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경기 중 구토까지...기립박수 부른 한국 선후배의 '역대급 접전'

太兄 2024. 8. 2. 15:04

경기 중 구토까지...기립박수 부른 한국 선후배의 '역대급 접전'

배드민턴 혼복 김원호·정나은 조
서승재·채유정 꺾고 결승행
김원호는 애틀란타 金 길영아의 아들

입력 2024.08.02. 10:10업데이트 2024.08.02. 10:51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김원호가 경기 도중 구토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배드민턴 혼합복식 한국 대표팀끼리 맞붙은 2024 파리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후배인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조가 결승에 진출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까지 한 김원호는 1996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길영아의 아들로, ‘모자 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까지 탄생시켰다.

김원호-정나은은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한국 서승재(27·삼성생명)-채유정(29·인천국제공항)조를 2대1로 꺾었다.

사실 태극전사끼리 맞붙은 이번 경기에서 서승재-채유정 조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서승재-채유정은 작년 세계 선수권 등을 우승한 세계 2위의 강팀이고, 파리올림픽 조별 예선부터 16강전까지 4연승을 달렸다. 김원호-정나은과 상대 전적에서도 5전 전승으로 앞섰다.

반면 예선에서 1승 2패를 했던 세계 8위 김원호-정나은은 게임 승률에서 앞선 덕분에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두 팀은 팽팽한 싸움을 이어갔다. 한 세트씩 주고받은 뒤 3세트에서는 그야말로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쳤다.

묵직한 스매시를 연신 날리며 서승재-채유정을 공략하던 김원호는 3게임의 반환점을 돌았을 때 숨을 헐떡이며 한동안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3게임 16대13의 상황,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더니 급기야 구토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이용대 SBS 해설위원은 “김원호 선수에게 오늘 경기는 ‘모든 걸 쏟아붓겠다’ 생각하고 나온 경기”라며 “정말 뭉클하다”고 했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은 누구든 2008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한국에 메달을 안겨주는 상황이었다.

동점과 역전, 재역전이 반복된 접전은 듀스로 이어졌고 서승재-채유정의 범실이 잇달아 나오면서 김원호-정나은이 결승 티켓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서승재는 후배 김원호를 안아줬고,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승리한 김원호-정나은이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네티즌들은 “김원호 이긴 뒤 관중들의 기립박수 미쳤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일 것” “김원호 메디컬 불러서 구토까지 하고 겨우 부여잡고 경기하는데, 부상 투혼 멋있었다” “외국인 관중들에게도 기립박수 받을만한 경기였다”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를 마친 후 김원호는 구토하던 순간에 대해 “헛구역질이 나오길래 한 번 나오는 거겠지 싶었는데 코트에다가 토할 것 같아서 심판에게 이야기해 봉지에다가 토했다”며 “코트에서 이렇게 티를 낸 건 처음이었다. 운동선수로서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보여줬다”고 했다.

그런 김원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나은이 힘이 되어줬다. 김원호는 “혼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포기할 수 없었다”며 “나은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네가 해줘라’는 얘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정나은은 “괜찮아. 약해지지 마. 숨 크게 쉬어”라며 김원호를 응원했다고 한다. 이어 “그렇게 하니까 오빠가 조금씩 돌아왔던 것 같다”고 했다.

김원호는 어머니도 언급했다. 그의 어머니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 감독은 1995 세계 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을 이룬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김원호는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제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단체전)과 은메달(남자 복식)을 딴 뒤 귀국 길에서 어머니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김원호. /뉴스1

김원호는 이번 은메달 확보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 기쁨도 챙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은메달리스트인 김원호는 “작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이기는 상황에서 군대 생각을 했다가 진 기억이 있다”며 “오늘 경기 중에는 그 생각을 안 하고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기든 올라가면 금메달을 따야 했다. 저희가 이겼으니까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결승전에서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원호-정나은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정쓰에위-황야충 조(중국)다. 세계배드민턴연맹 대회 상대 전적은 3승 3패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김원호(25)-정나은(24) 조가 한국 조끼리 맞붙은 2024 파리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승리하고 결승에 오르며 은메달을 확보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