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늘리는 데만 신경, 안전 대책은 뒷전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기피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반 차량보다 화재 발생 빈도는 적지만 조기 진화에 한계가 있어 불안이 확산되는 것이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 진압이 훨씬 까다롭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더 많은 열을 만드는 ‘열 폭주’가 일어나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렵다. 열 폭주 상황으로 진행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2분으로 운전자가 대피할 시간도 없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다. 차도 밀집 주차한다. 이번 화재처럼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지상 주차장을 아예 없애고 지하 주차장만 만드는 추세다. 이번 화재도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고, 완전 진화까지 8시간 넘게 걸렸다. 전기차 1대 화재로 불에 타거나 그을린 차량이 140대가 넘고, 480여 세대의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전기차 화재는 72건으로 2021년(24건)에 비해 3배 늘었다.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이었는데 지난해 10건에 이른다.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주력하던 정책 방향을 바꿔 안전 대책부터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전기차 보급에 지급하는 보조금 예산이 연간 1조원을 넘는다. 전기차 보급 대수는 50만대를 넘어섰다. 2022년부터는 100가구 이상 아파트에 충전 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런데도 현행법에는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와 주차장 안전 기준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 전기차 보급에만 신경 쓰느라 안전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소화 덮개나 소화 수조 등 전기차에 맞는 화재 진압 장비 보급도 서둘러야 한다.
안전은 뒷전인 채 보조금만 뿌리는 전기차 정책으로는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목표 달성도 어렵다. 환경부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국토부, 지자체, 소방청 등 전기차 화재 대비와 관련한 부처들이 모여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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