20
정부가 경증환자의 권역응급센터 내원과 비응급환자의 권역·지역응급센터 내원 시 의료비 본인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밝힌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지역 유일의 상급 종합병원이자 권역 응급센터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14일 하루 문을 닫았다. 전공의들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병가 등을 떠나면서 빚어진 일이다. 7개월째 이어지는 의료 사태로 응급 중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마저 일시 마비된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지나갔지만 화급을 다투는 중증 환자가 있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 의료에 문제가 생기면 군의관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충북대병원 파견 요청엔 “그런 군의관이 현재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형 병원 응급실 전문의 한 명의 공백도 메울 수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이 지경이라면 앞으로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응급실 운영 중단 사태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 남부 소아 응급의료 거점인 아주대병원 소아 응급실은 전문의 8명 중 2명이 떠나면서 현재 ‘축소 진료’를 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강원도 속초의료원 등도 응급실 문을 일시 닫아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업무 부담이 가중된 전문의마저 응급실을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할 수 있지만 1분 1초가 급한 응급실 환자를 두고 떠나는 것은 의사 윤리에 반하는 일이다. 전공의들은 한시라도 빨리 응급실로 돌아오고, 정부도 응급실만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의료계와 협의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