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바이든 사퇴 가까워져"...오바마도 "출마 여부 진지하게 고려해야"
오바마, 사퇴 요구 배후로 지목돼
美NYT "바이든, 퇴진 아이디어 받아들이기 시작"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놓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바이든은 지난달 TV토론 패배 후 불거진 당 안팎의 ‘후보 교체론’ 속에서도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았지만, 이날 오랜 세월 정치 역정을 함께해온 동지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까지 ‘후보 교체’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재선 도전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는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자가격리 중인 바이든이 “대통령 중도하차 문제를 놓고 자아 성찰을 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중도하차는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직을 승계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 의원 20여명이 공개 사퇴를 요구하고 큰손들이 기부 중단을 협박해도 꿈쩍않던 바이든이 사퇴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건,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오바마·펠로시가 총대를 맨 것이 결정적이었다. 바이든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자가 격리된 바로 다음 날, 오바마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바이든이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왔다. 오바마는 바이든 퇴진 여부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에선 사퇴론의 배후로 지목돼왔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부통령으로 고락(苦樂)을 함께한 바이든의 출마를 만류하고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의 손을 들어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승리한 바이든은 “내가 트럼프를 이긴 유일한 사람인데 오바마 한 명만 출마를 만류했다”며 주변에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기고하기 전날 오바마와 연락했을 때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WP는 같은 날 펠로시에 대해서도 ‘바이든의 대선 출마 포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후보직을 고수할 경우 대선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있을 상·하원 선거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이유로 ‘바이든이 당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하원을 공화당에 모두 내줄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국정 운영 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든보다도 두 살이 더 많은 19선 정치인 펠로시는 오랜 세월 바이든과 의회에서 호흡을 맞추며 정치 역정을 함께해온 우군(友軍)이다. 이런 펠로시까지 바이든의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바이든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의회 내 민주당 1인자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역시 지난 주 바이든과 별도로 회동을 갖고 ‘국가와 민주당을 위한 자진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공개됐다. 설상가상으로 17일엔 바이든이 코로나 재확진 판정까지 받으며 이미 비등하던 퇴진 여론에 쐐기를 박았는 평가다.
지난 13일 트럼프에 대한 사상 초유의 총기 사건이 벌어진 것도 바이든이 사퇴를 고려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오른쪽 귀에 총알을 스쳐 맞고도 두 다리로 일어서 피가 얼굴에 흥건한 채로 하늘을 향해 주먹을 흔드는 트럼프 앞에서 토론 패배 후 수세에 몰린 바이든이 국면 전환을 하기가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트럼프 피격 직후 이틀 새 세 차례나 대국민 담화를 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그의 노쇄한 이미지가 트럼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얘기만 나왔다. 경합주에서 바이든에 앞서가던 트럼프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다수 공개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계속 버티다 대통령직과 의회를 다 잃어버리면 정권의 레거시(업적)마저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심경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바이든이 사퇴할 경우 차기 후보로는 해리스가 거론되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날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 등 당내 거물급들이 바이든이 물러날 경우 해리스를 지지하겠단 입장”이라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같은 대안도 있지만 대선이 3개월 남은 시점에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불확실성을 키우기보다 이미 검증을 거친 해리스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기준 9000만 달러(약 1250억원)가 넘는 바이든 캠프의 선거 자금을 새로운 후보보다 해리스에게 좀 더 쉽게 이전할 수 있고, 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흑인·아시아계 배경을 갖고 있는 여성 정치인을 내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같은날 공개된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의 79%가 바이든 사퇴 시 해리스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해리스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러닝 메이트이기는 했지만, 트럼프를 상대로 이겨본 경험이 있다는 점도 당원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부분이다.
지난 대선과 달리 흑인 등 유색 유권자 표심에 공들이고 있는 트럼프 측은 대결 상대로 해리스보다 바이든을 선호하고 있다. 공화당 관계자 2명은 로이터에 “바이든이 계속 자리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며 “후보 교체론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경선을 치르며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을 모두 확보한 현직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직에서 사퇴, 재선 도전을 포기한 건 미국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1968년 대선 경선에서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 큰 지지를 받았지만 그해 6월 총격을 받아 사망해 본의 아니게 뜻을 접어야했다. 1972년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톰 이글턴이 전당대회가 끝난 뒤 건강 문제가 불거져 교체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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